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만으로 살 수 있을까…청년 알바 노동자 45명 살펴보니

기사승인 2021-06-15 0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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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만으로 살 수 있을까…청년 알바 노동자 45명 살펴보니
서울시내 한 제과점에 아르바이트 모집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최저임금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만 34세 미만 단시간 청년 아르바이트(알바) 노동자의 한 달 평균 소득이 약 76만원에 그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019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발표한 ‘비혼단신근로자 월평균 실태생계비’의 1/3에도 미치지 못했다. 

아르바이트노동조합(알바노조)은 14일 오후 ‘최저임금 현실반영 프로젝트 가계부 챌린지’ 실태생계비 분석 결과 발표 및 당사자 사례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알바노조는 지난 3월 알바노동자 56명의 생계비를 조사, 분석했다. 월평균 소득과 월평균 노동시간, 노동 형태, 고정지출, 식비, 문화 및 교육비, 총소득 대비 총지출 등이다. 월평균 소득은 88만9000원으로 조사됐다. 주거·통신·교통비 등 고정 지출은 월수입 대비 평균 52%였다. 2019년 최저임금위원회는 결혼하지 않은 1인 가구가 1달 동안 살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218만4538원이라고 발표했다.

최저임금만으로 살 수 있을까…청년 알바 노동자 45명 살펴보니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 서울 한 편의점의 모습. 박태현 기자 
청년 알바 노동자의 삶은 더 팍팍했다. 알바노조는 인터뷰에 응한 56명 중 만 34세 미만인 45명의 생계비를 추가로 분석했다. 월평균 소득은 76만2720원이다. 평균 소득 이상은 21명, 이하는 24명으로 집계됐다. 청년 알바 노동자의 대다수는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초단시간 노동자였다. 월평균 노동시간은 48시간이다. 월 60시간을 채우지 못해 주휴수당 등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일해도 가난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총지출 평균은 87만3409원이다. 평균 수입보다 지출이 많았다. 월평균 11만689원의 적자를 보는 셈이다. 청년 알바 노동자의 생계비 대다수는 주거·교통·통신 등 고정지출로 쓰였다. 고정비는 평균 54만3016원이다. 전체 생계비의 62.2%다. 이중 주거·수도·광열 비용이 35만1620원(40.3%)을 차지했다. 교통 12만5070원, 통신 6만6326원이다. 

알바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최모(여·29)씨는 “적자로 살지 않기 위해 소득수준에 저를 맞춰 생활한다. 평균 130만원의 소득을 벌고 약 120만원을 지출한다”며 “지하철 정기권, 알뜰교통카드, 정부 지원을 통한 주거비 지원 등을 찾아보고 있지만 소득이 높아지며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사라진다. 복지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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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청년이 14일 기자회견에서 알바 노동자로서 자신의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청년 알바 노동자들의 한 달 평균 식비는 32만6393원이다. 하루 식비는 1만879원, 한 끼 평균 3626원으로 조사됐다. 한 끼 평균은 김밥이나 편의점 간편식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조사 대상자 중 월평균 소득(76만2720원)을 넘은 21명의 평균 식비는 41만원이다. 반면 월평균 소득 이하 24명의 평균 식비는 25만원이다. 알바노조는 “소득이 오를수록 식비 지출 비용이 증가한 것”이라며 “열악한 소득 현실은 식비 부담을 가져와 청년 알바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 청년 알바 노동자들은 식비를 가장 먼저 줄였다. 심층 인터뷰에 따르면 한 달 수입이 부족한 경우 대처 방법에 대한 질문(복수응답 허용)에 67%는 식비를 줄인다고 답했다. 음식의 질을 낮춘다 40.5%, 끼니를 줄인다 29.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패스트푸드점 알바 노동자 김모(30)씨는 “부모님과 통화할 때마다 ‘밥 잘 챙겨 먹었다’는 거짓말을 하게 돼 민망하다”며 “안정적으로 생활비를 마련하려면 알바 시간을 늘려야 하고, 구직을 위해 시간을 확보하려면 알바를 줄여야 해서 생활부담이 커진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행사 대행업체에서 무대 영상을 편집하는 일을 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행사가 줄어들며 소득을 메우기 위해 알바에 뛰어들게 됐다. 그는 “사람들이 알바해서 돈을 적게 벌면 노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한다”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해서 영상편집 일을 해왔다. 그동안의 노력이 부족해 알바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최저임금만으로 살 수 있을까…청년 알바 노동자 45명 살펴보니
30일 전북 전주시 영화의거리가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은 영화팬들로 활기를 띠고 있다. 2021.04.30. 박효상 기자
문화 및 교육비는 어떨까. 월 총지출 대비 문화 및 교육비는 3%에 불과했다. 월평균 지출은 2만9000원이다. 이는 온라인 콘텐츠 이용료, 영화 및 공연관람, 학원 및 교재구입비, 운동 및 취미생활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월 총지출 비용 중 문화 및 교육비가 1%도 되지 않는 응답자는 21명에 달했다. 이 중 17명은 지출 금액이 0원이었다. 

청년 알바 노동자와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한 조사원은 “문화 및 교육비는 문화생활 향유를 넘어 청년이 미래를 준비하고 설계하는 시간과 비용”이라며 “인터뷰에 응한 한 노동자는 ‘밥만 먹고 생존을 위한 돈 외에 여유가 없다는 거에 참담한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고 이야기했다.    

알바노조는 오는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방문, 알바 노동자의 실태가 담긴 보고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2021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8720원이다. 209시간 기준 월급은 182만2480원이다. 노동자와 사용자, 정부는 오는 2022년 최저임금에 대한 심의를 진행 중이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인 8월5일까지는 인상률을 발표해야 한다.

soyeon@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