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어도 못 사”…슈테크 ‘래플’ 직접 해보니

기사승인 2021-05-14 05: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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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있어도 못 사”…슈테크 ‘래플’ 직접 해보니
사진=나이키 공식 홈페이지 래플 페이지 화면캡처

[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한정판이라는 말만큼이나 소비자 귀를 솔깃하게 하는 수식어가 또 있을까요? 희소성이라는 가치가 더해진 제품은 가진 소비자로 하여금 특별한 존재가 된 것 같은 느낌도 들게 합니다. “그까짓 거 새벽 일찍 일어나서 줄만 서면 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 당신은 옛날 사람. 요새는 한정판이 더 한정판이 된 세상입니다. 바로 유통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래플’(Raffle) 때문에 말이죠.

래플은 영어로 ‘특정 프로젝트 기관의 기금 모금을 위한 복권’이라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패션 기업들은 원래 한정판 제품을 판매하면서 보통 선착순으로 판매하곤 했었죠? 그런데 이 방법이 공정하지 않다는 불만이 나오면서 패션기업들은 래플이라는 절차를 도입해 한정판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절차는 간단합니다. 회원 아이디 1개에 1회 응모할 기회가 주어지는데요. 래플을 진행하는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하고 로그인을 한 뒤 응모 정보를 작성하고 결과를 기다리면 끝입니다. 당첨 메시지를 받은 이들은 홈페이지에 다시 접속해 제한된 시간 내에 결제하면 됩니다.
“돈 있어도 못 사”…슈테크 ‘래플’ 직접 해보니
사진=래플 응모 신청 대기 화면. / 웍스아웃 홈페이지 화면캡처

“엄청 쉽네”라는 생각이 드셨나요? 제가 직접 해보니 만만하게 볼 건 아니었습니다.

‘럭키 드로우’라는 홈페이지에서는 다양한 래플 일정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마침 5월14일 래플 일정이 있네요. 안내받은 사이트를 클릭해 접속했습니다. 앞에는 이미 9750명이 있습니다. 불길한 기운이 엄습해왔습니다. 5분이 지났을 무렵 응모 신청칸 대신 공백만이 가득한 화면이 뜹니다. 갑자기 몰린 접속자 때문에 홈페이지가 원활하지 못한 홈페이지. 래플 응모 시간 마감(오전 11시)을 5분 앞두고 아둥바둥 하던 중, 결국 신청 클릭도 못해보고 끝나버렸습니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아니 왜 이렇게 한정판 사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야.” 회사에서 일명 ‘래플 고수’로 불리는 동료에게도 건네 물었습니다. “돈이 되잖아요.” 래플로 신발을 구매한 뒤 리셀로 돈을 버는 ‘슈테크’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상황이라고 동료는 설명했습니다.
“돈 있어도 못 사”…슈테크 ‘래플’ 직접 해보니
사진=크림 홈페이지에서는 신발 리셀 가격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 크림 홈페이지 화면캡처

래플의 고수가 추천한 리셀 플랫폼 ‘크림’에 들어가봤습니다. 래플 판매에 자주 나이키 운동화들이 거래되고 있습니다. 리셀 거래 금액 추이를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고, 전일 대비 가격 등락 폭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식 창과 비슷한 모습. 재테크 수단으로 이미 자리잡은 모습입니다.

리셀 가격은 사이즈마다 가격이 다릅니다. 아마 인기 있는 사이즈가 있기 때문에 이같은 가격이 책정된 것으로 합리적인 추정을 해봅니다. 처음 래플 가격도 사이즈마다 다르니 응모 전 준비해야 하는 금액도 다르다고 동료는 당부했습니다.

성공 체험기를 들려드리고 싶었으나 실패했습니다. 대신 동료분께 래플 당첨기와 리셀 경험을 들어봤는데요. 간단히 정리해봤습니다.
“돈 있어도 못 사”…슈테크 ‘래플’ 직접 해보니
사진=동료는 나이키 공식 홈페이지에서만 123번의 래플 응모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2년 동안 나이키 공식 홈페이지에서 응모한 래플만 123건 정도 되네요. 다른 사이트까지 합하면 500건은 넘을 것 같아요. 먼저 래플에 응모할 때 사이즈를 선택하는데, 사이즈마다 가격이 다르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돈 있어도 못 사”…슈테크 ‘래플’ 직접 해보니
사진=자주 래플에 응모하는 동료는 당첨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자주 받는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보통 이렇게 당첨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자주 받습니다.”

“돈 있어도 못 사”…슈테크 ‘래플’ 직접 해보니
사진=래플에 당첨돼 20만원대에 구매했던 신발을 51만원에 거래한 경험이 있다며 동료는 인증했다.
“3번 정도 래플에 당첨된 적이 있어요. 20만원대에 산 두 운동화를 각각 51만원, 67만원에 판매한 경험이 있어요.”

“돈 있어도 못 사”…슈테크 ‘래플’ 직접 해보니
사진=검수 과정을 거치는 한 리셀 플랫폼. 판매자가 올린 제품이 리셀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 사유를 적어 다시 판매자에게 돌려 보낸다.
“제가 판매하는 리셀 플랫폼에서는 제품을 내놓으면 검수하는 과정을 거쳐요. 플랫폼 검수팀에서 제품을 받아 보는데 간혹 거절당하는 경우도 있어요. 거절 사유를 알려주니 용납은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리셀 거래 사기가 많았는데 투명하게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져서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한정판 신발을 리셀해서 돈을 버는 슈테크에 관심이 가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그런데 주의해야 할 점은 래플에 등장하는 모든 신발이 다 웃돈을 얹어 거래되는 건 아니라는 거죠. 리셀 사이트에 들어가서 미리 시세를 알아보고 래플에 참여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smk5031@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