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 언제까지 의료인의 영역으로 봐야 하나

타투이스트, 행정적으로는 직업으로 인정… 사법 판단 따르면 ‘불법’

기사승인 2021-08-28 06: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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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 언제까지 의료인의 영역으로 봐야 하나
사진=타투이스트유니온 제공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대한민국에서 의료인이 아닌 사람의 타투 시술은 불법이다. 이는 지난 1992년 대법원의 판례 때문이다. 당시 대법원은 눈썹 문신(타투)을 포함한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판단했다. 이 판례로 인해 지난 30여년간 우리나라에서 타투이스트들의 타투 시술은 ‘불법’의 영역에 머물러 왔다.

타투이스트의 타투 시술은 의료법 27조,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 5조에 따라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로 판단된다. 대법원은 부작용 가능성, 감염 우려 등으로 타투 시술을 ‘의료행위’로 판단했고, 그 이후 법리 판단이 달라지지 않았다.
 
문신사들은 타투 시술을 직업으로 택할 수 있는 자격 요건을 법률로 정하지 않고 있어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다는 취지로 수차례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모두 기각 또는 각하 처리했다. 헌법재판소는 “고유한 의미의 문신 시술 행위는 피시술자의 생명, 신체 또는 보건위생상의 위해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며 문신 시술은 의료행위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법적 판단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나온다. 특히 이슬람국가 등을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문신을 의료행위로 규정하고, 문신사들의 시술이 불법인 국가는 대한민국이 거의 유일하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또 최근 문신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시술을 받는 이들이 늘고 있음에도 정작 문신사 또는 타투이스트는 불법을 일삼게 되는 상황이다.

실제 타투 경험자의 대부분은 의사가 아닌 비의료인으로부터 시술을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문신 시술 실태조사 및 안전관리 방안 마련 보고서’에 따르면 타투 경험자 171명 중 1명(0.6%) 만이 의사에게 시술받았고, 나머지 경험자는 현행법상 불법인 ‘문신전문샵(66.3%), 미용시설(24.3%), 오피스텔(6.6%) 등에서 시술받았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2016년 반영구미용사중앙회가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문신 인구는 반영구 문신 경험자 1000만명, 영구 문신자 300만명으로 1300만명에 달한다. 또 한국타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문신 시술 종사자는 22만명, 시장규모는 1조2000억원 이상인 산업 분야다.

30여년전 대법원 판례에 따른 법적 판단과 정부의 행정상 판단에서도 괴리는 크다.

타투이스트들은 행정상으로 보면 하나의 직업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2015년 고용노동부는 ‘미래유망신직업 선정’에서 정부육성 지원 신직업으로 ‘문신아티스트’를 포함하며 42299라는 한국표준직업분류 직업코드를 명시했다. 또 사업자등록번호 930925를 통해 ‘문신업’으로 영업도 가능하다.

특히 지난해 국세청은 타투이스트들의 스튜디오를 방문해 ‘정식 사업자’ 분류로 사업자등록을 하도록 해 시술 등의 작업할 것을 권유했고, 직권으로 등록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사법적으로는 여전히 불법이다. 따라서 사업자등록을 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타투 시술을 하면 타투이스트들은 그 즉시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 행정상으로는 직업코드를 부여받은 공식 직업이자 사업자등록도 가능하지만, 사법체계에서는 문신 시술 행위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지금의 현실에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타투, 언제까지 의료인의 영역으로 봐야 하나
사진=정의당 류호정 의원 페이스북 

그동안 의료인인 아닌 이들의 문신 시술에 대한 합법화 노력은 계속돼 왔다. 국회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타투와 반영구문신 합법화를 위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입법화되지 못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 정의당 류호정 의원 등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상정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타투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은 많지만,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국민 절반 가량은 찬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데이터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23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타투에 대한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32.2%(매우 긍정적 6.6%, 다소 긍정적 25.6%),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62.3%(다소 부정적 38.8%, 매우 부정적 23.5%)였다. 국민 절반 이상은 타투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강했다. 

반면 타투이스트의 문신 시술 합법화에 대해선 국민 절반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법화 찬성은 50.0%(적극 찬성 20.8%, 다소 찬성 29.2%), 반대는 44.3%(다소 반대 24.2%, 적극 반대 20.1%)였다.

김도윤 타투이스트유니온 지회장은 “타투시술이 어떤 법률안에도 불법이라고 명시되지 않았다. 오로지 1992년 대법원 판례 때문”이라며 “직업으로서 인정받고 있지만, 사법 영역에서는 불법이라고 말한다. 사법과 행정의 충돌이라고 봐야 한다. 사법부가 이 일을 해결해야 한다. 반영구문신을 직업으로 하는 이들까지 포함해 20만명이 직업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법이 없어서 지켜야 하는 규정도 없다. 이로 인해 소비자도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라며 “4명 중 1명이 반영구문신이나 타투를 가지고 있는 게 대한민국 현실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타투이스트의 타투 시술이 불법이 나라다”라고 말했다.

특히 김 지회장은 “법과 제도를 만든다고 타투를 권장하는 게 아니다. 감염의 우려, 부작용 등을 관리해야 하니 오히려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안전을 지키는 게 우리의 직업을 지키는 일이다. 타투는 치료가 아니다. 타투를 의료행위로 본다는 궤변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nswreal@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