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또 반대” 말 많은 고교학점제, 안착할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21-08-03 06: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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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또 반대” 말 많은 고교학점제, 안착할 수 있을까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3 학생들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6월 모의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2021.06.03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오는 2025년 전면 도입 예정인 고교학점제를 두고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교원단체는 고교학점제 시행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대학처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골라 듣고 정해진 학점을 채우면 졸업을 인정하는 제도다. 지난 2018년부터 연구·선도학교를 중심으로 도입됐다. 오는 2022년부터는 전체 직업계고에서 전면 시행된다. 2025년 전국 모든 고교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일 교총에 따르면 고교 교원 72%는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도입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지난달 16일부터 19일 전국 고교 교원 2206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다. 찬성은 27.7%에 그쳤다. 응답자들은 ‘학교 현장의 제도 이해 및 제반 여건 미흡’(38.5%), ‘학생 선택 및 자기주도성 강조가 교육의 결과를 온전히 담보할 수 없음’(35.3%) 등을 주요 반대 이유로 꼽았다. 대입제도와의 불일치 12.5%, 취지는 공감하나 2025년 도입은 시기상조 13.7% 등으로 나타났다. 

전교조도 지난달 22일 자체 의견조사를 발표했다. 939개 일반계고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중 548개교가 조사에 응했다. ‘재검토 및 문제점 개선 필요’ 65.8% ‘반대’ 26.9%, 찬성 7.3%로 집계됐다. 전체 응답자 중 92.7%가 고교학점제가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반대 또 반대” 말 많은 고교학점제, 안착할 수 있을까  
전교조는 지난달 22일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의견조사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전교조 제공

교사 인력 부족은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한 교사가 여러 과목을 맡거나 본인의 전광과 상관없는 분야를 가르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교총 설문조사에서는 91.2%가 ‘다양한 과목 개설 위한 충분한 교사 수급 불가’를 문제라고 봤다. 고교학점제 시행 학교를 대상으로 한 전교조 의견조사에서는 ‘학교에서 3과목 이상 담당하는 교사가 있다’는 응답이 91.3%에 달했다. 4과목 이상 27.7%, 5과목 이상 3.8%였다. 교사 희망에 반해 전공 관련 없는 과목을 담당하는 경우도 34.7%로 나타났다.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일까. 고교학점제가 취지와 달리 서열화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학교마다 개설 과목과 교원 인력 등이 차이가 나게 되면 여건이 우수한 명문 학교에 학생들이 쏠릴 수 있다는 의견이다. 교총 설문조사에서 ‘교육 여건이 우수한 명문 학교 선호 현상 증가’ 여부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45.4%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다 33%, 보통 12.3%, 그렇지 않다 5.9%, 매우 그렇지 않다 3.4% 순이다. 대도시와 농어촌의 인적·물적 격차를 메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학력 양극화 우려도 있다. 교총은 “상위권 학생에게는 다양한 교육 기회를 부여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나 하위권 학생에게는 이도 저도 아닌 형식상 교육 이수에 그칠 수 있다”며 “학력계층 간 이동을 더욱 어렵게 만들며 양극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설문에 응한 교사들은 “가정의 경제력 차이가 정보력의 차이로 이어져 학력차를 강화시킬 수 있다”, “고교 수준에서 진로에 관심 없는 학생이 많을 수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차별 없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는 편이 낫다”고 이야기했다.
 
“반대 또 반대” 말 많은 고교학점제, 안착할 수 있을까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통지표 배부일인 23일 오전 서울 하계동 해성여자고등학교에서 담임 션생님이 학생들에게 수능 성적표를 나눠주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현행 대입제도와 고교학점제의 ‘엇박자’도 문제다. 문재인 정부는 공정한 대입을 위한 ‘정시확대’를 교육 정책 기조로 세웠다. 고교에서는 수능 과목에 맞춘 수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면 수능 과목에 대한 중점적인 지도는 이뤄지기 힘들다. 전교조 의견조사에서 고교학점제 관련 요구사항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71.3%는 ‘대입제도 개편방안 우선 제시’를 꼽았다.

교육노동운동의전망을찾는사람들(교찾사) 교육과정연구팀장인 박영진 교사는 지난달 24일 진행된 ‘고교학점제와 입시교육’ 온라인 토론회에서 “상위권을 위한 진로탐색과목과 하위권을 위한 각각 편성될 것”이라며 “교육과정의 불평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성취평가제가 실시되더라도 얼마든지 고교내신을 상대평가로 반영할 수 있다”며 “대학입시에서 정성평가 도입은 필연적이다. 이는 곧 대학별 고사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교육부는 남은 기간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총이나 전교조 모두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교원단체와 현장의 이야기를 계속 듣겠다”고 밝혔다. 이어 “(고교학점제처럼) 새로운 정책을 오랜 기간 준비하는 것이 흔치 않다”며 “현장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soyeon@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