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 아가씨들 왔다" 도 넘은 리얼돌 체험방 홍보

재학생들 "우리는 인형이 아니다" 비판

기사승인 2021-04-22 15: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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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서울 시내의 한 리얼돌(사람의 신체를 본떠 만든 성인용품) 체험방이 인근 여자대학교의 실제 이름을 넣어 홍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학교 학생들은 "우리는 인형도, 성기구도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상에서는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한 리얼돌 체험방의 SNS 홍보글이 확산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업체는 '성신여대 아가씨들 미용실 다녀왔습니다'라는 제목의 홍보글을 SNS에 올렸다. 이와 함께 긴 머리 가발을 쓴 리얼돌의 사진도 함께 게재했다. 새 가발을 쓴 리얼돌을 '성신여대 아가씨'로 비유하면서 미용실에 다녀왔다고 표현한 것이다.  

이런 사실에 이 대학 재학생과 누리꾼들은 반발했다. 학교 인근에 리얼돌 체험방이 위치한 것으로도 모자라 여학생들 언급해 마케팅에 이용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논란이 일자 해당 업체는 지점명을 성신여대점에서 성북지점으로 변경했다. 성북지점으로 검색되는 유튜브 채널 설명에는 아직 '리얼돌 체험방 성신여대점'이라고 적혀 있다. 그간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홍보 글을 올려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는 영상이 삭제됐다. 

이에 성신여대 동아리 'RADSBOS'을 포함한 77개 학생 단체들은 20일 입장문을 내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해당 지점에서는 리얼돌을 '성신여대 아가씨'로 칭하며 남성들의 '여대생 판타지'를 영업전략 수단으로 삼았다"면서 "성신여대 아가씨는 또 다른 ○○대 아가씨, 혹은 특정 직종, 지역, 인종 등을 특징으로 하는 ○○녀, 심지어는 유명인이나 지인 등 실존 인물을 본뜬 강간 인형의 출현을 예고한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RADSBOS 입장문. 인스타그램 캡처
이어 "존재만으로도 이미 폭력적인 강간 인형이 결국 여성 개개인의 권익마저 위협하는 것"이라면서 "이에 분노한 재학생들이 관할기관에 민원을 접수했으나 마땅한 법적 제재 수단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각 지방자치단체장은 지역별 강간 인형 관련 업소의 영업을 제한하라"며 지자체의 책임도 요구했다. 

리얼돌 체험방이 별도의 허가 없이 설립 가능한 자유업종이기 때문이다. 행정당국의 관리가 어렵고 관련 사업을 규제하기 힘들다. 리얼돌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성매매특별법 적용 대상도 아니다. 

다만 리얼돌 체험방은 성인용품점으로 등록돼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교경계선 200m 내에서는 영업할 수 없다. 지난 14일 경기 용인의 한 리얼돌 체험방도 학교정화구역으로 정한 200m 내에서 운영하다 논란이 일자 문을 닫았다. 

성신여대 근처에는 성신초·중·고등학교를 비롯해 개운중·용문중·고등학교가 위치해 있다.

누리꾼들은 "성인용품점에서 실제 여대 이름을 넣은 것은 옳지 않다" "선 넘었다" "○○여대점까지는 지역표시 사용이라고 하더라도 '○○여대생들 미용 다녀왔다'고 홍보하는건 모욕적" 등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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