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봇에 아이스크림봇까지...황성재 라운지랩 대표 인터뷰

[젊은IT기업]⑤ 황성재 라운지랩 대표
학창시절 '발명왕'...고객 접점서 기술 활용
로봇과 사람이 교감하는 인터랙티브 중시

기사승인 2021-04-26 05: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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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봇에 아이스크림봇까지...황성재 라운지랩 대표 인터뷰
황성재 라운지랩 대표. /제공=라운지랩 


[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황성재 라운지랩 대표는 까페와 음식점 등에 기술을 접목하는 푸드테크의 선두주자다. 바리스타봇에 아이스크림봇까지 현장에 적용하는 그의 길은 거침없다. 

그는 로봇이 드립커피를 내려주는 까페 라운지엑스에 이어 최근에는 로봇이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주는 아이스크림 스토어 '브라운바나'를 오픈했다. 로봇은 라운지랩이 코딩해 놓은 정밀한 모션을 바탕으로 언터랙티브 기능을 통해 고객과 교감한다. 황 대표에게 창업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라운지엑스에 이어 브라운바나 오픈을 축하드립니다. 로봇과 리테일을 접목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카이스트 석박사 대학원 시절, 많은 기술들이 활용될 수 있는 현장이 아닌 연구소에서만 개발이 진행되는 걸 보면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학창시절의 많은 발명 경험과 대학원에서 많은 특허 발표 및 매각을 진행하면서, 실제 고객을 만날 수 있는 환경에서 기술이 활용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러한 생각에서 리테일테크 스타트업 라운지랩을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리테일 시장은 오랫동안 변화가 많지 않은 업계였습니다. 하지만 점점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직업의 성장성과 질을 더 중요시 여기는 Z세대가 성장하면서, 기존의 리테일 시장에 변화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위험하거나 반복되는 물리적 노동력 전환의 임계점이 곧 다가오리라 생각했습니다. 그 변화에 대한 첫번째 시도로 한국이 세계 시장의 3위를 달리고 있는 카페 산업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문화기술대학원이라는 융합학과에서 HCI(Human-Computer Interaction,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분야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모바일 다음 시기의 컴퓨터 상호작용 대상은 무엇일까 고민했고, 앞으로 10년 동안에는 로봇이 그 대상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Q 소비자들이 로봇까페를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는지요.

저는 라운지엑스나 브라운바나가 로봇 카페로만 인식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로봇은 저희가 사용하는 기술 중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분들께서는 라운지엑스를 로보틱스나 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가까이서 보고 느끼며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카페라는 공간은, 단순히 음료 섭취라는 서비스를 충족하러 가는 곳이 아니라 음료를 맛보고, 대화를 나누고, 색다른 경험을 즐기고 가는, 복합적인 감각을 경험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목표에서 바리스타 협업 로봇 ‘바리스’에는 단순 음료 제조 기능 뿐 아니라, 다양한 컨텐츠적 요소·기능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함께 설치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브랜드·커피원두·제조 과정 등을 설명하고,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또한 춤추기, 인사하기, 숨쉬기, 잠자기 등 6가지 모션 기능이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감각적인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Q 브라운바나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세요.

이번에 성수동에 1호 매장을 오픈한 브라운바나는 고객의 취향맞춤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주는 아이스크림 가게 매장입니다.

바리스처럼 아이스크림 로봇 '아리스'도 다양한 모션과 캐릭터 페이스 디스플레이 기능으로 고객과 로봇 기술이 소통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인사, 호객, 휴식, 졸기 그리고 3가지 춤 모션까지 총 7가지의 모션 콘텐츠가 적용되었을 뿐 아니라, 탑재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표정을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표현합니다.

주문 시에 고객이 직접 자신의 이름을 입력하면 아이스크림 제조 완료와 동시에 고객 이름이 화면에 띄워지며 주문 완료를 알려 로봇과 소통하는 듯한 오감만족 체험이 가능합니다.

