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찔끔' 中 판호 대신 북미·유럽으로 눈돌린다

기사승인 2021-07-27 06: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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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찔끔' 中 판호 대신 북미·유럽으로 눈돌린다
사진=강한결 기자.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국내 게임업계가 최근 북미와 유럽 등 서구권 집중 공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에서 성공을 거둔 인기 게임을 로컬라이징해서 출시하거나, 기획 단계부터 서구권 게임 이용자를 겨냥한 신작들을 개발하고 있다.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권) 규제로 진입장벽이 높아진 중국 대신 새로운 시장인 서구권을 집중 공략한다는 복안이다.

중국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동안 자국 내 유통을 허가하는 ‘외자판호’ 발급 건수를 제한하며 해외 게임업체 규제를 꾸준히 강화해왔다. 자국 게임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2월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서머너즈 워)’를 시작으로 핸드메이드게임즈가 개발한 ‘룸즈: 불가능한 퍼즐’과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이 판호를 받았지만, 향후 판호 발급이 추가적으로 될지 여부에 대해서도 부정적 관측이 더 지배적인 상황이다.  

이후 국내 게임업계는 '그림의 떡'이 된 중국 대신 서구권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2010년 중후반부터 컴투스, 펄어비스 등의 게임사가 북미·유럽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면서 주목도가 높아진 것이다. 특히 크래프톤의 '배틀로얄' 기반 FPS(1인칭 슈팅게임) '배틀그라운드'의 글로벌 대흥행 이후 업계 전반의 자신감도 높아진 상황이다.

게임업계, '찔끔' 中 판호 대신 북미·유럽으로 눈돌린다
사진=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

현재 서구권 시장 공략을 주도하고 있는 게임사는 스마일게이트와 펄어비스다.

스마일게이트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해외 첫 게임 개발 스튜디오 ‘스마일게이트 바르셀로나’ 법인을 설립했다. 아울러 하반기 아마존게임즈를 통해 PC온라인게임 ‘로스트아크’를 북미·유럽에 출시한다. 양사는 현재 이 게임을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을 기반으로 현지화하고 있다. 로스트아크는 아마존게임즈가 유통하는 첫 초대형 게임이다. 그만큼 서구권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스마일게이트는 자사의 대표 캐시카우(주력작)인 FPS 장르 ‘크로스파이어’의 IP(지식재산권)을 활용한 콘솔게임도 개발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콘솔 ‘엑스박스’를 통해 연내 글로벌 출시될 예정이다.

펄어비스는 서구권 시장에 안정적인 기틀을 마련한 상황이다. PC MMMORPG ‘검은사막’은 북미를 비롯한 유럽시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으로 PC와 ‘플레이스테이션4(PS4)’와 ‘엑스박스’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 플랫폼 간의 경계를 허문 ‘크로스 플레이’도 지원한다.

PC·모바일의 수요가 높은 한국과 달리 북미·유럽 게이머들은 콘솔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검은사막이 서구권 시장에 빠르고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던 것도 이같은 요인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게임업계, '찔끔' 中 판호 대신 북미·유럽으로 눈돌린다
사진=펄어비스의 차기작 '붉은사막'. 

펄어비스는 차기작 ‘붉은사막’을 개발중이다. 이 작품은 펄어비스가 검은사막 이후로 처음 선보이는 오리지널 IP 기반의 AAA급(대량의 자본을 투자해 멀티플랫폼으로 발매되는 블록버스터) 게임이다. 북미·유럽 등 서구권 시장 진출을 위해 PC뿐만 아니라 콘솔 플랫폼에도 동시 론칭될 예정이다.

모바일 강자 컴투스의 최근 행보도 주목할 만 하다. 앞서 컴투스는 해외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실적의 경우 해외 매출이 전체의 약 80%인 4045억원에 달한 것. 이중 북미 및 유럽 등 서구권 시장에서만 전체 매출의 절반이 넘는 성과를 올리며 세계 전역에서 견고한 실적을 냈다. 자사 대표작 서머너즈 워가 꾸준히 캐시카우 역할을 수행한 것이 주효했다. 지난 4월 출시된 ‘서머너즈 워: 백년전쟁’ 역시 북미 25%, 유럽 27% 등 절반 이상 매출을 서구권 시장에서 거두고 있다.

또한 지난해 연말 독일의 게임사 ‘아웃 오브 파크 디벨롭먼트(Out of the Park Developments)’를 인수했다. 이 회사의 대표작으로는 텍스트 기반 야구 비즈니스 시뮬레이션 게임 ‘OOTP’가 있다. OOTP는 야구 열기가 뜨거운 북미시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지난 3월부터는 한글화도 지원하고 있다.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의 맏형 격인 넥슨도 서구권 시장 개척을 위해 힘쓰고 있다. 넥슨은 지난 3월 월트디즈니 최고전략책임자(CSO) 출신의 케빈 메이어를 사외이사에 선임했고, 지난 16일엔 액티비전 블리자드 스튜디오의 필름앤텔레비전 대표, 월트디즈니 사업 개발 부문 수석부사장 등을 역임한 닉 반 다이크를 수석부사장 겸 CSO로 영입했다. 자사의 대표 IP의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다만 안일한 방식으로는 난공불락과 같은 북미·유럽시장을 공략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서구권 시장은 블루오션임과 동시에 국내 게임업계가 아직까지 공략하지 못한 영토”라면서 “이러한 시도 자체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서구권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욱 퀄리티를 높여야 한다”며 “단순히 콘솔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플랫폼에 맞춘 최적의 작품을 개발하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sh04khk@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