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건너면 윤락가·유해업소…독도체험관 부지 논란

기사승인 2021-04-21 06: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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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건너면 윤락가·유해업소…독도체험관 부지 논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4가 일대에 청소년 통행금지구역 간판이 달려있는 모습. 정진용 기자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국고 52억을 투입, 확장·이전하는 국립 독도체험관이 윤락가와 청소년 유해업소 밀집구역 한가운데 위치해 논란이다. 

독도체험관은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지하 2층 부지(400평)로 옮긴 뒤 오는 10월 문을 연다. 교육부 예산 40억, 서울시 예산 12억이 투입됐다. 내년에는 40억이 추가 배정될 계획이다.

교육부 산하 동북아역사재단은 지난 2012년부터 서대문구 NH농협빌딩 지하1층 174평에서 독도체험관을 운영해 왔다. 동시 수용인원이 40명 미만으로 학생들의 견학 장소로 부적합하고 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 관람객 감소 로 운영이 어렵다는 점이 위치를 옮기기로 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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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독도수호대 제공.

문제는 독도체험관 예정 부지의 주변 환경이다. 타임스퀘어는 신세계백화점과 붙어 있다. 신세계백화점 뒷골목(영등포동4가 431-6 일대)과 쪽방촌(서울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6번 출구 인근)은 윤락가다.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으로 지정됐다.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은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이 청소년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보고 통행 금지한 구역이다. 청소년 통행이 24시간 금지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3월 말 영등포 역전 일대에 영업 중인 성매매 업소는 72곳, 종사자는 189명이다. 서울시 내 청소년 통행금지구역 3곳 중 2곳이 독도전시관 근처에 있는 셈이다. 

청소년 유해업소 밀집구역도 있다. 신세계 백화점 맞은편(영등포동3가 일대)다. 청소년 유해업소란 청소년의 출입, 고용이 금지되는 업소를 말한다. 서울시 내에는 유해업소 밀집지역 65곳이 있고 영등포에 3곳(당산역, 대림역 주변, 신세계백화점 맞은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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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동4가 일대에 모인 성매매 업소. 정진용 기자

지난 19일 오전 찾은 영등포동4가 일대에는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을 알리는 큰 간판이 있었다. 길을 오가는 시민과 경찰 2명이 순찰하는 모습이 이따금 눈에 띄었다. 인근 자영업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상권이 많이 침체됐지만 여전히 오는 사람은 온다”고 말했다.

쪽방촌의 경우, 인도에 노숙인 7~8명이 담배를 피우거나 바닥에 누워 있었다. 행인은 불안한 듯 인도가 아닌 도로로 이동했다.

청소년 유해업소 밀집지역에는 모텔, 호텔과 ‘24시 성인 컴퓨터 전화방’ 등이 영업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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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역 6번 출구 일대, 일명 쪽방촌 구역. 좌측에 청소년 통행금지구역 간판이 보인다. 정진용 기자

동선을 살펴봤다. 영등포역에서 타임스퀘어 지하통로를 이용한다면 독도체험관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영등포 역사 내 구조가 익숙지 않을 경우 유해시설을 지날 가능성이 높다.

영등포구 주민 최모(65·여)씨는 “집창촌 근처에 박물관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어이가 없다”고 코웃음 쳤다. 한 자영업자는 “타임스퀘어에는 갓난아이부터 노인까지 찾는다. 지하 2층에 체험관 들어서는 게 뭐가 문제냐”고 반문하면서 “성매매 업소는 저녁에서야 영업을 시작한다. 청소년들이 이동하는 시간대와 겹치지 않아 괜찮다고 본다”고 했다.

독도체험관 주 관람층은 미취학 아동, 학생 등 청소년층이다. 독도체험관측에 따르면 개관 이래 누적 30만명 가량의 관람객이 찾았다. 평일 15만명은 대부분 학교에서 단체 견학 온 경우였다. 주말 15만명은 보호자가 미취학 아동, 초등 저학년을 대동한 경우가 90%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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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체험관 포토갤러리.

김점구 시민단체 독도수호대 대표는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국가와 지자체는 청소년을 유해환경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청소년이 주요 이용객인 교육 시설의 입지로 적절치 않다”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립 전시관 설치 장소로 쇼핑몰 지하 2층이 격에 맞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 시내에는 국가·서울시·지자체가 공용자산으로 관리하는 토지와 건물이 많다. 굳이 쇼핑몰 지하 2층에 국고 수십억을 들여 리모델링하는 것은 혈세 낭비”라며 “관광객이 적은 이유를 체험관 부지가 아닌 콘텐츠 부족에서 찾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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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스퀘어 지하 2층 안내도. 오른쪽 하단 회색 구역에 독도체험관이 설치될 예정이다. 정진용 기자

동북아역사재단은 영등포역 주변 환경이 개발된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재개발 특성상 불확실성이 크고 기간을 단정 지을 수 없다. 영등포 쪽방촌 정비사업과 영등포동4가 일대 재개발은 초기 단계다. 영등포동4가 일대는 재개발 조합조차 설립되지 않았다. 복수의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공사 착수까지 최소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은정 독도체험관장은 “현재 서대문구는 임차료가 연 3억원이다. 비좁은 전시공간, 대형버스 주차할 곳이 없는 등 애로 사항이 있었다”면서 “영등포구에서 현재의 2.5배 정도 되는 공간을 무상임대해 준다고 제안했다. 통신사 기준, 타임스퀘어는 일일 유동 인구가 25만명에 달한다. 일상에서 시민이 자연스럽게 독도를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을 높게 봤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동북아교육대책팀 관계자 역시 “예산 결정 당시에는 올해 말이면 인근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이 해제된다고 들었다. (독도체험관 개관과) 중첩되는 기간이 한두 달 정도라고 파악했다”면서도 “우려는 잘 알고 있다. 개관 이후 경찰청, 구청과 협력해 청소년의 유해시설 접근을 원천 차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jjy4791@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