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점령 아프간, 현장은 ‘아비규환’

김동운 / 기사승인 : 2021-08-18 20:4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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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의 ‘거짓말’…“참상 이어졌다” 증언 잇달아
대통령부터 현금들고 탈출…“많은 난민 발생할 것”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지난 1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하고 전쟁 종식을 선언한 탈레반. 약 48시간이 지난 현재 아프가니스탄은 ‘아비규환’으로 변모했다. 탈레반은 국제 외교채널을 통해 주민과 외교 관련 인사들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온건한 모습을 보였지만, 탈레반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국경을 넘는 아프간 국민들과 처형당하는 외국 협조자 등으로 사실상 아프간 전체가 우범지대로 변모했다는 분석이다.

알자지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프간 정권 붕괴 후 카불을 수중에 넣은 탈레반은 15일(현지시간) 아프간 대통령궁까지 점령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미국이 지난 5월 아프간 주둔 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시작한 지 약 4개월만이자, 탈레반이 이달 6일을 전후해 주요 거점 도시들을 장악한 지 불과 10일만에 이뤄진 일이다.

탈레반은 공식 대변인을 통해 아프간인들에게 평정을 유지하라고 촉구하면서 “아프간에서 전쟁은 끝났다”며 통치 방식과 정권 형태를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모하마드 나임 탈레반 대변인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곧 아프간 새 정부의 윤곽이 곧 드러날 것”이라며 “탈레반은 고립된 채 살고 싶지 않고, 평화적인 국제관계를 원한다”고 말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탈레반의 ‘거짓말’…“참상 이어졌다” 증언 잇달아

하지만 탈레반이 약속한 ‘평화적’인 모습은 표면에 불과했다. 아프간을 탈출한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아프간은 무고한 시민들이 죽어나가는 ‘지옥도’ 그 자체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EFE통신이 현지 파지호크 아프간 뉴스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18일(현지시간) 아프간 국기를 앞세운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 탈레반 대원은 이날 동부 낭가르하르주의 주도인 잘랄라바드에서 시위대를 향해 총을 쐈다.

당시 시위대는 대형 국기 등을 들고 원복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최근 아프간 장악 후 기존 정부의 국기를 자신들을 상징하는 깃발로 교체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17일 타크하르주 주도 탈로칸에서는 부르카(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여성이 총에 맞아 숨졌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탈레반 수중에 넘어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전날 마지막 교민과 함께 빠져나온 최태호 주아프간대사도 “영화에서 보는 전쟁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증언헀다. 최태호 주아프간대사는 지난 17일 철수 당시 “옛날 배를 타듯 수송기 바닥에 다 모여 앉았다”며 “탑승자 대부분은 (탑승) 우선권이 있는 미국인, 저 같은 제3국인, 아프간인도 일부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는 철수작전의 실행으로 한국인은 모두 무사히 피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불 AFP=연합뉴스

대통령부터 현금들고 탈출…“많은 난민 발생할 것”

이처럼 미국을 비롯한 아프간 주재 해외 국가 인원들이 잇달아 탈출하면서 수많은 아프간 국민들이 탈출을 감행하고 있다. 탈레반은 카불 점령 직후 미국(외국)과 협력한 국민들에게 위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지만, 그들이 탈레반에 붙잡혀 처형됐다는 증언이 잇달아 일어나면서 목숨을 지키기 위해 탈출을 감행하고 있는 것.

미국 군사전문매체 디펜스원은 16일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아프간인들을 태우고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까지 운항한 미공군 C-17 글로브마스터 수송기 내부를 촬영한 사진을 입수해 보도했다. 사진을 보면 수송기 안에 아프간 민간인 수백 명이 발디딜 틈 없이 꽉 채워 앉아있다. 당시 탑승 인원은 애초 800명으로 알려졌지만 추후 640명으로 확인됐다.

탈레반에 함락되자 이날 카불의 하미드카르자이국제공항 활주로에는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아프간인이 몰려들었다. 이 때문에 공항은 수시간 운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탈출을 위해 수송기 렌딩기어에 매달렸다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도 일어나기까지 했다.

한편 거취가 불분명했던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의 이야기도 전해졌다. 가니 대통령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려 하자 대통령궁을 빠져나와 국외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은 지난 16일 카불 주재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를 인용해 “가니 대통령은 정부가 붕괴할 때 돈으로 가득한 차 네 대와 함께 탈출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가니 대통령은 현금을 다 들고가지 못해 공항에 현금을 버리고 가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카불 EPA 연합뉴스

남은 자들과 탈출한 자들…“보호 대책 마련해야”

탈레반에게 점령당한 아프간 국토에 남아있는 국민들은 그간 누려왔던 자유를 하나둘씩 박탈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제사회는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으로 그간 점진적으로 향상됐던 여성인권 및 아동교육 등이 이전 수준으로 후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00년대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을 지배하면서 극단적 이슬람 율법을 적용한 바 있다. 당시 탈레반은 음악, TV 등 오락을 금지했고, 여성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도록 하고 탈레반 조직원과 강제결혼 시키는 등의 제도를 도입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지난 6월 북부 타하르주의 루스타크 지역을 점령한 탈레반은 이 지역 주민들을 모스크에 불러 모은 뒤 15세 이상의 모든 소녀와 40세 미만의 과부는 반드시 탈레반 군인들과 결혼해야 한다고 선포하고 강제 결혼을 시켰다. 또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던 모습과 달리 여자아이들은 학교에 가더라도 종교 수업만 받을 수 있고 실제론 여자애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고 전해졌다.

해외로 탈출에 성공한 아프간 민간인들도 심각한 곤란에 처한 상황이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약 40만명의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발생했고, 지금도 난민의 수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 난민옹호단체 모임인 난민인권네트워크는 17일 성명을 내고 “최근 아프간에 있는 한국 기관에서 근무하던 현지인 수백 명이 탈레반으로부터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미 일부 현지인은 총격 테러 등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지인 근무자와 그들의 가족이 한국으로 피난할 수 있도록 사증 발급 등의 대책을 한국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며 “현지 정세의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기기 전까지 국내에 머무는 아프간인의 본국 송환을 즉각 중단하고, 체류를 허가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