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미드’ 페이커와 쵸비, 눈부신 슈퍼 플레이의 향연 [LCK] 

문대찬 / 기사승인 : 2021-09-03 06:30:07
- + 인쇄

'페이커' 이상혁(왼쪽)과 '쵸비' 정지훈.   라이엇 게임즈 제공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소문난 잔치엔 먹을 것도 많았다. 국가대표 미드라이너의 눈부신 슈퍼 플레이가 잔치를 수놓았다. 올 여름 최고의 명경기를 팬들에게 선물한 두 선수다.

T1과 한화생명은 2일 오후 5시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2021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한국 선발전에서 맞붙었다. T1이 3대 0으로 완승을 거두며 3시드 자격을 획득했다.

이미 롤드컵이 확정된 두 팀의 맞대결이었지만 팬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그룹스테이지(본선) 직행권이 달린 경기인 데다가, 리그를 대표하는 두 미드라이너의 격돌에 기대감이 높았다.

T1의 미드라이너 ‘페이커’ 이상혁은 LoL e스포츠 역대 최고의 선수다. LCK 9회 우승을 비롯해 롤드컵 3회 우승, 1회 준우승, ‘MSI’ 우승, ‘리프트라이벌즈’ 우승 등 숱하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한화생명의 ‘쵸비’ 정지훈은 우승과는 아직까지 연이 없는 선수이지만, 개인 기량만큼은 리그 최고로 손꼽힌다. 라인전 단계부터 교전까지 다수의 지표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한다.

이날 두 선수가 보여준 모습은 기대이상이었다. 그야말로 용호상박. 둘 모두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답게 경기 내내 슈퍼 플레이를 펼치며 감탄을 자아냈다. 정지훈이 슈퍼 플레이를 펼치면, 이상혁이 보란 듯이 슈퍼 플레이로 되갚았다. 눈이 즐겁다 못해 호강한 경기였다. 

1세트 예열을 마친 두 선수는 2세트부터 본격적인 무력시위를 시작했다.

이상혁의 아지르가 궁극기로 상대 챔피언을 아군에게 배달하는 모습.   LCK 유튜브 캡쳐


오리아나를 플레이 한 정지훈은 경기 초반 이상혁을 솔로킬 내며 괴력을 과시했다. 강가에서 이상혁과 문현준의 기습 공격에도 팀 동료의 부활 스킬로 부활, 침착히 대응해 문현준을 잡아냈다. 이어서 또 한 번 이상혁을 솔로킬 내며 팀에 좋은 흐름을 가져다줬다.

수세에 몰린 이상혁이었지만, 백전노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15분께 아지르의 궁극기 ‘황제의 진영’을 이용해 상대를 사지로 몰아넣으며 분위기를 반전 시켰고, 25분께 벌인 전투에서도 궁극기를 이용한 ‘슈퍼 토스’로 팀에 대승을 안겼다. 승기를 잡은 T1은 1세트에 이어 2세트도 가져왔다.


상대의 기습적인 공격을 흘려내고 궁극기로 전황을 바꾼 정지훈의 오리아나.   LCK 유튜브 캡쳐


0대 2로 벼랑 끝에 몰린 상황, 정지훈이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사일러스’를 플레이한 정지훈은 협곡을 종횡무진 누비며 팀의 구멍을 메웠다. 이후 동료와의 매복 플레이를 통해 분위기를 반전시키더니 절묘한 스킬 활용으로 잇따른 교전에서 T1을 패퇴시켰다. 사일러스 플레이의 백미는 35분께 나왔다. 하단에서 사일러스의 궁극기(강탈)를 이용해 케넨의 궁극기(날카로운 소용돌이)를 훔친 정지훈은 적 정글에서 열린 전투에 텔레포트로 발 빠르게 합류, 궁극기를 시전하며 상대 진영을 궤멸시켰다. 결국 이 경기는 한화생명의 역전승으로 끝났다.

4세트에도 정지훈의 슈퍼 플레이는 계속됐다. 29분 T1의 벼락같은 이니시를 ‘초시계’ 아이템으로 흘려냈고, 오리아나의 궁극기 ‘충격파’로 교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승기가 한화생명으로 다 넘어간 32분께 이상혁이 ‘슈퍼 토스’로 반전을 써내기도 했으나, 경기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수적 열세를 극복하는 이상혁의 슈퍼 플레이.  LCK 유튜브 캡쳐


2대 2로 맞선 5세트 이상혁의 집중력이 빛났다. 팽팽했던 경기 흐름, 21분께 또 한 번 슈퍼 플레이를 펼쳤다. 동료들이 전사하고 ‘구마유시’ 이민형과 단 둘이 남아 5명을 마주한 상황에서 절묘하게 아지르의 궁극기를 작렬, 정지훈을 비롯해 2명을 역으로 잡아냈다. 기자실도 들썩일 정도의 슈퍼 플레이였다. 이 교전을 통해 분위기를 잡은 T1은 28분께 전투서 대승을 거두며 길었던 시리즈에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후 만난 이상혁은 “오늘 집중력 자체는 높은 편이 아니었지만 플레이스타일에 변화가 있었다”며 “절묘한 토스 각이 나온 건 2세트의 경우 상대 선수의 실수로 인해 나온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상대팀이 조급하게 플레이해서 좋은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스스로를 낮췄다. 

그는 “사실 지난 결승전에서 기세가 꺾이긴 했지만 우린 저력이 충분한 팀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롤드컵 우승을 목표로 하고 점점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날 이상혁과 함께 맹활약한 이민형은 “아지르가 상혁이 형의 상징적인 픽이지 않나. 기대 한 만큼 해줬다고 생각한다”며 “형이 롤드컵에서는 더 잘할 거라고 말하더라. 기대하고 있다”고 믿음을 드러냈다.

오는 9월말부터 유럽에서 열리는 롤드컵은 LoL e스포츠 최대 규모의 국제대회다. 각 리그별 상위권 팀이 한 데 모여 최고의 팀을 가린다. 한국에서는 담원 기아와 젠지e스포츠, T1과 한화생명이 출전한다.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