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 월세 1인당 45만원”...이주노동자 죽음에도 바뀌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혹한 속에서 사망
임시 주거시설 경우 월 통상임금의 8~13% '정부 지침' 위반 잦아
민노총-이주노동단체 ‘최저임금 차별금지' 촉구 회견

기사승인 2021-06-17 16: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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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 월세 1인당 45만원”...이주노동자 죽음에도 바뀌지 않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이주노동단체 등이 1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최저임금 차별금지를 요구하는 이주노동자 당사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이주노동자들이 온전한 최저임금 보장을 촉구했다. 숙식비 징수와 내국인과 다른 임금 적용 등 최저임금 사각지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이주노동단체는 17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최저임금 차별금지를 요구하는 이주노동자 당사자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생계비의 최저 수준을 보장하는 제도이지만 이마저도 이주노동자에게는 차별적으로 적용된다”며 “이 사회는 이주노동자들을 가장 손쉬운 착취대상으로 삼는다. 이주노동자 임금착취 합리화 정책 철회하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주노동자들은 숙식비 징수의 불합리한 행태를 고발했다. 지난 2017년 고용노동부는 ‘외국인근로자 숙식정보 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을 발표했다. 근로계약서에 숙식정보를 기재하고 적정 수준의 숙식비 징수를 지도하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제공되는 숙소가 아파트·단독주택·연립·다세대주택일 경우, 월 통상임금의 15~20%까지 숙소비로 받을 수 있다. 그 밖의 임시 주거시설인 경우, 상한액은 월 통상임금의 8~13%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숙식비를 과도하게 떼여서 월급이 깎이는 이주노동자들이 많다. 이주노동자에게는 월급명세서도 제대로 주지 않는다. 신고도 어렵고 신고를 해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월급을 줄 때 사장들이 떼어먹는 것을 보면 화가 난다. 노동자로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비닐하우스 월세 1인당 45만원”...이주노동자 죽음에도 바뀌지 않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이주노동단체 등이 1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최저임금 차별금지를 요구하는 이주노동자 당사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속헹씨가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지내다 혹한 속에 사망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지난 2017년부터 경기도의 한 농가에서 일했다는 캄보디아인 시나(27·여)씨. 비닐하우스 안 샌드위치패널로 만든 임시주거시설에서 거주했다. 2017년 1인당 30만원이던 월세는 1년에 5만원씩 늘었다. 지난해 월세는 1인당 45만원이 됐다. 업무지침 상한액을 넘는 수준이다. 환경은 열악했다. 비좁은 방에서 여러 명이 함께 숙식했다. 전기도 자주 끊겼다. 에어컨이 있었지만 작동시키면 바로 정전이 됐다. 한겨울에도 정전으로 전기장판이 꺼지고 온수도 나오지 않았다.  

시나씨는 하루에 10시간씩 상추를 따는 일을 했다. 1시간에 22㎏ 이상 따지 못하면 욕이 날아왔다. 한 달에 이틀을 쉬면서 버는 돈은 180여만원. 월세를 떼고 나면 받게 되는 돈은 140여만원 남짓이었다. 시나씨가 월세를 내려달라고 요구하자 고용주는 “그럴 거면 나가라.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너는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당한 대우를 참을 수 없었던 시나씨는 농가를 떠나 한 이주민쉼터에서 생활 중이다.      

2019년 캄보디아에서 왔다는 또 다른 이주노동자 A씨(22·여)는 “샌드위치패널로 만든 숙소에서 살았다. 아주 좁은 공간에서 4명이 지냈다. 1인당 숙소 사용료는 25만원”이라며 “근로계약서상 휴게시간은 3시간이지만 종일 일하는 깻잎 밭을 벗어날 수 없었다. 언제 쉬냐고 물어보면 ‘화장실 가잖아. 1시간 밥 먹잖아’라고 이야기했다”고 호소했다. 

“비닐하우스 월세 1인당 45만원”...이주노동자 죽음에도 바뀌지 않았다
지난해 6월8일 서울 종로구 걸스카우트회관에서 공익법센터 어필, 시민환경연구소,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재단, 선원이주노동자 인권네트워크 관계자가 '이주어선원 인권침해와 불법어업 실태고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육상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이주노동자 어선원에게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선원은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노동 강도와 노동 시간이 높기 때문이다. 2021년 최저임금은 182만원, 선원 최저임금은 224만원이다. 

이주노동자 어선원은 얼마를 받을까. 김종철 어필 변호사는 “원양어선에서 일하는 이주 어선원의 최저임금은 60만원 수준”이라며 “(원양어선에 탄) 한국인 선원은 총 어획물에서 기름값 등의 비용을 빼고 남은 금액을 일정 비율에 따라 나눠 갖는 보합제로 임금을 받는다. 이주어선원과 실제 임금 차이는 10배”라고 말했다. 

이주어선원 최저임금 결정의 불합리함도 지적됐다. 한국인 선원노조와 수협중앙회, 원양산업협회 등 선주·선사연합체가 정하는 방식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주노동자의 목소리는 포함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이주 어선원의 월급은 비용으로 취급된다. 보합제에 따라 이주노동자의 월급이 늘어나면 선원·선주 등에게 돌아갈 돈이 적어지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며 “해양수산부 장관은 당장 위법하고 차별적인 최저임금 고시를 멈춰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 회견을 마친 후 ▲이주노동자에 대한 숙식비 징수 지침 폐지 ▲선원 이주노동자의 최저임금 내국인과 동일보장 등의 요구안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soyeon@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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