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왜 경찰들은 거리두기 안 지키냐고?

기사승인 2021-08-19 13: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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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왜 경찰들은 거리두기 안 지키냐고?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경찰들부터 거리두기 지켜!”

지난 광복절 연휴 서울 도심에서 집회, 행사 등이 이어졌다. 앞서 방역당국과 경찰, 지자체는 감염병 확산세를 막기 위해 시위를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거나 엄정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광화문, 서울역 등에 몰렸다.

경찰은 이를 막기 위해 도심에 81개 검문소를 설치하고 186개 부대를 투입해 전면 차단했다. 경찰버스로 차벽을 세우고, 철제 펜스로 사람들이 모일 수 없도록 출입을 통제했다. 아울러 대규모 인원 운집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광화문 인근 역의 무정차 통과와 일부 출입구 폐쇄, 노선버스 우회 조치 등도 시행했다. 

거리로 나선 행사 및 집회 참여자들은 현 정부를 비판하는 피켓 등을 들고 목청껏 소리쳤다. “정치 방역 중단하라”, “빨갱이는 물러나라”, “문재인을 탄핵하자” 등등 여러 문구가 서울 도심에 울려 퍼졌다. 일부는 마스크도 쓰지 않아 시민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서울역 광장, 서울시청, 광화문 광장 등은 이미 경찰들의 출입 통제로 모일 수 없게 되자, 이들은 탑골공원 옆 송해길에 모였다. 깃발과 피켓 등을 들고 경찰과 대치하면서 우리의 자유를 보장해달라, 왜 가지 못하게 하느냐고 경찰에게 따져 물었다. 현장에 있던 방송사 기자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진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얘기했듯 경찰은 감염병 확산의 우려로 이들을 통제했다.

문제는 지금 현 상황이 코로나19 4차 유행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연일 20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이때, 굳이 이렇게 해야 했냐는 것이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이라는 특수한 상황도 고려해야 하다. 감염병 상황에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생각한다면 옳지 못한 판단이었다.

경찰들이 거리에 나오게 된 건 이들 때문이다. 경찰들도 여름 한낮에 뜨거운 햇볕 아래서 광복절 연휴를 보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취재현장에 있던 기자는 경찰들 서로가 어디서 왔냐고 묻는 대화를 듣게 됐다 대구,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파견된 것으로 보였다. 가족과의 시간도 포기한 채 감염병을 막기 위해 이만한 인력과 자원이 투입됐다.

이들에게 제공되는 보상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되지 않지만, 국민들의 세금도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감염병 상황에서 집회를 막기 한 경찰력에 쓰인 세금이 아깝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지출하지 않아도 됐을 세금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날 도심 집회로 인해 의도치 않게 피해를 입은 이들도 많을 것이다. 차벽과 철제 펜스에 시민들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곳에 있는 편의점주는 “애초에 지나가는 사람도 많지 않았는데, 이렇게 막아버렸다. 손님이 오겠는가”라며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취재 과정에서 헛웃음이 나오는 순간도 있었다. 이날 참가자들이 경찰들에게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는다고 나무라는 장면이었다. 과속하는 차량을 통제하기 위해 경찰차가 뒤따라간다면 그 경찰차도 과속으로 딱지를 떼야 하야하나라는 물음표가 떠올랐다. 경찰들이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위해 거리두기를 하지 못한 것이다.

nswreal@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