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한줌 없는 그곳] 지하철역 안의 농경지 '메트로팜'

기사승인 2021-06-04 05: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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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한줌 없는 그곳] 지하철역 안의 농경지 '메트로팜'
화성에 남겨진 식물학자 마크 와트니가 우주선 내에서 여러 광원으로 감자를 재배하는 장면.
사진= 영화 '마션' 스틸이미지

[쿠키뉴스] 박태현, 이승주 기자 = 홀로 화성에 남겨진 한 우주비행사가 살아남기 위해 감자 재배에 도전한다. 온실을 꾸려 화성 흙으로 밭을 일구고, 자신의 인분을 비료로 삼아 지구와는 다른 환경에서 감자 수확에 성공한다. 영화 ‘마션’의 한 장면이다.



[햇빛 한줌 없는 그곳] 지하철역 안의 농경지 '메트로팜'
지하철 이용객들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지하철 7호선 상도역 내에 위치한 메트로팜 재배실을 바라보고 있다. 

서울 지하철 역사에 영화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하철 7호선 상도역 2번 출입구 계단을 내려가면 좌측에 분홍색 LED 조명이 반짝이고 있다. 그 안에는 햇빛 한 줌 없이 수경재배 중인 채소 선반이 가지런히 쌓여 있다. 이곳은 메트로팜이다.

[햇빛 한줌 없는 그곳] 지하철역 안의 농경지 '메트로팜'
상도역 메트로팜에서 연구원이 직접 재배한 이자벨 작물을 들어 보이고 있다.

메트로팜은 서울교통공사와 팜에이트가 협력해 지하철에 설치한 스마트팜 복합 공간이다. 스마트팜은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빛과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양분 등 여러 환경요소를 제공한다. 햇빛 없이 채소를 가꿀 수 있고 미세먼지와 황사 등 오염 물질이 없는 작물 재배가 가능하다.

[햇빛 한줌 없는 그곳] 지하철역 안의 농경지 '메트로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자벨, 버터헤드, 카이피라, 이자트릭스 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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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팜에 방문한 마주영 씨가 팜카페에서 갓 수확한 작물로 만든 샐러드를 맛보고 있다.

메트로팜은 버터헤드와 카이피라, 이자트릭스, 이자벨 등 유럽 품종 작물을 재배한다. 윤상철 메트로팜 연구원은 “상추나 깻잎 등 쌈채소 종류를 재배하는 농가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유럽 품종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수확한 채소들은 샐러드로 만들어 팜카페에서 맛보거나, 역 안에 설치된 샐러드 자판기를 통해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다. 샐러드를 구입한 마주영 씨는 “지나가다 시설이 신기해서 방문했다. 재배 과정도 직접 볼 수 있고, 맛도 나쁘지 않아 자주 사 먹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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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팜 연구원이 카이피라 모종을 옮기며 이식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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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팜 연구원이 재배실에서 이자벨 작물 정식 작업을 하고 있다.

작물 재배 과정은 파종, 육묘, 이식, 수확 4가지 순서로 진행된다. 먼저, 파종한 씨앗을 14일 동안 좁은 공간에서 발아시킨다. 발아한 작물은 육묘판으로 이식 후 9일을 더 배양한다. 작물이 어느 정도 자라면 넓은 공간으로 옮겨 12일 동안 두는데 이것을 정식이라고 한다. 작물은 보통 40일이 지나면 수확한다. 일반적인 재배 여건에서 키우는 기간에 비하면 절반이나 빠르다. 이렇게 수확한 작물은 전국으로 유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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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역 팜카페에서 한 종업원이 수확된 채소들로 샐러드를 만들고 있다. 

여찬동 메트로팜 선임 연구원은 “주로 출근길에 간단한 끼니로 샐러드를 사고, 퇴근길엔 채소를 구입하는 사람이 많다. 지하철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우려하는 분도 있다. 하지만 완전히 밀폐된 공간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데다 농산물 우수관리(GAP) 인증을 받아 안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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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프로그램 참가자가 작물을 수확하기 전 연구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햇빛 한줌 없는 그곳] 지하철역 안의 농경지 '메트로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메트로팜 답십리점, 천왕점, 을지로3가점, 충정로점.

채소 구입 외에도 스마트팜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시민들이 직접 작물을 수확하고 샐러드를 만들어 볼 수 있다. 체험이 끝나면 씨앗과 체험일지도 제공된다. 메트로팜은 상도역 이외에도 2호선 충정로역과 을지로3가역, 5호선 답십리역, 7호선 천왕역 총 5개 역사에서 운영하고 있다.

pth@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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