브라운바나가 제공하는 기술과 소통하는 경험은 희소성 있는 가치를 가진 경험에 소비를 아끼지 않는 MZ세대와 밀레니얼 부모 고객들에게 매력적으로 어필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본인이 갖고 계시는 로보틱스 및 기술 관련 철학이나 원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기술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연구실에서는 실제 기술이 활용되는 현장에 대해 깊게 이해하지 못하고, 실제로 사용되기 어려운 기술만을 위한 기술 연구에만 깊게 빠져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라운지랩에서는 개발된 기술을 빠르게 매장에 적용하고, 또 현장에서 직원과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업데이트해나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빠르게 쌓이는 배달과 현장 주문에 힘들어하는 바리스타분들이 ‘로봇이 배달 주문을 도와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주어, 배달용 음료를 빠르게 제조할 수 있는 ‘바리스 캔(Baris Can)’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대기업과 협업해서 진행하는 무인스토어 또한 런칭 준비 중에 있습니다.  지속적인 개선 업데이트를 통해 소비자가 선호하는 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발전하는게 목표입니다. 자동화가 핵심 경쟁력인 비대면 자동화·무인화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Q 라운지랩 까페 중 어느 곳이 가장 잘 되고 있나요.

최근 오픈한 마포점의 경우, 지난 달에만 1만2000잔 가량 음료를 판매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다만 지점별 매출은 매장의 특성, 계절과 상황에 따라서 항상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전체 주문 음료 중 2-30% 가량이 로봇 드립 커피가 차지하고 있으며, 이 비율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이고,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의 만족도 또한 증가하고 있습니다.

Q 무인까페나 로봇까페가 늘어나고 있는데 다른 곳과 비교해 어떤 경쟁력이 있을까요.

간단하게 답변드리자면 ‘맛’에 있어서 비교우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커피라는 건 단순히 미각을 통해 화학적으로 해석되어 소비되는 제품이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전달하는 감각입니다.

공간에 대한 디자인, 커피에 대한 경험, 디테일에 대한 차이, 커피의 맛, 브랜드 가치, 소비자의 만족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이러한 것들의 종합적인 결과물인 ‘커피맛’에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최근 시작된 로봇 기반 카페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저희로써는 로봇이 중점이라기 보다는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궁극적이고 본질적인 목표입니다. 때문에 그 본질적인 목표에 누가 더 세련된 방식으로 가깝게 다가가고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라운지엑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보더라도 앞서서 협업 로봇 상용화를 시작했기 때문에, 가장 친화적인 커피 로봇이라는 인정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러한 면에서 저희는 라운지엑스를 로봇 카페로 포지셔닝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공간에 적용하는 방향으로 소비자 경험을 극대화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Q 앞으로 로봇을 접목한 리테일 시장의 비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카페 뿐 아니라, 치킨·피자·버거·샐러드 등 다양한 식음료 분야에서 로봇을 통해 제조 과정을 자동화하려는 시도는 세계적으로도 빠르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음식 배달 기업 도어대시(DoorDash)가 인수한 스타트업 Chowbotics의 경우, 개인화된 프로필 기반으로 원하는 형태로 샐러드를 출력해주는 벤딩 머신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또한 MIT 졸업생 4명이 공동창업한 푸드테크 스타트업 SPYCE의 경우, 최근 사용자 개인화에 초점을 두고 완전자동화 형식으로 배달에 특화된 레스토랑을 오픈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로버트치킨이 로봇을 통한 치킨 조리를 자동화해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치킨 조리 과정의 기름 냄새, 열기 등의 문제로 업무 강도가 높아 조리 담당 직원을 모집하기가 힘든 부분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로봇이 사람이 하기 힘든 일들을 도와주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푸드테크 시장은 성장하고 있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서 더욱 급격하게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향후 5년 정도 내에는 배달 로봇을 포함해서 주방 자동화에 대한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라운지랩에서도 카페뿐 아니라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주는 로봇을 개발하며 다양한 분야로 기술적용을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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