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안망] "네? 전세 보증금을 못 돌려준다고요?"

기사승인 2021-05-09 07:00:14
- + 인쇄
[이생안망]
사진=안세진 기자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편집자 주> 입버릇처럼 ‘이생망’을 외치며 이번 생은 망했다고 자조하는 2030세대. 그러나 사람의 일생을 하루로 환산하면 30세는 고작 오전 8시30분. 점심도 먹기 전에 하루를 망하게 둘 수 없다. 이번 생이 망할 것 같은 순간 꺼내 볼 치트키를 쿠키뉴스 2030 기자들이 모아봤다.

#최근 상용씨(31세)는 집주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계약 만료 시점에 맞춰 이사 준비까지 다 해놨건만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못 돌려준다는 거다. 다음 세입자가 와야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다나 뭐라나. 이대로 마냥 기다려야 하는 걸까? 만에 하나 다음 세입자가 안 들어오면? 이러다 보증금을 영영 못 받는 건 아닐까?

집주인과의 갈등 끝판왕은 바로 ‘보증금 반환’ 문제일 것이다. 실제로 대법원이 발표한 ‘2020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한 해 접수된 보증금 반환소송 1심은 총 5703건에 달한다. 2019년도보다 무려 36%나 증가한 수치다. 서러운 전월세살이라지만 언제까지 당하고만 살 순 없다. 보증금이 어디 한두 푼이랴. 보증금 안전하게 지키는 법! 쿠키뉴스가 알아봤다.

STEP1. 떠날 거라면 미리 미리!
"안녕하세요 사장님. 오는 00월 00일이 계약 2년째 되는 날인데요. 이번에 개인 사정으로 인해 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계약을 연장할 생각이 없다면 집주인에게 최소 한 달 전에 말해두자. 그러지 않을 경우 민법에 따라 계약이 자동연장(묵시적 갱신)될 수 있다. 이는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를 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통상 집주인은 다음 세입자로부터 받은 보증금을 떠나는 세입자에게 주곤 한다. 급작스럽게 계약해지를 알릴 경우 집주인 입장에서는 다음 세입자를 구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보증금을 미처 마련하지 못할 수도 있다.

*Tip. 집주인에게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남기자. 집주인이 계약해지 연락을 받은 적 없다고 발뺌할 경우를 대비해 증거를 확보해 놓는 거다. 메시지만 보내 놓으면 정말 확인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가능하면 메시지를 보내놓고 통화를 하자. 통화의 경우 녹음을 해놓으면 더욱 좋다.

*주의: 전월세 계약이 끝났더라도 보증금을 받지 못했다면 이사를 가선 안된다. 이사를 가면 주소지가 바뀌게 되는데 그럴 경우 기존 주택 내 다른 세입자들보다 보증금 회수 순위에서 밀려 오랫동안 보증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 

부득이하게 이사를 해야 한다면 반드시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자. 이는 ‘내가 지금 더 이상 여기 살고 있지 않지만 보증금을 못 받고 나갔기 때문에 제일 먼저 받아야 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임차권등기는 해당 건물 등기부등본에 기록된다. 그렇기 때문에 집주인이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아 전세금을 돌려 줄 확률이 높아진다. 임차권등기가 완료되기까지 기간은 신청 후 약 2주 정도가 걸린다.

[이생안망]
사진=안세진 기자

STEP2. 쎄~하다면 ‘내용증명’
"그 때까지 보증금 못 구할 거 같은데. 다음 세입자가 와야 보증금을 줄 수 있어요. 그전까지는 어려워."

어라? 내가 원한 답변이 아니다. 계약연장 의사가 없다고 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집주인이 이같이 나온다면 세입자도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 우선 마음을 진정시키고 ‘내용증명’ 보낼 준비를 하자. 내용증명은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집주인에게 의사표시를 했다’는 법적 증거가 된다. 내용증명 자체에는 보증금 반환을 강제하는 효력이 없지만, 집주인과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경우 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보내는 방법은 두 가지다. 변호사를 통하거나 우체국에서 직접 떼거나. 변호사를 통하든, 직접 보내든 효력은 같다. 또 내용증명 서류는 3부 작성한다. 두 부는 우체국(또는 변호사)과 세입자가 각각 보관하며, 나머지 한 부는 집주인에게 보내면 된다. 

