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창 안 보면 불안해요"...주식·코인 중독 어떡하나

'도박 같은 투자'에 중독 상담 70% 급증..."투자 중독 땐 당장 멈춰야"

기사승인 2021-05-19 04: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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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그래픽 = 이정주 디자이너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30대 직장인 A씨는 요즘 틈만 나면 주식과 가상화폐 시세창을 번갈아 들여다본다. 특히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한 이후에는 밤낮없이 가격변동을 확인하느라 피로감이 늘었다. 그는 "얼마 전엔 코인 가격변동 알람에 깨서 새벽에 일어나 매매를 했다. 주변에 주식, 코인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이 늘어서 그런지 조바심이 난다"고 토로했다. 

◇주식·가상화폐 열풍에 ‘투자중독’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주식과 가상화폐 등 투자열풍이 일면서 '투자 중독'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투자에 깊이 몰입하는 바람에 일상생활이 흔들리는가 하면, 탕진한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무리한 투자를 하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한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주식 투자 중독과 관련한 상담건수는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2018년 1008명이었던 주식 관련 상담인원은 2020년 1732명으로 71.8%나 늘었다. 또 올해 1월~3월 동안 주식 문제로 상담을 받은 인원은 24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7명 대비 77%가량 증가했다. 대개 도박처럼 주식투자에 중독(과몰입)돼 자산을 탕진하거나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담 사례들이다. 센터 관계자는 “주식은 엄연한 투자이지만 도박처럼 중독되기도 한다”며 “주식 관련 상담은 최근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도박중독은 일상생활이 무너지고 있음에도 자신의 의지로 도박행위를 조절할 수 없을 정도로 과몰입하는 상태를 말한다. 점점 강한 자극을 추구하는 ‘내성’과 중단 시 불안해하는 ‘금단현상’이 나타나는 중독질환으로 주식, 가상화폐 등의 투자도 자칫 도박중독과 유사한 병적 중독으로 이어질 위험을 안고 있다. 

이상규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도박중독이 발생하는 과정을 보면 대부분 큰돈을 따는 빅히트를 경험하고, 그 순간의 쾌감이 도박행동을 반복하게 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또 잃은 돈을 만회하려고 추격도박으로 이어지면서 상황이 악순환에 빠진다”며 “투자 중독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최근 경제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주식, 가상화폐의 변동성이 커졌는데, 다른 돈 벌 기회들은 줄어들면서 투자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 투자를 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중독되는 것은 아니다. 유독 중독에 취약한 사람들이 있고, 또 큰돈을 따고 잃는 상황을 반복하게 되면 우리 뇌의 중독회로가 강화될 수 있다”며 “주식 때문에 가족이나 사회적 관계가 위협받는 등 일상생활에 장애를 겪고, 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됨에도 멈출 수 없다면 병적중독으로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과몰입하면 편협해져.성공하는 투자 어렵다

“천천히 생각해보죠. 요즘 잘 먹고 잘 자고 운동은 하고 있나요?”

투자 회사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미국 드라마 '빌리언스'의 한 장면이다. 회사에 상주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자신감을 잃고,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펀드매니저에게 질문을 건네는 대목인데, 가장 먼저 식사, 수면, 운동을 언급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처럼 일상생활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성공하는 투자에 필수적인 덕목으로 여겨진다. 이 교수는 “펀드매니저 등 전문투자자의 경우 스트레스가 높은 직종으로 기업에서도 스트레스 관리를 중요하게 다루곤 한다”며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에서는 생각이 편협해지기 쉽고, 이 경우 투자에 필요한 전반적인 상황을 분석하고 평가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식이나 도박에 중독 위험요소가 있긴 하지만 다른 일상생활이 건강하다면 자체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운동도 직장생활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중독에 잘 빠지지 않지만 일상이 피폐해진 상황에서는 중독요소에 빠져들기 쉽다”고 덧붙였다.

만약 ‘투자 중독’에 해당한다면 당장 투자를 멈춰야 한다. 성공하는 투자는커녕, 중독행동의 반복으로 큰 빚을 지는 등 악순환에 빠질 위험만 커져서다. ▲주변 사람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과도하게 돈을 빌리거나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투입하는 등의 특징이 보인다면 ‘투자 중독’일 수 있다. 

이 교수는 “도박에 중독된 뇌는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 쉽다. 손실을 만회하거나 큰돈을 버는데 집착하는 등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기능이 마비되기 때문”이라며 “계속해서 돈을 잃는 상황이 반복되고 본인의 한도를 벗어나는 큰 빚을 지게 되면서 가족과 주변 사람들까지 힘들게 하는 사례가 굉장히 많다”고 경고했다.

romeok@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