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대 왕릉 동구릉, 조류서식도 도심 최대

곽경근 / 기사승인 : 2021-08-29 05: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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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릉 봄·여름 조류생태 조사, 번식 종 등 67종 확인

동구릉(東九陵)은 ‘한양 동(東)쪽에 있는 아홉(九) 기의 왕릉’이라는 뜻으로, 조선을 건국한 태조고황제(太祖高皇帝)를 비롯해 7명의 왕과 10명의 왕비가 잠들어 있는 곳으로 조선 최대의 왕릉군이다. 야생조류교육센터 그린새와 쿠키뉴스 생태조사팀은 지난 4월에서 7월까지 4개월간 조류 모니터링을 통해 번식 조류 33종을 포함 총 67종의 봄·여름 텃새와 여름철새를 확인했다.

-전통 숲 잘 보존하고 가꾸니 온갖 새들 깃들어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 등 다양한 조류 번식 및 서식
-가을과 겨울, 2차 조사 마치면 100여종 넘을 듯
-일반적 모니터링과 달리 33종의 번식 확인은 유의미
-조류 외 하늘다람쥐, 너구리, 맹꽁이 등 포유류와 양서파충류도 다수
-수목 관리 및 보존 상태 좋은 도심 왕릉은 동식물 서식 적지 
되지빠귀가 동구릉 왕릉 숲에서 새끼들을 키우고 있다. 동구릉에 다양한 새들이 번식하고 있다는 것은 안정적인 생태계를 이루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쿠키뉴스] 구리· 곽경근 대기자 = 야생조류교육센터 그린새와 쿠키뉴스 생태조사팀은 조선 왕실 최대 규모의 왕릉 군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동구릉(東九陵)의 1차 조류생태 조사를 마쳤다. 지난 4월 초에서 7월 말까지 10회에 걸쳐 야생조류교육센터 그린새 서정화 대표(58·이하 서 대표)와 팀원 5명, 쿠키뉴스 2명 등 총 8인이 4개월 간 주야간 모니터링에 참여했다.
조사팀이 소쩍새, 솔부엉이 등 야행성 조류를 관찰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야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동구릉 측의 협조아래 이뤄진 이번 조사에서 총 67종의 텃새와 여름철새의 번식과 서식 상태를 확인했다. 서 대표는 “가을과 겨울까지 2차 조사를 진행하면 동구릉에 서식하는 조류는 100종이 훨씬 넘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수도권 도심에서 단일면적 대비 조류 서식이 최고일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조사를 통해 전통 숲이 잘 보존된 동구릉이 조류를 비롯해 동식물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생태보고(生態寶庫) 임이 재확인된 셈이다.
고라니가 여유롭게 왕릉을 산책하고 있다.

경기도 구리시에 위치한 사적 제193호 동구릉은 ‘한양 동(東)쪽에 있는 아홉(九) 기의 왕릉’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왕조 518년의 역사가 오롯이 담긴 동구릉은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健元陵)부터 문조의 수릉(綏陵)까지 조선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세계적 문화유산이다.
번식 중인 참매가족

지난 해 봄, 쿠키뉴스 생태조사팀은 동구릉에서 ‘바람의 사냥꾼’ 참매(천연기념물 제323-1호)의 번식과정을 두 달간 심층 취재해 보도한바 있다. 이번 동구릉의 전반적인 조류생태 및 동식물의 서식환경을 살펴보면서 사람의 간섭이 적고 오랜 세월 왕릉으로서 수목 보존 및 관리가 잘 이루어진 덕분에 녹지면적이 비슷한 타 지역에 비해서 생태환경이 뛰어남을 알 수 있었다.
노송과 참나무 등 침엽수와 활엽수가 적절하게 조성되어 있는 동구릉

조선왕릉의 맏형 격인 동구릉은 타 왕릉에 비해 면적도 넓지만 오래된 소나무(老松)와 굵은 참나무 군락이 조화롭게 섞여있는 혼효림이어서 새들의 먹이가 풍부할 뿐 아니라 왕릉 숲 사이를 끼고 흐르는 아담한 계곡은 새들이 씻고 마실 수 있는 장소로 부족함이 없다. 또한 아직도 통제구역이 많아 새들이 안심하고 새끼를 키우고 쉴만한 공간 역시 넉넉하다. 능 주변으로 하루가 다르게 들어서는 아파트 및 고층 건물에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새들이 능 안으로 모여드는 이유다.
동구릉의 조류 번식현황도/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의 보호를 위해 이들의 위치는 지도에서 표시하지 않았다.

