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안망] “어서와, 나 같은 집벌레는 처음이지?”

최은희 / 기사승인 : 2021-09-12 06: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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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입버릇처럼 ‘이생망’을 외치며 이번 생은 망했다고 자조하는 2030세대. 그러나 사람의 일생을 하루로 환산하면 30세는 고작 오전 8시30분. 점심도 먹기 전에 하루를 망하게 둘 수 없다. 이번 생이 망할 것 같은 순간 꺼내 볼 치트키를 쿠키뉴스 2030 기자들이 모아봤다.

[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첫 만남부터 강렬했다. 반질반질한 구릿빛 표면에 수많은 다리, 기다란 더듬이로 꾸물꾸물 기어 다니는 뒷모습, 밤이면 귓가에 들리는 서걱서걱 소리…. “안녕, 까꿍( ͡° ͜ʖ ͡°)”

1인 가구 최쿠키씨는 요즘 초대하지 않은 불청객을 수시로 맞이한다. 천장과 방바닥 구석구석 제집처럼 누비고 다니는 손님은 바퀴벌레씨. 만날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쫙 돋는다. 살충제 스프레이를 하루도 빠짐없이 분사했다. 그러다 두통만 생겼다. “바퀴벌레 한 마리 잡다 내가 잡히겠다”는 혼잣말을 중얼중얼 읊조리게 됐다. 혹시 최쿠키씨의 사연이 남 일 같지 않은가. 이제 집 벌레와 영원히 ‘손절’하고 싶은 당신을 위해 다섯 가지 예방·퇴치법을 준비했다.

◇계획에 없던 룸메… ‘집 벌레 빅5 퇴치법'

집 벌레 ‘빅5’를 소개한다. 당신의 아늑한 보금자리를 벌레와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단 1g도 없다면?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정독하길 권한다.

초파리는 과일 껍질을 그대로 놔두면 어김없이 출몰한다. 어찌나 귀신같이 찾아오는지 자연발생설까지 등장할 정도다. 한 번에 수백 개의 알을 낳고 번식하기 때문에 최대한 유입을 막아야 한다. 초파리의 ‘초(醋)’는 산성을 뜻한다. 뜻 그대로 달콤하고 시큼한 냄새를 좋아한다. 알은 보통 싱크대나 화장실, 베란다 등의 배수구에 낳는다.

※ 사전 차단 ※
→ 초파리의 주된 유입 통로인 창틀에 뚫린 곳이 있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하자. 일반 종량제봉투에 버린 과일 씨앗, 뼈, 옥수수대 등이 초파리를 불러모을 위험이 높다. 반쯤 남은 종량제봉투가 아깝다는 이유로 며칠간 방치하면 초파리와 구더기들의 아지트가 될지 모른다.

※ 사후 대책 ※
→ 이미 초파리가 몰려들었다면? 초파리 트랩(함정)을 만들어준다. 
① 빈 페트병이나 일회용 음료수 컵을 가로로 자른다. 
② 물·설탕·식초·주방 세제를 3:1:1:1 비율로 섞어 병에 반 정도 채운다. 
③ 입구에 랩을 씌운 뒤 이쑤시개로 중앙에 7개 정도 구멍을 뚫는다. 
④ 단내를 찾아 병으로 들어온 초파리가 출구를 찾지 못하고 갇히게 된다. 이때 구멍을 너무 크게, 혹은 가장자리에 뚫으면 초파리가 빠져나갈 수 있으니 주의하자. 생활용품점에서 초파리 트랩을 구매하는 방법도 있다.



나방파리는 주로 화장실에서 발견된다. 화장실 벽에 새까만 점처럼 붙어있는 몸집 작은 벌레가 나방파리다. 가정집은 물론 공용 건물 화장실에서도 등장한다. 음식물을 오염시켜 식중독을 유발하기도 한다. 온몸에 둘러싸인 솜털에 방수 효과가 있어 물을 뿌려도 죽지 않는다.

※ 사전 차단 ※
→ 하수구 청소만 잘해도 유입을 막을 수 있다. 나방파리는 주로 하수구에 알을 낳기 때문이다. 화장실 배수구는 캡으로, 싱크대는 일회용 거름망·실리콘 거름망으로 막아주자.

※ 사후 대책 ※
→ 주기적으로 배수구에 끓는 물을 부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락스나 베이킹소다+식초를 부어서 오염된 통로를 소독하자.

화랑곡나방은 바퀴벌레와 함께 자취생들의 난적 중 하나로 꼽힌다. 집 안에 보관하는 쌀에서 자주 나타난다. 만약 집에 있는 쌀에서 화랑곡나방이 나왔으면, 주변에 두었던 과자나 라면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포장 용기를 날카로운 이빨로 뚫기 때문이다. 곡물에 구멍을 내고 배설물을 떨어뜨려 놓는 재주가 있다. 주로 오래 보관 중인 식품을 노리기 때문에 식품 짧게 보관하는 것이 화랑곡나방과 만나지 않는 최선책이다.

※ 사전 차단 ※
→ 쌀통은 반드시 밀폐해둔다. 잡곡이나 쌀류를 공기 중에 노출되도록 보관하지 않고. 되도록 페트병이나 용기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한다. 쌀 포대나 쌀통에 고추와 마늘을 넣어 두는 것도 효과적이다. 매운맛을 내는 고추의 캡사이신과 마늘의 알리신 성분이 화랑곡나방의 접근을 막아준다. 쌀 20㎏을 기준으로 마늘 10개, 붉은 고추 8개면 충분하다.

