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기도 힘든데”… 의료 차별에 두 번 우는 ‘중증 건선’ 환자

산정특례 정상화 촉구하는 김성기 한국건선협회 대표

기사승인 2021-07-26 06: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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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선은 만성 염증이 피부와 전신에 영향 미치는 면역 질환
2017년부터 환자 부담 10%로 줄여주는 ‘산정특례 제도’ 시행 중
광선 치료는 3개월간 주3회 종합병원 방문해야 특례 요건
생업 등 사정으로 4년간 혜택 받은 환자는 4000여명에 불과
산정특례 기준 정상화‧재등록 위한 불합리한 기준도 철폐해야
쿠키뉴스 주최 환우‧의원 화상 간담회서 시정 요구

“먹고 살기도 힘든데”… 의료 차별에 두 번 우는 ‘중증 건선’ 환자
한국건선협회는 지난 6월 9일 강원도 원주 건강보험공단 정문에서 불평등·불합리·불공정한 중증건선 환자의 산정특례 신규등록 및 재등록 문제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 유감을 표명하며 조속한 개선을 촉구했다. 사진=한국건선협회 제공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환자들이 왜 정부의 기준을 일일이 다 찾아 비교해보아야 하고, 의료 소비 환자중심의 소통 창구나 질의·회신 없는 일방적인 정책 결정의 희생이 되어야 하고,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다른 질환에 대해 언급해야만 하는 이런 마음의 짐까지 더 지게 만드는 것이 올바른 정책 방향인지요? 중증 건선 환자는 질환으로 고통 받고, 피부병으로 옮긴다는 차가운 시선에 좌절하는데 정부 정책 제도의 차별까지 더해져 환자들의 눈물은 마를 날이 없습니다. 다시 한번 절실한 호소와 요청을 드립니다. 중증 건선 환자의 산정특례 신규 등록기준과 재등록 기준을 개선해 불평등을 제발 해소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지난 3월 23일 한국건선협회 환우회 국회복건복지위원회 호소문 내용 중 일부)

건선은 만성 염증이 피부와 전신 다양한 기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면역 질환이다. 특히, 중증 건선 환자들은 피부가 딱딱하게 굳어 움직일 때마다 갈라지고 찢어지는 고통에 걷지도 앉지도 팔을 굽히지도 하늘을 보기도 힘겨워 절망한다. 무엇보다 부정적인 사람들의 시선과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환자들을 우울과 고립에 시달린다. 최근 효과 좋은 약들이 나와 건강보험도 적용되지만, 환자가 여전히 천만원 상당을 부담해야 해 엄두를 낼 수 없다. 그래서 2017년부터 중증 건선 환자 부담을 10%로 줄여주는 ‘산정특례’ 제도가 시행 중이다. 

하지만, 산정특례 대상 기준에서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이 오히려 배제되어 그 실효성과 운영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산정특례는 암, 희귀난치질환 등 심각한 질환 환자들에게 보험이 적용되는 고가의 치료비 부담을 경감해 주는 제도이다. 때문에 산정특례가 적용되는 질환들은 치료제가 보험이 적용되면 산정특례도 동일 기준으로 적용된다. 그러나 중증 건선의 치료제 보험 기준에서는 비현실적인 치료법으로 빠진 광선 치료가 산정특례에서는 필수 조건으로 요구돼 환자 치료 기회를 제한하고 있다. 
 
광선 치료는 대부분 종합병원급 이상의 큰 병원에서 가능한데, 주 3회 3개월 치료가 산정특례 요건이다. 이렇다 보니 형편이 어려워 생업에 매달려야 하는 환자들에겐 그림의 떡이자 희망고문이다. 환자 지원 제도가 오히려 치료를 위해 생업을 중단할 수 없는 환자들을 배제하는 형국으로 설계된 것. 때문에 건강보험공단은 중증 건선 환자를 2만2000명으로 예상하고 산정특례를 시행했지만, 4년간 혜택 받은 환자는 4000여명에 불과하다. 
 
심지어 산정특례 여러 대상 질환 중 치료제 보험과 산정특례의 기준이 다른 경우는 중증 건선이 유일하다. 올해부터 산정특례가 적용된 피부 질환, 중증 아토피의 경우 중증 건선보다 치료제는 더 고가에 환자 수도 더 많지만 치료제 보험이 되는 심각한 환자는 별도 조건 없이 산정특례가 적용된다. 강직척추염이나 크론병 등과 같은 다른 중증난치성 질환들도 산정특례 기준이 치료제 보험 기준과 같다. 
 
이에 한국건선협회 김성기 회장은 “중증 건선에만 유독 차별적 산정특례 요건을 제시하는지 이유를 묻고 싶다. 값 비싼 치료제 보험이 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하나 60% 환자 치료비 부담을 감당할 수 없는 어려운 중증 건선 환자들은 산정특례를 두고도 치료를 포기한다. 3개월간 주3회 종합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산정특례 조건은 생업을 중단할 수 없는 환자들의 치료 기회를 박탈하는 차별적인 요구다. 정부는 중증 건선 환자들이 허울뿐인 제도로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산정특례 기준을 치료제 보험 기준과 같게 정상화하고 재등록을 위한 치료 중단 기준도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렵게 산정특례를 받게 된 환자도 4년이 지난 시점에서 치료제를 중단하고 증상이 악화 되어야만 재등록이 가능하다. 산정특례는 5년마다 재등록이 필요한 제도로 중증 건선은 이를 위해 치료 4년 차에 1년간 치료를 중단하고 전에 실패했거나 부작용으로 중단한 치료법에 의존한 채 상태가 악화되길 기다려야 한다. 
 
지난 5월 12일 한국건선협회는 ‘중증 건선 산정특례 기준’의 불합리함을 알리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정 의원은 중증 건선 산정특례 신규 등록의 불평등과 재등록의 불합리를 시정하고, 바로 잡아 “중증 건선 환자가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그리고 치료를 중단하지 않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환우 단체와의 협업을 통해서 치료 접근에 대한 형평성 제고를 위해서 노력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지난 6월 28일부터 7월 2일까지 5일간 열린 본지 주최 환우들과의 국회의원 만남 화상 감담회 자리에서 고민정 의원, 서정숙 의원, 이용빈 의원, 강기윤 의원, 이종성 의원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김 대표는 다른 면역질환과 달리 보험급여 기준보다 산정특례의 문턱이 높아 접근성이 떨어지는 중증 건선의 산정특례 불평등 문제를 호소했으며 해결을 위해 관심과 노력을 부탁했다. 
juny@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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