이번 4개월간 동구릉 내 조류 서식 현황 및 번식지 조사를 통해 천연기념물 6종과 멸종위기종 2급 5종, 번식 확인 종 33종, 둥지 확인 종 20종, 번식지 미확인 종 등 총 67종의 서식과 번식 상태를 확인하고 번식 현황을 지도로도 만들었다.
소쩍새

수리부엉이

솔부엉이

천연기념물로는 붉은배새매(천연기념물 제323-2호), 소쩍새(천연기념물 제324-6호), 솔부엉이(천연기념물 제324-3호), 수리부엉이(천연기념물 제324-2호), 원앙(천연기념물 제327호), 참매와 멸종 위기종으로는 긴꼬리딱새(삼광조), 벌매 등이 동구릉에서 터를 잡고 살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원앙

하늘다람쥐

번식 중이거나 번식한 새로는 참매, 원앙, 소쩍새, 솔부엉이, 오색딱다구리, 큰오색딱다구리, 아물쇠딱다구리, 노랑할미새, 알락할미새, 칡때까치, 큰유리새, 흰눈썹황금새, 되지빠귀, 뷹은머리오목눈이, 산솔새, 오목눈이, 박새, 곤줄박이, 어치 등 33종에 이른다. 이 외에도 호반새와 노랑턱멧새 등 6종은 번식은 확인되었지만 번식지를 찾지는 못했다. 조류 외 하늘다람쥐, 고라니, 너구리, 맹꽁이, 참개구리 등 포유류와 양서파충류도 다수 확인되었다.

야생조류교육센터 그린새 서정화 대표가 백로·왜가리 집단서식지에서 초망원렌즈로 백로 및 왜가리 둥지를 촬영하고 있다.

서 대표는 “동구릉은 넓은 면적에 잘 보존된 왕릉 숲을 비롯하여 연지(蓮池) 와 깨끗한 물이 흐르는 나지막한 계곡 등 조류들이 서식하기 좋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맹금류부터 곤충류까지 먹이사슬 구조도 자연스럽게 잘 이루어져 있어서 희귀 천연기념물과 멸종 위기종을 비롯 다양한 텃새와 철새, 나그네새들의 보금자리를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새들은 서식환경이 맞아야 번식이 가능한데 33종이나 번식이 확인된 것은 그만큼 동구릉의 생태환경이 뛰어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특히 동구릉에서 일반적 조류모니터링과 달리 33종의 번식상태까지 조사가 이루어진 것은 유의미 일이다.
왜가리 가족

동구릉의 연지 뒤편에는 왜가리와 백로의 집단번식지가 자리한다. 왕릉 숲을 산책하다 만개한 연꽃 위로 백로들이 유유히 나는 그림 같은 풍경에 관람객의 감탄사가 이어진다.
동구릉 내 연못(연지)에 연꽃이 만개했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조선왕릉동부지구관리소 송시경 소장은 “경복궁의 약 4.5배 면적에 달하는 동구릉은 문화와 생태가 공존하는 역사공간이다. 동구릉 숲길을 호젓이 걷다보면 어느새 조선의 한복판 있는 느낌이 들 정도”라며 “60만평의 넓은 공간에 조성되어 있는 수목 및 문화재를 정성껏 관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깃드는 것 같다”고 말한다. 송 소장은 “환경을 우선으로 생각해 방제약품도 친환경 제품 위주로 사용하다보니 숲이나 물가에 사는 벌레나 곤충들이 방제가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관람객 중 가끔 불만을 말씀하기도 한다. 이해바란다.”고 말했다.
호반새

이번 생태조사에 참여한 야생조류교육센터 그린새 길영숙 씨는 “여러 차례 동구릉을 방문했었지만 동구릉의 생태 다양성에 대해 놀랐다. 평소에 갈 수 없었던 능의 구석구석 다니면서 귀한 새들을 발견하는 기쁨이 컸다”면서 “최고의 왕릉인 동구릉 생태조사를 마친 후 이곳 생태조사가 본보기가 돼서 다른 왕릉의 생태조사도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왕릉 숲은 역사와 문화의 장소일 뿐더러 새 생명을 잉태하고 키워나가는 도심 속 어머니 품 같은 생태공간이다.
야생조류교육센터 그린새와 쿠키뉴스 생태조사팀은 도심의 생태축인 동구릉의 가을과 겨울의 조류생태 및 전반적 동식물까지 2차 조사도 이어갈 계획이다.
kkkwak7@kukinews.com  사진=곽경근/서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