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사요”에 회장 사퇴로 답했다…소비자 불매, 두 손 든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모든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경영 대물림도 없어”
불가리스 사태에 불매 재점화…조카 마약·대리점 갑질 이어 세번째
소비자 전문가 “흐름 읽는 마케팅 중요…소비자 요구 면밀히 들여봐야”

기사승인 2021-05-04 17:5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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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사요”에 회장 사퇴로 답했다…소비자 불매, 두 손 든 남양유업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은 4일 서울 강남의 본사에서 이번 불가리스 사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 나겠다고 밝혔다.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저는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신뢰할 수 없는 실험 결과였음에도 불가리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던 남양유업. 부실한 실험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표기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경찰이 본사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논란이 이어졌다.

이처럼 논란이 지속하자 결국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이 자리를 내놓았다.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잠잠했던 소비자 불매가 재점화하자 이번에는 두 손 든 분위기다.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은 4일 오전 10시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홍 회장은 “구시대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이 모든 책임을 지고자 저는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 자식들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홍 회장은 “사퇴 수습을 하느라 결심하는 데까지 늦어진 점 사과드린다”며 “계속 일하는 우리 남양유업 직원들을 믿어주시고 성원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남양유업 이광범 대표이사도 이번 사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전날 사내 메일을 통해 그는 “최근 불가리스 보도와 관련해 참담한 일이 생겨 임직원 여러분께 깊이 사과한다”며 “남양 가족에게 커다란 고통과 실망을 줬다.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다. 제가 모든 책임을 지고 절차에 따라 물러나겠다”고 사퇴 의사를 표했다.
“안 사요”에 회장 사퇴로 답했다…소비자 불매, 두 손 든 남양유업 
남양 로고/남양 제공

◇불가리스 논란, 시작은 학술 심포지엄

불가리스 코로나19 억제 논란은 지난달 13일 불거졌다. 남양유업은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 ‘코로나19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을 열고 불가리스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불가리스가 ‘인플루엔자’(H1N1)를 99.999%까지 사멸, 코로나19 바이러스 77.8% 저감 효과를 냈다는 게 발표의 주요 골자였다.

심포지엄이 끝난 뒤 시장에서는 큰 변동이 있었다. 온라인 커머스에서는 불가리스가 일시 품절하는 사태가 일어났으며, 남양유업 주식이 급등하기도 했다. 남양유업 주식은 심포지엄 당일 8.57% 오른 38만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특히 발표 하루 뒤인 14일 오전 10시 기준 전날보다 12.63% 오른 42만80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다만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에 효과가 있다고 보기엔 검증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 남양유업 심포지엄 내용이 퍼지자 같은날 질병관리청은 남양유업 심포지엄 자료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특정 식품이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있다고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 연구가 수반돼야 하지만 남양유업이 발표한 자료에서는 이같은 검증이 누락됐다고 질병관리청은 설명했다.
“안 사요”에 회장 사퇴로 답했다…소비자 불매, 두 손 든 남양유업 
온라인커뮤니티 화면캡처

◇잠잠했던 불매, 불신에 재점화

불가리스 사태 이후 남양유업 불매 운동 분위기는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였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맘카페 등에서는 남양유업 제품을 공유하며 불매해야 한다는 글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양이 남양했다” “역시나 남양은 믿을 게 못된다. 불매합시다” “뻔히 드러날 일을 왜 만드는지 모르겠다” “남양유업 불매하고 있었는데 더 열심히 해야겠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남양유업 불매 운동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 남양유업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불매 운동이 일었던 바 있다.

해당 논란은 본지 단독 보도로 알려졌다. 쿠키뉴스를 통해 입장을 밝힌 복수의 전직 남양유업 영업사원들은 “갓 들어온 영업사원들이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매일 10여개의 대리점 영업 관리를 하다보니 밀어내기(대리점 강매)를 할 수밖에 없다”며 “목표관리에서 실패하면 인사고과 불이익은 물론, 이를 빌미로 인사팀의 눈밖에라도 나면 승진은 꿈도 못 꾼다”고 털어놨다. 인사팀의 눈에 들고 잘리지 않으려면 대리점이야 어찌됐든 밀어내기를 통해 생존할 수밖에 없다는 게 영업사원들의 설명이었다.

이후에도 남양유업은 외조카 황하나씨 마약 투약, 지난해 온라인 댓글 반응 조작 논란 등으로 소비자 불매 대상에 올랐다.

◇“소비자 주권 향상으로 불매운동 영향력 가져”

소비자 전문가는 시장에서 소비자가 갖는 주권 행사가 더 적극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자기 의견을 표출하는 방법에 대해 교육을 받은 소비자들은 최근 시장에서 소비로 주권을 행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곧 가치소비, 윤리 소비라는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가치소비 규모가 늘면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기업에도 위협으로 작용하는 시대가 왔다”고 설명했다.

또다시 불매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확하게 소비자를 이해하려는 기업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시대에 따라 트렌드와 소비 성향을 바뀌기 마련이다. 그러나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고 과거 마케팅에만 안주 돼 있는다면 최근 한 유통기업의 남혐 논란 등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게 된다”며 “도식화 된 매출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에게 바라는 소비자 요구가 무엇인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때”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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