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을 피하고 있어요”…임대차법 이후 전세시장은?

안세진 / 기사승인 : 2021-07-27 06: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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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쿠키뉴스DB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이번에 계약하면 시세에 맞게 보증금이 크게 오를 텐데 걱정이에요. 다른 데로 이사 간다고 해서 달라질 문제도 아니니까. 아직 계약 만료기간이 좀 남은 만큼 일단 집주인을 피해 다니고 있어요”

마포구의 한 다가구주택에 4년 째 거주 중인 세입자 A씨 부부는 곧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다. 해당 집주인 특성상 A씨 부부가 원하기만 한다면 더 거주가 가능한 상황이지만, A씨 부부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임대차법 영향으로 집주인이 전세가격을 크게 올릴 수도 있어서다. 

살던 집에서 4년까지 거주 가능하면서 보증금은 5% 이내로 인상하도록 하는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시행된 지 1년이 됐다. 최근 전세시장에서는 A씨 부부가 직면한 ‘이중가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전세 물량도 감소하면서 지난해 한차례 도래했던 ‘전세난’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KB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월간KB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7월 주택 전셋값은 0.92% 올랐다. 지난달(0.90%)보다 오름폭이 소폭 오른 것이다. 지난해 11월(2.39%) 이후 올해 4월까지 5개월 연속(1.50%→1.21%→0.93%→0.68%→0.56%) 오름폭이 줄었지만, 5월(0.62%)부터 다시 오름폭을 키운 뒤 3개월 연속 상승 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마포구(2.56%)와 용산구(1.99%), 강동구(1.66%), 도봉구(1.33%), 강남구(1.23%), 은평구(1.10%) 등이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전셋값이 상승하고 있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는 ‘이중가격’이 꼽힌다. 이중가격은 임대차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시행 이후 갱신계약과 신규계약 사이 가격차가 벌어지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정부는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세입자는 1회에 한해 임대차 계약을 2년 더 연장할 수 있고, 갱신 시 임대료 증액은 5% 이내에서 가능하게 됐다.

이에 따라 집주인 입장에서 한번 계약하면 4년간 증액 제한을 받는 만큼, 새로 계약을 맺을 시 4년치를 한꺼번에 올린 영향이 크다. 예컨대 최근 서울 종로구 평동 경희궁자이3단지 전용 111m²B타입은 전세 보증금 14억원에 거래된 반면, 사흘 전인 2일에는 같은 면적의 매물이 보증금 7억4500만원에 계약됐다.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이 비슷한 시기에 거래됐는데 보증금은 2배 가까이 차이가 난 셈이다. 이 경우 7억 거래는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요구해 상승률 최대 5% 아래서 거래가 이뤄진 것이고, 14억 거래의 경우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올 때 반영된 거래가격인 셈이다.

전세 물량도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동향 통계를 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전주보다 0.2p 오른 110.6이다. 지난 3월 셋째주 이후 15주 만에 나온 최고치다. 전세수급지수는 아파트 전세시장의 수요와 공급 정도를 0~200 사이의 숫자로 나타내는 지수로, 해당 수치가 기준점인 100을 넘으면 전세 수요가 공급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 간 치솟는 전셋값을 피해 세입자들의 ‘월세 내몰림’ 가능성을 제기했다. 임대차법과 함께 최근 저금리 영향으로 전세 계약은 줄고 월세 거래가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세금 등 목돈을 가지고 있어봐야 은행 이자도 못 받는 상황이다 보니 보증금을 줄이더라도 월세를 받는 형태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앞으로 2~3년 3기 신도시 실입주 전까지 전세난이 심해질 수 있다”며 “신도시에 관심 없는 전세 세입자뿐만 아니라 신도시 수요자들까지 입주 전까지 전세수요로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전세매물이 사라지고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현상과 함께 임대차법 시행으로 임대인 입장에서는 전세는 큰 수익이 되지 않는다”라며 “앞으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이 경우 전세가격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