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하십니까] “건강했던 아버지, 별이 됐습니다” 과로사 인정 촉구 청원

기사승인 2021-05-25 15:3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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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하십니까] “건강했던 아버지, 별이 됐습니다” 과로사 인정 촉구 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회사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된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우리 아빠의 안타까운 죽음을 도와주세요”라는 청원글이 지난 21일 등록됐습니다. 25일 오후 기준 5000여명이 동의했습니다.

청원인은 본인을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하늘의 별이 된 아빠의 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에 따르면 아버지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모 회원제 골프장 직원으로 일했습니다. 그런데 돌연 지난달 30일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고인의 나이는 쉰셋이었습니다.

청원인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아침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고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면서 “곧장 아버지가 일하시던 용인으로 달려갔다. 영안실에 있는 아버지를 보려 했지만 차마 볼 수 없어 뛰쳐나왔다”고 비통해했습니다.

청원인은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조금만 마셔서 건강했던 아버지가 왜 이렇게 갑자기 됐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면서 “회사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4월 업무량이 평소보다 훨씬 많았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달에 한 두번씩 집에 오시던 아버지가 “4월에는 일이 많아서 집에 못 오고 5월에는 올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고도 회상했습니다. 

청원인은 “한 집안의 가장을 과로사로 숨지게 한 회사를 처벌하고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아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도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해당 골프장 노조측은 지나친 업무부담으로 인한 과로가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주장합니다. 3, 4월은 골프장 성수기입니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이용객이 급증했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 골프장에서는 지난달부터 리모델링 작업까지 시작됐습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노동평등노동조합은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 “노동자들이 건강권을 보장받지 못한채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측은 이익 창출에만 혈안이 돼 현장 목소리를 외면했다”고 규탄했습니다. 

담당 노무사가 숨진 직원의 업무일지와 근태기록을 제출 받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사망 직전 약 2주 동안 업무량이 폭증한 점이 확인됐습니다. 1차 부검 결과, 사인이 심부전으로 나왔습니다. 심부전은 심장의 기능이 쇠약해져서 혈액의 공급이 불안정해지는 질환입니다. 현재는 부검 2차 소견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나 과로와 사망 간 인과성을 적극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산업재해로 인정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과관계를 입증하고 산재처리를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점도 문제입니다.

유가족은 ‘부검 검사 결과 보고 이야기하자’며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하는 사측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부터 골프장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 중입니다.

고인의 아내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출퇴근 기록을 보니 숨지기 직전 2주 동안 거의 매일 초과 근무한 내용이 확인됐다”면서 “대표는 이사회에서 모든 것을 결정한다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 답답한 마음에 1인 시위에 나서게 됐다”고 토로했습니다. 골프장측 관계자는 “담당자가 자리를 비워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여러분은 청원에 동의하십니까.

jjy4791@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