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고구말] ‘입이 방정’ 윤석열, ‘배우 선언’으로 반등 노리기?

주 120시간 근무제, 민란 등 실언으로 지지율 ‘휘청’
김종인, “대선후보는 배우만 해야” 지적에… 尹 “배우만 하겠다”

기사승인 2021-07-27 06: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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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고구말’은 국회가 있는 여의도와 고구마, 말의 합성어로 답답한 현실 정치를 풀어보려는 코너입니다. 이를 통해 정치인들이 매일 내뱉는 말을 여과없이 소개하고 발언 속에 담긴 의미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갑작스러운 ‘배우’ 선언을 했다. 최근 지지율이 급락하며 ‘압도적 1위’라는 자리가 흔들리자 대권 전략 수정을 시사한 것이다. 배우론을 내세워 대선 행보 재정비에 나선 윤 전 총장이 지지율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여의도 고구말] ‘입이 방정’ 윤석열, ‘배우 선언’으로 반등 노리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앞으로 배우만 할 것”

윤 전 총장은 지난 24일 그의 대선 캠프인 이른바 ‘국민 캠프’에 새로 합류할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이제 앞으로 배우만 하겠다. 여러분이 알아서 잘 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윤 전 총장의 깜짝 선언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적과 무관하지 않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4일 “대선 후보는 ‘배우’ 역할만 해야 한다. 지금처럼 감독과 배우 역할을 다하려고 해선 안 되고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며 윤 전 총장의 최근 정치 행보를 비판했다. 

총 9명의 인사를 추가 영입한 윤 전 총장은 정책·기획·공보 등 연출에서 손을 떼고 ‘배우’ 역할에 집중할 예정이다. 윤 전 총장의 대선 캠프가 새 단장을 한 만큼 지지율 반등이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다만 윤 전 총장이 ‘배우’ 자격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백혜련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혀 준비되지 않은 후보가 배우가 되겠다는 것은 꼭두각시일 뿐”이라며 “국가와 국민의 불행”이라고 질타했다. 

[여의도 고구말] ‘입이 방정’ 윤석열, ‘배우 선언’으로 반등 노리기?
윤석열 지지자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 앞서 손피켓을 들고 응원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칼잡이 검사가 사람 잡는다”… 실언 덮을 대안 제시할까

정책 비전 제시는 윤 전 총장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정치참여 선언을 하며 화려하게 정치권에 등판했지만 잇단 실언에 국정 운영 철학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주 120시간 근무제’ 발언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며 현 정부의 주 52시간 정책을 겨눴다. 노사 자율로 노동시간을 정해달라는 취지의 현장 목소리 전한 것이다.

이에 윤 전 총장의 노동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주 120시간 노동’ 발언은 우리 사회의 과로 노동 실태, 노동 현장 등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온 시대착오적 노동인식이라는 지적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120시간이면 주 5일을 하루 24시간씩 1분도 쉬지 않고 일해야 한다”며 “칼잡이 솜씨로 부패를 잡으려는 게 아니라 사람 잡는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지역주의 감정을 부추겼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0일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구 시민의 상실감이 컸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초기 코로나19가 퍼진 곳이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이었다면 질서 있는 대처가 안 되고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이는 대구를 치켜세우면서 불필요한 지역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연대와 협력의 자랑스러운 상징이 된 대구를 다른 지역과 갈라쳐 지역감정에 불을 붙이려 했다”고 했고, 같은 당 박용진 의원은 “도대체 민란이 일어났을 것이라는 ‘다른 지역’은 어디를 말하는 거냐”라고 지적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서도 윤 전 총장은 “세금을 걷었다가 나눠주느니 안 걷는 게 낫다”고 발언해 세금 문제, 경제 등에 대한 ‘공백’을 드러냈다. 여권에선 “중학생도 세금을 왜 걷는지 안다(김두관 민주당 의원)”, “국가지도부 된다더니 국가의 책무 전혀 인지하지 못해(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의 질타가 이어졌다.

주요 정책에 대한 발언들이 잇따라 논란에 휩싸이면서 정치인 윤 전 총장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윤 전 총장도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듯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팬데믹과 국가 안보, 경제·사회 문제를 어떻게 할 건지 국민께 그 답을 내놓는 게 급선무다”라며 “늦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hyeonzi@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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