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S 외국인 탈세’ 해외에선 적발…한국증시는 무방비

미국 금융감독청, 외국인 TRS 탈세 적발…금융사에 벌금 부과
국내에서는 증권사들이 국세청 과세방침에 반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증권사 검찰 고발

기사승인 2021-08-11 06: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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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S 외국인 탈세’ 해외에선 적발…한국증시는 무방비
국세청 제공

[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해외에서는 총수익스와프(TRS)를 통한 외국인 조세회피를 탈세로 규정하고 적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증시에서는 TRS 거래가 외국인 과세 사각지대로 남아있는 상태다. 쿠키뉴스는 최근 5년간 TRS를 통한 외국인 탈세 의심액이 포함된 거래만 220조원이 넘는다고 지난달 28일 단독 보도했다.

11일 쿠키뉴스 취재에 따르면 미국 금융감독청은 지난 2009년 TRS 거래를 통한 외국인 탈세를 적발해 관련 금융사에 벌금을 부과했다. 감독청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TRS를 통해 얻은 주식 배당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봤다. 미국 조세법에 따라 외국인들의 배당 소득은 과세 대상이지만, TRS 소득으로 포장해 세금을 내지 않은 점을 지적한 셈이다. 외국인과 TRS 거래를 맺은 금융사들에게는 탈세를 방조하고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가 적용됐다. 당시 시티그룹 등 금융사에 외국인 세금포탈 방조 혐의로 벌금이 부과됐다.

미국의 외국인 TRS 탈세 적발 사례는 최근 국내 국세청의 과세처분과 유사하다. 국세청은 국내 증권사들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TRS 소득에 대해 원천징수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외국인들이 TRS 거래를 통해 이자와 주식 배당소득액을 받아 감에도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고 제동을 건 것이다. 당초 외국인들의 이자와 배당소득액은 원천징수 되어야 하는 국내 세수지만, TRS를 통해 세금을 내지 않고 빠져나간 셈이다. 국세청은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TRS를 통해 지급되는 소득의 성격을 따져 과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세청의 과세 방침은 증권사들의 강경한 반발에 부딪힌 상황이다. 외국인 TRS 거래액의 99%를 차지하는 관련 대형 증권사들이 국세청을 상대로 조세불복에 나섰다. 국세청의 과세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심판 청구를 넣은 상태다. 국내 세금제도에 따르면 파생상품 소득을 성격별로 분류해 과세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국내 개인 주식투자자 단체는 증권사들을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한마디로 후진적인 자본시장의 한 단면을 보여준 사례라고 본다. 일반인도 아닌 금융기관이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라는 기본을 무시하고 외국인에게 특혜를 주고 있다. 명백한 국부유출”이라며 “미국에서는 이미 유사 사례로 지난 2000년대 초반에 문제가 되어 은행이 벌금을 물고 세금을 자진 납부했다. 문제가 된 증권사들은 소송으로 끌고 가서 연체료까지 부담함으로써 주주가치를 훼손 하지 말고 자진 납부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 대표는 “한투연은 외국인과의 계약과 거래 과정에서 증권사들의 불공정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수사를 위해 조만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제업계 전문가는 외국인 TRS 탈세 논란이 열거주의의 한계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과세 체계 중 국내에서 채택한 열거주의는 과세대상소득으로 정한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할 수 있는 방식이다. 미국에서 채택한 포괄주의는 비과세로 규정한 대상 이외의 모든 소득에 세금이 부과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홍범교 연구기획실장은 “미국은 세금 부과에 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고, 한국은 열거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는 파생상품의 성격을 감안하면 열거주의하에서는 적절히 세금을 걷기에 한계가 있다”며 “조세심판원에서 TRS를 통한 소득 성격 전환을 어디까지 인정해주느냐는 결과를 지켜봐야 할 문제다. 다만 (과세공백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국세청처럼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서 과세하는 게 최선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쿠키뉴스 취재결과 탈세 의심 거래가 포함된 외국인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대금은 224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증권사별 거래대금 규모는 △미래에셋증권 111조632억원 △한국투자증권 40조3286억원 △신한금융투자 24조1220억원 △NH투자증권 19조666억원 △하나금융투자 13조2399억원 △삼성증권 9조9037억원 △KB증권 6조3828억원 △유안타증권 1298억원 △대신증권 1101억원 △교보증권 518억원 △하이투자증권 318억원 △신영증권 219억원 △키움증권 113억원 △IBK투자증권 58억원 등이다.

ysyu1015@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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