※ 사후 대책 ※
→ 화랑곡나방이 나타난 쌀 위에 30도 이상 데운 술을 솜에 적셔 얹는다. 쌀통을 닫고 3~4일 두면 쌀벌레 성충, 유충을 박멸할 수 있다. 이후 죽은 화랑곡나방 시체를 골라내자.


그리마를 아늑한 보금자리에서 만나면 소스라치게 놀랄 게 분명하다. 온몸을 얼어붙게 하는 생김새가 압권인 벌레다. 좌우 양쪽으로 15쌍의 다리가 나 있다. 가을 무렵 벽 틈새를 통해 집 안으로 들어온다. 과거 따뜻한 부잣집에서 자주 나와서 ‘돈벌레’라고도 불린다. 그리마를 잡으면 돈복이 나간다는 설은 미신이다.

※ 사전 차단 ※
→ 그리마를 피하고 싶다면 최대한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는 게 좋다. 집을 자주 환기시켜 습기를 없애자. 해충은 아니지만, 실내에 그리마가 나타나는 게 청결하다고 볼 수 없다. 그리마는 바퀴벌레, 모기 등을 주로 잡아먹는다. 때때로 사람을 물기도 하니 주의.

※ 사후 대책 ※
→ 살충제를 분사하면 높은 확률로 죽는다. 양파, 계피처럼 벌레들이 싫어하는 향을 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바퀴벌레
는 주로 집단생활을 하며 야행성이다. 종에 따라 크기와 모양새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습하고 따뜻하며 어두운 곳을 좋아한다. 주로 욕실 배수구, 주방 찬장, 싱크대, 깨진 타일 틈, 보일러 주변 등에서 서식한다. 틈새 공략도 잘하며 매우 빠르다. 더듬이로 작은 움직임도 금세 감지한다. 한 마리가 발견됐다면 어딘가 근거지가 있을 확률이 높다. 음식물 쓰레기, 사체 등 못 먹는 것이 없는 잡식성이다. 불결한 곳을 골라 다니기 때문에 천식, 아토피, 피부염, 식중독 등 질병도 잘 옮긴다. 바퀴벌레가 옮기는 병원균만 40여 종에 달한다.

※ 사전 차단 ※
→ 하수구에 역류 방지 기능이 없으면 바퀴벌레가 올라올 수 있다. 배수구 망과 덮개를 사서 덮어놓자. 방충망 작은 구멍으로도 몸을 밀어 넣어 들어올 수 있다. 스티커 붙이거나 미세 방충망으로 교체하자.

※ 사후 대책 ※
→ 바퀴벌레 독약을 애용하자. 바퀴벌레는 먹이를 찾으면 서식지로 돌아가 무리와 함께 나눠 먹는 특성이 있다. 약국에서 파는 전용 퇴치약을 추천한다. 피프로닐·히드라메칠논을 주성분으로 하는 약을 추천한다. 용량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2만원 대에 구매할 수 있다. 계란 노른자와 붕산, 꿀을 버무리는 방법도 있다. 독약은 먹이통에 콩알만큼 싸서 이곳저곳 놔둔다. 최초 바퀴벌레를 발견한 곳 외에도 침대 아래, 가구 뒤편, 냉장고 아래, 싱크대 아래에 두자. 

◇ 이 모든 일을 시작조차 하기 싫으면… '초전박살·유입차단'

한 놈 보일 때가 시작이다. 집 벌레들이 먹이사슬 하층부에 있다고 하찮게 보지 말자. 이들의 번식력과 생존력은 어마무시하다. 외부에서 유입된 벌레 한두 마리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간, 나중에 수십 마리가 우글거리는 대참사를 맞이한다. 없던 벌레가 대규모로 나오기 시작하면, 빨리 원인을 찾는 게 좋다. 특히 바퀴벌레 같은 악질은 더 그렇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느니 해충 박멸업체를 불러 해결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남의 집 벌레 유입도 주의하자. 위·아랫집 벌레가 배수관 등을 타고 들어올 수 있다. 수시로 하수구를 관찰하고 청소하자. 벌레가 날아 들어올 수 있는 저층 집은 출입문, 창문, 벽 등 벌어진 틈새를 막아줘야 한다. 방충망 사이사이 뚫린 구멍과 창틀 하단 배수용 구멍은 보수용 방충망을 이용해 메우자. 마트에서 약 5000원으로 구매할 수 있다.

벌레 취향을 저격하는 3요소인 습기·냄새·택배상자를 없애자. 대부분 집 벌레는 습기 있는 장소에 알을 낳고 서식지를 만든다. 화장실이나 주방, 물 새는 곳 등이 요주의 장소다. 자주 환기를 시켜 습도를 낮추는 게 중요하다. 냄새나는 음식물 쓰레기와 썩은 곡물, 과자 부스러기 등도 벌레가 꼬이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택배 상자는 벌레들의 최고급 은신처다. 물류창고에서 오래 방치된 택배 상자에 벌레들이 알을 낳고, 그 알이 집안에 들어와 다시 벌레로 변신한다. 택배 상자는 집 안에 모아두지 말고 바로 버리자.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취재 도움= 을지대 보건안전환경학과 위생해충 방제연구소 양영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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