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표의 사진 하나 생각 하나] 극단 지양의 중용을 다시 생각한다

최문갑 / 기사승인 : 2021-08-28 16:4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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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표 (우리마을대학 제2대학 학장)

박한표 학장
'잊지 말고, 조장도 말 것'이라는 '물망 물조장'이란 말을 나는 좋아한다. 이 말은 '필유사언이물정(必有事焉而勿正) 심물망 물조장(心勿忘 勿助長)'이란 말에서 나왔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할 뿐 바로 잡으려고 하지 말며, 마음으로 잊지도 않되 조장하지도 말 것'이라는 뜻이다. 맹자 이야기이다. 맹자는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는 법을 설명하면서 '알묘조장(揠苗助長)'이니, '발묘조장(拔苗助長)'이란 말을 하였다. 

중국 춘추시대 송나라에 성격이 급한 농부가 있었다. 그는 이른 봄부터 밭에 나와 부지런히 씨를 뿌리며 한 해 농사가 잘 되기를 소원했다. 그런데 매일같이 밭에 나와 살펴봐도 곡식 싹이 잘 자라는 것 같지 않았다. 농부는 안타까운 나머지 싹이 빨리 자라도록 돕고 싶어 싹 한 포기를 잡아당겼다. 싹의 키가 확실히 커 보였다. 이윽고 밭의 모든 싹을 다 잡아당기고는 집에 돌아와 가족들에게 자랑스레 말했다. “오늘 내가 곡식이 잘 자라도록 도와주느라 너무 피곤하다.” 놀란 아들이 날이 밝자마자 밭으로 뛰어가 보니 밭의 싹이 모두 시들거나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빨리 자라도록 도와준다며 싹을 잡아 뽑는 어리석은 농부의 이 이야기에서 ‘알묘조장’(苗助長) 또는 ‘발묘조장’(拔苗助長)이란 고사성어가 나왔다. ‘바람직하지 않은 일을 더 심해지도록 부추긴다’는 뜻의 ‘조장’(助長)이란 단어도 여기서 유래했다. 

당장의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본래 목표를 버려서도 안 되고, 빨리 결과를 보려고 성급하게 굴거나 무리수를 둬 목표 자체를 해치는 일은 더더욱 안 된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스스로 노력하되 서두르지 않고 인내를 가지고 순리를 쫓는 자세가 중요하다. 극단을 지양하고 중용의 도리를 견지하는 것이다. 

<중용>에 ‘연비어약(鳶飛魚躍)'이란 말이 있다. '솔개가 하늘을 날고, 물고기가 연못에서 뛰어 오른다'는 <시경>의 구절이다. 세상 만물이 자연법칙을 따라 저마다 삶을 영위하는 것이 천도(天道)라는 중용의 가르침이다. 


장자는 하늘이 준 본래의 재질, 본래의 바탕을 일러 재(才-덕-본성)라 하고, 이를 온전히 지키는 것을 재전(才全)이라 했다. 우리의 본바탕을 온전히 지킨다는 것은 한마디로 우리의 마음이 우리에게 주어진 여러 가지 인간의 조건에 흔들리지 않는 것, 그리하여 본마음을 그대로 지킨다는 뜻이다. 우리의 외부의 조건을, 사철이 바뀌듯이 사물의 변화나 운명으로 생각하고 의연히 받아들일 뿐, 안달하거나 초조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상황에 따라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 마음, 거울 같은 마음으로 마음의 조화와 평정을 유지하여 트인 마음, 즐거운 마음, 봄날처럼 안온하고 느긋한 마음을 지키는 것이 바로 주어진 재질, 우리의 본바탕을 온전히 지키는 일이 재전(才全)이라는 것이다. 자기 구원의 길로 가는 공부는 와이너리 속의 와인이나, 뒤뜰에 묻은 김장독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익어가야 한다. ’물망 물조장‘이다. 본성을 잊지 말고, 조장도 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