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처럼 플랫폼에 종속”…'직방' 중개시장 진출에 업계 긴장

기사승인 2021-06-17 0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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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오프라인 중개서비스가 처음인 만큼 당장은 중개사와의 공동중개를 통해 수익을 5:5로 나눠가지겠다고는 하겠죠. 하지만 사업규모가 커져서 전국 직영지점화가 될 경우 직방 입장에서는 더 이상 공동중개를 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그때 되서 수익배분을 8:2로 하자고 하면 중개사 입장에서는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 될지도 모릅니다. 플랫폼에 종속되는 거죠”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

직방의 중개사업 진출 발표에 업계가 긴장하는 모양새다. 특히 업계는 밥그릇을 뺏기는 건 아닐지 우려하고 있다. 오프라인 중개서비스 경험이 없는 직방이 당장은 중개사와의 공동중개를 통해 수익을 반반 나누겠다고는 하지만, 향후 플랫폼의 힘이 강해졌을 경우 수익배분을 재조정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직방은 최근 ‘온택트 파트너스’ 플랫폼 사업 모델을 내놓았다. 지금까진 매물 시세 정보만을 제공하는 ‘광고 플랫폼’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는 판매까지 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이 되겠다는 의미다. 매물 판매는 중개사와의 협업을 통해 이뤄진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파트너 공인중개사는 직방을 통해 들어오는 모든 매물을 확인하고 관련 영상을 만든다. 중개사는 고객들에게 아파트를 3D 이미지로 제공한다. 고객은 이를 통해 시간대별 일조량까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원하는 시간에 중개사가 아파트를 보여주며 온라인으로 실시간 상담하는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파트너 공인중개사 파트너가 되려면 직방이 제공하는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영상 제작 방법, 지역에 대한 교육 등을 이수하고 과제를 제출해 통과해야 한다. 기존에 사무소를 낸 중개사가 아니라면 초기 정착금을 지원하고 연간 5000만원 수익도 보장한다. 대신 의무적으로 일정 시간 직방에서 비대면 상담을 수행해야 한다. 거래가 성사되면 직방 중개법인이 공동 날인하고 중개사와 수수료를 반씩 나눠 가져가는 구조다.

수수료를 받는 만큼 플랫폼 책임도 강화한다. 진짜 매물인지, 문제는 없는지를 플랫폼이 주도적으로 확인하고 사고 발생 시 인정되는 소비자 피해액 전부를 보상한다. 중개서비스 외에도 집 안 청소, 집수리, 보수 업체와도 파트너십을 맺고 플랫폼에 끌어들인다. 향후 집, 아파트와 관련한 모든 문제를 직방 앱 하나로 해결할 수 있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다만 새로운 변화 앞에서 기존 중개업계는 경계하는 모양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우려되는 바는 과연 기존 중개사들과 공정한 경쟁이 되겠는가 여부다”라며 “직방은 사실상 기업형 중개사다. 게다가 네임밸류도 크다. 발표 내용대로 사업이 본격화되면 곧 전국으로 직영지점화 될 텐데 아무래도 골목상권 해당하는 중개사무소는 도태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흐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협회 측은 직방의 사업이 본격화되면 추후 중개사들이 직방에 종속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배달앱 등장 이후 식당이 플랫폼에 종속되는 상황이 벌어졌었다. 이를 이용해 배달앱 플랫폼들은 입점 가맹점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올려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지금은 직방이 수익을 반반 나누어 가지자고 하고는 있지만 향후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중개사 입장에서 플랫폼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직방 측이 수익구조를 재편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방이 당장은 오프라인 사업에 뛰어드는 게 처음인 만큼 중개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수익배분을 할 것이다”라면서 “하지만 전국 직영지점화식으로 사업이 탄탄해지고 규모가 커지면 더 이상 공동중개를 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덧붙였다.

asj0525@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