변호사를 이용하면 보다 쉽게 내용증명을 보낼 수 있다. 무엇보다 내용증명이 법률사무소 이름으로 가다보니 집주인에게 보다 강한 심적 압박을 줄 수 있다. 다만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우체국을 이용하면 직접 작성해야 하는 수고가 있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보낼 수 있다. 우체국을 이용할 경우 현장방문도 되고 인터넷으로도 가능하다. 홈페이지에서 ‘우편→증명서비스→내용증명 메뉴’를 차례로 클릭해서 필요한 절차를 밟으면 쉽게 발송할 수 있다.

*Tip. 우체국에서 ‘배달증명’도 받을 수 있다. 상대방이 우편을 받았다는 내용을 문자로 증명하는 절차다. 내용증명을 받은 적 없다고 발뺌하는 집주인을 막기 위함이다.

정해진 양식은 없다. 다만 제3자가 봐도 쉽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끔 명확하게 작성하자. 반드시 넣을 내용은 ▲임대인 인적사항과 주소 ▲계약 만료일 ▲보증금 액수 ▲세입자 본인이 계약 연장 의사가 없고 보증금 적기 반환을 요구한다는 내용 등이다. 이대로 이행되지 않을 시 법적 절차를 진행할 것이며, 이로 인한 비용은 모두 수신인인 집주인이 부담하게 된다는 것을 밝힌다. 

*Tip. 구글 등에 ‘보증금 내용증명’이라고 검색하면 앞서 보증금을 떼이지 않으려 고생하신 선배 자취생들의 흔적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를 참고하자.

집주인에게 계약 만료일 이전에 갱신 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내용증명까지 보냈다면 법적 조치로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준비는 모두 끝났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집주인이 아직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STEP3-1. 최후의 대화를 시도해보자

마지막으로 집주인과 대화를 나눠보자.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세입자인 우리도 피곤해진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를 중재해주는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라는 곳이 있다. 이곳을 통해 원만한 해결을 바라볼 수 있다. 조정위는 전국 6곳(서울, 수원, 대전, 대구, 부산, 광주)에서 운영 중이다. 직접 방문할 필요 없이 사이트에 들어가 ‘분쟁조정신청’을 하면 된다.

세입자뿐 아니라 집주인도 분쟁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신청인에게는 접수통지가, 피신청인에게는 의견제출 요구가 이뤄진다. 조정위 측 직원의 현장답사와 법률점검을 거쳐 조정회의가 진행되고, 이를 바탕으로 조정안이 마련된다. 단 집주인이나 세입자가 소환에 불응할 경우 중재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큰 단점이 있다.

STEP3-2. 소송까지 갈 줄이야

이렇게 해도 보증금을 받지 못하면, 소송을 고려할 때다. 집주인을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이때 소송비용(변호사비용‧송달료‧검증료 등)과 지연이자도 함께 청구할 수 있다. 소송은 인터넷으로 ‘대법원 전자소송’ 사이트에서 이의신청을 하고 진행할 수 있다.

보증금반환소송에서 승소하면 법원이 해당주택을 집주인으로부터 압류해 경매에 붙이는 등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다.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으니 해당 주택을 판 금액을 세입자에게 주는 것이다. 만약 선순위 근저당이나 가압류 등으로 보증금 전액 배당이 어려울 경우 임대인의 다른 부동산에 대해서 가압류할 수도 있다.

집이 경매로 넘어갔다면 이제 보증금을 받기 위한 신청을 또 해야 한다. 과정은 ‘경매신청서 제출→경매개시결정→경매개시송달‧임차인현황조사명령→감정평가→최초경매→낙찰→이의신청→낙찰잔금지불→세입자배당’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길어질 경우 최대 1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asj0525@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