SK텔레콤, 통신·반도체로 쪼갠다...지배구조 개편 신호탄

14일 장마감 후 공시 통해 인적분할 추진 밝혀
유무선통신 존속회사와 반도체·뉴비즈 투자회사로 분할
SK(주)와 합병은 "계획 없다"...주주 불만 최소화

기사승인 2021-04-14 17: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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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통신·반도체로 쪼갠다...지배구조 개편 신호탄
박정호 SK텔레콤 CEO가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SK텔레콤

[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SK텔레콤이 분할을 공식화했다. SK텔레콤 존속회사와 신설회사로 인적분할을 추진한다. 통신과 뉴비즈의 큰 축으로 사업부문이 둘로 쪼개진다.

SK텔레콤은 14일 공시자료를 내고 존속회사인 'AI&디지털 인프라컴퍼니'와 신설회사인 'ICT투자전문회사'로 인적분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인적분할 추진 관련 의사결정은 상반기 내 진행할 계획"이라며 "회사명은 추후 결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존속회사에는 SK브로드밴드 등 통신 자회사가 배치되고, 신설회사에는 SK의 맏형 SK하이닉스와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 IPO(기업공개)를 앞둔 신생회사들이 배치될 예정이다. 이외에 원스토어 등 기타 자회사들이 어떻게 배분될지는 아직 미정이다. 

박정호 SK텔레콤 CEO는 이날 온라인 타운홀 행사를 열고 구성원들과 적극 소통하며 이번 분할의 취지와 회사 비전을 상세히 설명했다. 박정호 CEO는 “지금까지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잘 키워온 SK텔레콤의 자산을 온전히 평가받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시점”이라며, “분할 후에도 계속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통신·반도체 두 축으로 나뉜다.뉴비즈 IPO도 추진 


우선 SK텔레콤 존속회사인 AI&디지털 컴퍼니는 5G통신과 AI·디지털 신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유무선 통신을 바탕으로 해 구독형 마케팅, 데이터센터 등의 영역을 맡는다. SK텔레콤 5G 가입자는 올해 2월 기준 약 635만명(점유율 약 46.5%)으로 통신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신설회사인 ICT투자전문회사는 반도체와 뉴비즈로 재편된다. 우선 국내외 반도체 관련 회사에 적극 투자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과거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 투자,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진행했을 때보다 더 활발하게 투자할 것임을 선언했다. 

이어 신성장동력 자회사들의 IPO를 적극 추진해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수익창출-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예정이다. ADT캡스와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이 여기에 속한다. 올해는 앱마켓인 원스토어와 OTT 웨이브가 IPO를 준비하고, 내년에 11번가, ADT캡스, SK브로드밴드 등이 뒤를 이을 것으로 관측된다.

SK텔레콤 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 200조원으로 코스피 상장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2위다. 여기에 뉴비즈 사업(미디어, 보안, 커머스 등)은 2020년 SK텔레콤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24%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이 같은 분할 결정은 공정거래법 이슈에 따라 이뤄졌다. SK텔레콤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올해 안에 SK하이닉스에 대한 지분율(현 20%)를 3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이번 인적분할을 통해 중간지주회사가 되는 투자회사가 SK하이닉스를 지배하게 되면 이 같은 규제에서 벗어난다. 

SK텔레콤은 SK(주)와 신설회사와의 합병 예측에 대해서는 "합병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중간지주회사가 SK(주)와 합쳐지는 경우 손자회사들이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지배구조가 더욱 단순화되지만, 주주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SK(주)와 SK 투자회사와 합병을 하지 않는 경우 SK하이닉스의 투자 규모에는 제동이 걸릴 예정이다. 자회사의 경우 투자제한에서 비교적 자유롭지만, 손자회사의 경우 기업인수 시 100% 지분을 보유해야 하고 합작투자사 설립도 불가능해 사업 확장에 제한이 크다. 

SK텔레콤, 통신·반도체로 쪼갠다...지배구조 개편 신호탄
SK텔레콤 인적분할 구상도. /SK텔레콤


주주 친화적 정책.신설회사와 지주사 합병계획은 'NO'


SK텔레콤은 이번 분할 방식이 주주 친화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통신과 별도로 반도체 및 뉴ICT 사업을 확장하고 주주들에게 통신사업과 신성장사업에 대한 투자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은 상반기 내에 이사회 의결, 주주총회 등 제반 절차를 거쳐 연내 분할을 완료발 방침이다. 주주총회에서 합병 안건을 통과시키는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의 반발을 줄이고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물적분할보다 인적분할을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물적분할의 경우 기존회사를 통해 100% 자회사가 되어 새 회사의 주식을 받을 수 없지만, 인적분할은 주주가 신설 투자회사(중간지주회사)의 주식을 투자회사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다. 신설회사의 주식을 종전 지분율대로 배정받아 주주들의 만족도가 높다. 물적분할은 기업이 투자금을 유치하기는 편리하지만, 주주들에게 반발을 불러오기 쉽다. 

사실 SK텔레콤이 신설회사와 SK(주)의 합병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도 주주를 위해서다. 이는 합병을 위해 주가를 무리하게 낮추는 등의 인위적인 노력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주주들이 주가가 떨어질 것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당분간 합병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에 따르면 분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증권사들은 SK텔레콤 목표 주가를 속속 상향하고 있다. 분할 이후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의 합산가치는 약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3월말 기준 SK텔레콤 시가총액은 약 22조원이다.

SK텔레콤은 "이번 분할을 통해 주주들이 SK텔레콤의 존속·신설회사의 사업성과와 투자현황을 좀 더 분명하게 파악하고 개인성향에 맞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여러 기회를 통해 주주들과 적극 소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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