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각자’ 카카오에 박수를

기사승인 2021-08-19 06: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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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선각자’ 카카오에 박수를
[쿠키뉴스] 송금종 기자 = ‘선각자’라는 말을 찾아보니 ‘남보다 앞서서 깨달은 사람’이라고 한다. 열린 사고로 혁신을 추구하는 자라고도 할 수 있겠다. 토종기업 카카오에 가장 어울리는 단어를 고심하다 찾은 단어가 선각자다.

스마트 호출 탄력 요금을 최대 5000원까지 받겠다고 해 논란이 일자, 당사자인 카카오가 계획을 접었다. 소비자 부담이 클 수 있다는 여론을 의식해서다. 카카오는 2000원을 넘지 않게 요금제를 운영하기로 했다.

누구는 ‘당연한’ 처사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필자는 다르다. 솔직히 안타깝다.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카카오는 사기업이다. 이윤을 최고로 여기는 사기업이, 윤리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서비스를 하려는데 제약이 심하다.

사실 카카오가 끼치는 영향력은 대단하다. 운수는 물론 유통, 콘텐츠, 금융 등 다양하다. 택시 호출 서비스 90%를 점유하고 있다. 콜 서비스가 국내에 차고 넘칠 때 편의성을 무기로 업계 1위로 올라섰다.

현장도 인정한다. 카카오 ‘콜’ 기능을 이용해 손님을 잡는 게 훨씬 수월하다. 하루 22명 손님 중 3명 빼고 모두 ‘콜’이었던 얘기를 기사에게서 실제로 들었다.

카카오가 시도한 요금제도 수요가 몰리면 요금이 오르고 덜하면 적은 구조다. 차를 더 빨리 잡아서 이동하고 싶은 소비자는 값을 더 내면 된다. 그리고 선택제다. 이용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기사도 요금을 더 받을 수 있다. 서로 ‘윈윈’이다. 하지만 택시 단체는 거부했다. 새 요금제는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조차 못 받고 자취를 감췄다. 11일만이다. 카카오는 그사이 욕만 실컷 먹었다.

혁신은 손바닥 뒤집기가 아니다. 꾸준한 시도와 담금질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시도조차 꺼린다. ‘질서’를 핑계 삼아 인습을 답습한다.

모빌리티 업계는 ‘서비스 실험 환경이 녹록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규제도 문제지만 그 속내를 파보면 거대한 ‘벽’이 있다. 혁신을 가로막는 건 단단한 카르텔이 아닐까.

소비자도 사실 문제다. 요금 올려서 배만 채우려 한다고 손가락질 하는 건 비겁하다. 명품을 사려고 대낮부터 줄을 서면서 서비스를 더 좋게 만들려는 시도엔 왜 관대하지 못한 걸까. 이런 환경에서 서비스 혁신이 가능할지 의심된다.

예나 지금이나 선각자는 늘 외면 받았다. 그러나 결말은 동일하다. 시간이 지나면 모두가 인정한다. 카카오도 그러리라 믿는다. 잘못이 있다면, 시대를 앞서도 한참 앞선 게 잘못이다.

무튼 이번 결정을 한 카카오에 박수를 보낸다. 격려의 박수다. 더 나은 서비스로 화답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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