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만·박탈감 느낀다"…25세 靑비서관 논란 새 뇌관으로

공부의신 "25살에 1급, 경기도지사나 군단장급"
누리꾼 "박탈감 느낀다" 친여 커뮤니티까지 비판 봇물
與 "우수한 실력"…野 "보여주기 낙하산 인사" 맹공

기사승인 2021-06-24 15:2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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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새 청년비서관에 박성민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내정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대학생 신분으로 최근 1급 상당 청와대 청년비서관으로 발탁된 박성민(25)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두고 반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년과 소통하겠다는 메시지를 주려던 인사가 오히려 청년층에 예민한 공정 문제를 자극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온라인에서 1996년생인 박성민 청와대 청년비서관 임명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감자다. 

'공부의신'(공신)으로 불리는 강성태는 전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25살 대학생이 청와대 1급 공무원 합격하는 법'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지금까지 공신들에게는 좀 죄송하지만 이분이 탑"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하루 10시간씩 공부할 거 아니면 공시 때려치우라고 했다. 그래서 수강생분들이 정말 9급 공무원 되려고 하루 10시간씩 공부한다"며 "그런데 9급도 아니고 1급을 25살에 되신 분이 탄생하셨다"고 했다. 

강성태는 "그간 행정고시 합격한 공신도 몇 번 초대해서 촬영했다. 그 무시무시한 시험을 합격하면 5급, 그리고 25년 정도 일해서 운 좋으면 1급되는건데 무려 25살에 1급이 됐다. 경기도지사나 군단장과 같은 급"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류 전형이 있었다면 어떻게 통과했는지, 면접은 어떻게 치렀는지, 무슨 루트로 경쟁은 또 얼마나 치열했는지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방법만 알 수 있다면 하루 10시간이 아니라 18시간이라도 하겠다고 꼭 좀 모셔봤으면 좋겠다고 한다"며 "갓 대학 입학한 공신 멘토들도 후배들을 위해 노하우 공유를 많이 하지 않느냐. 일 자체가 청년들을 위해서 하는 거니 그런 노하우 공유 정도는 해주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21일 박 비서관을 청년비서관으로 내정했다. 

박 비서관은 1996년생 대학생으로 현 정부 최연소 청와대 비서관이자 유일한 20대 고위 공직자다. 민주당 청년 대변인으로 일하던 중 지난해 8월 이낙연 당 대표 시절 최고위원에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청와대의 이번 인선을 두고 최근 정치권을 덮친 '이준석 현상'에 대한 대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4·4재보궐선거와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2030세대 민심이 야권으로 급속히 쏠리고 있는 것과 관련해 청와대가 젊은 인재 발탁에 나서면서 여권의 청년층 표심 공략이 본격화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공부의신 강성태 유튜브 캡처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인선이 오히려 청년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더욱이 일부 여권 인사들의 옹호 발언은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더미래연구소 소장)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경험있는 사람에게 자리를 줘야 된다면 50대가 다 해야한다"며 "경험을 갖고 얘기하면 안 되는 게 기회를 줘야 경험할 거 아닌가. 뭐 때문에 안 되고 뭐 때문에 안 되고 나이 어려서 안 되고 이러면 경험할 기회를 안 주는데 무슨 수로 경험을 해서 국정을 운영하겠나"라고 말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도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비서관은 2019년 8월 청년 대변인 공모를 통해 우수한 실력으로 선발됐다"며 "30대 당대표가 되는 사회 변화에도 불구하고 박 비서관의 나이와 성별만 기사화돼 논란이 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이철희 정무수석비서관도 22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과의 인터뷰에서 "(박 비서관을) 어느 날 갑자기 누구의 찬스를 써서 데려온 게 아니라 박 비서관도 평가를 받고 검증을 받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자리는 정무직이기 때문에 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거고, 짧게 하면 한 달을 하는 사람도 있고, 아무리 길게 해봤자 문 대통령의 임기 때까지밖에 안 하는 거라 길어도 1년이 채 안 되니 그런 점을 고려해주시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최근 게시글 캡처
누리꾼들은 '나이·성별' 문제가 아닌 불공정을 지적한다. 

박 비서관 발탁 이후 국회 사무처 직원, 보좌진, 정당 관계자 등이 모인 익명 게시판인 페이스북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서는 "청년비서관 발탁 소식을 듣고 배가 아프다" "대체 언제쯤 정신차릴런지" 등 부정적 의견이 올라왔다.

한 직원은 박 비서관에 대해 "9급 주사 능력도 안되는 1급 청와대 비서관"이라고 평가했고, 또 다른 직원은 "기회는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았고 과정은 공정하지 못했다. 대다수 청년들이 납득할 수 있는 실력을 입증한 것도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관련 뉴스 댓글은 물론, 각종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와 친여(與) 성향으로 알려진 커뮤니티들에서도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25세 대학생이 결혼을 해봤을까, 취업 준비를 해봤을까, 주거 문제로 걱정을 해봤을까"라며 "청년 문제를 바라보려면 청년 관점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적임자를 찾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이준석 대표를 자꾸 거론하는데 이 대표는 10년간 정치를 했고 토론과 선거를 통해 능력을 보여 당선된 것"이라며 "단지 젊다고 당선된 것이 아니다. 선출직과 임명직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열심히 공부했는데 이 정권에서는 자꾸 박탈감만 든다" "임기가 1년도 채 안되니 참으라? 1급 비서관이라는 스펙 한 줄 생기는 것이 문제" "청년 민심 챙기려다 오히려 다 잃게 생겼다" "나이·성별 문제가 아닌 낙하산 인사에 대한 거부감" 등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야당도 이같은 논란이 맹공을 퍼부었다.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신임 청년비서관 임명은 청년 기용이 아닌 청년기만"이라며 "일반적인 청년의 경우 바늘구멍 같은 행정고시를 통과한다 한들 정년퇴직 전까지 1급을 달기도 어려운 마당에, 보여주기식 낙하산 인사로 상대적 박탈감만 불러왔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짓밟았던 행태에 등 돌린 2030의 민심이 고위직에 청년 한 명 임명한다고 돌아올리는 없을 것"이라며 "지금 청년이 원하는 것은, 표창장을 위조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능력으로 정정당당히 경쟁하며 꿈을 펼칠 수 있는 나라. 일터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나라, '내 집 마련'의 꿈을 꿀 수 있는 나라, 그저 지극히 상식적인 나라"라며 "잠깐의 쇼로 환심을 사려 하지 말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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