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노 마스크’가 사는 세상 [친절한 쿡기자]

기사승인 2021-07-21 18: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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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속 ‘노 마스크’가 사는 세상 [친절한 쿡기자]
TV조선 ‘뽕숭아학당’ 방송화면.
[쿠키뉴스] 김예슬 기자 = “본 방송은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준수해 촬영했습니다.”

대부분 TV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 등장하는 문구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하면서부터 모든 방송 콘텐츠에는 이 같은 말이 따라붙습니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합니다. 방역 지침을 준수했다고 하는데, 출연진 그 누구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죠. 이를 의식한 듯 일부 방송에서는 촬영 전 소독을 진행하는 영상을 따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출연자 사이에 가림막을 설치해놓는 건 당연한 일이 됐습니다. 그런데도 가장 중요한 마스크는 역시 없습니다.

덕분에 TV 속은 다른 세상이 됐습니다. 코로나19가 없는 세계관에 사는 사람들로 느껴지기도 했죠. “코로나19가 방송 프로그램만 비껴가냐”는 일부 시청자의 쓴 소리도 나왔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출연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방역 수칙을 준수했다’는 마법의 문구만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으니까요. 적어도 지금까지는요.

변이 바이러스가 나오며 4차 대유행이 시작된 지금, 상황은 꽤 달라졌습니다.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스태프와 연기자 가릴 것 없이 확진자가 속출하고, 촬영이 중단되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당장 7월만 해도 SBS ‘라켓소년단’, MBC ‘미치지 않고서야’ 등과 KBS2 ‘경찰수업’, JTBC ‘인사이더’ 등의 신작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제작 일정이 미뤄지거나 잠정 취소했습니다.

드라마뿐만이 아닙니다. 중장년층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TV조선 ‘뽕숭아학당’에 출연 중인 가수 장민호, 영탁, 김희재도 코로나19에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모델 한혜진과 운동선수 출신 김요한, 모태범, 박태환도 확진 판정됐습니다. 이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도 멈춰 설 수밖에 없었죠.

사실, 방송 출연자들의 ‘노 마스크’는 법적으로 문제 되진 않습니다. 정부 지침상 방송 제작은 공무 및 기업의 필수 경영활동에 필요한 경우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즉, ‘사적 모임’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죠. ‘n인 이상 집합금지’에 해당하지 않는 활동입니다. 마스크 착용과 관련된 규정에서도 ‘방송을 촬영할 때에 한해 벗을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시청자들이 화면 속 ‘노 마스크’ 출연자에게 불편함을 호소해도, 방송사 측에서는 굳이 이를 개선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거죠.

하지만 방송가도 이제는 고민이 되는 듯한 모습입니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노 마스크’를 유지하는 일이 매우 위험하단 걸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우려가 큰 만큼, 출연자들도 마스크를 쓰고 싶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연예인이 스케줄을 소화할 때마다 필수적으로 따라붙는 인원이 여럿인 만큼 코로나19를 더 민감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면서 “본 녹화 전까지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소독을 수시로 하는 등 방역 수칙을 지키고 있지만, 촬영 중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 늘 불안하다”고 토로했습니다. 방송인 곽정은 역시 최근 자신의 SNS에 “팬데믹 시대에 마스크를 쓰는 것은 의무이며 동시에 권리”라면서 “방송 제작 환경에도 분명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방송 촬영 현장은 대규모 인원이 함께하는 곳입니다. 제작진 모두 녹화마다 코로나19라는 위험 요인을 안고 갑니다. 연예인도, 제작진도 불안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건 무의미한 일입니다. 이제라도 TV 속 세상이, 모두가 살아가는 지금 이 세상과 맞춰가야 하지 않을까요. 

ye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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