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서울은 달라질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21-09-09 17: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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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 서울은 달라질 수 있을까
프로축구연맹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프로축구 FC 서울은 K리그를 대표하는 명문구단이다. 1985년 럭키금성 황소 축구단으로 프로 무대에 뛰어든 이래 총 6회 리그 우승과 더불어 2010년대 중반까지는 상위권의 성적을 꾸준히 유지해왔다.

하지만 모기업의 투자가 조금씩 줄어들면서 쇠퇴기를 맞았다. 2018년에는 황선홍 감독의 사퇴와 함께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추락했다. 부산 아이파크를 상대로 간신히 1승 1무를 거두면서 잔류에 성공했지만 자존심에 금이 갔다.

2019시즌은 어찌저찌 3위로 마무리했지만 지난해엔 ‘리얼돌’ 사태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최용수 감독이 물러난 뒤, 감독 대행의 대행이 벤치에 앉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많은 이들이 서울을 두고 ‘무너진 명가’라고 손가락질 했다.

◇ 올해도 서울은 다르지 않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서울은 혁신을 외쳤다. 2020시즌에 승격팀 광주FC를 상위 스플릿으로 이끈 박진섭 감독과 3년 계약을 맺었다. 나상호, 팔로세비치, 박정빈 등 검증된 자원들을 영입하면서 상위권을 목표로 시즌에 돌입했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서울의 변화는 성공으로 보였다. 6경기에서 4승 2패를 거두며 상위권에 올랐다. 하지만 서울의 기세는 오래가질 못했다. 4월부터 5월까지 단 한 경기도 이기질 못하면서 순위는 곤두박질쳤다. 선수단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까지 발생하면서 경기도 제대로 치르질 못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휴식기 동안 서울은 다시 대대적인 보강에 나섰다. 득점력 개선을 해결하기 위해 브라질의 장신 공격수 가브리엘 바르보사에 이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한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지동원을 영입했다. 여기에 K리그에서 3년 가까이 뛴 미드필더 코너 채프먼까지 데려오면서 후반기 반등에 나섰다.

서울이 바라던 그림은 나오지 않았다. 주전 선수 상당수가 나이가 많아 기동력이 떨어지다보니 상대의 역습에 당하기 일쑤였다. 순연경기 포함 휴식기 이후 치른 10경기에서 2승 2무 6패에 그쳤다. 지동원, 채프만, 고광민, 황현수 등 부상자까지 속출했다. 이 사이 순위표 아래에 있던 성남 FC와 광주 FC가 승점을 쌓으면서 위쪽으로 이동했고, 서울은 최하위까지 추락했다.

여기에 전북전을 앞두고 날벼락이 떨어졌다. 2년차 미드필더 차오연이 음주 상태에서 대리 운전을 이용한 뒤 본인이 주차를 하다가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로부터 8경기 출장 정지와 제재금 400만 원 징계를 받았다. 선수 한 명이 중요한 상황에서 치명적인 이탈이었다. 

최악의 상황에서 서울은 기성용, 팔로세비치를 벤치에 두고 22세 이하 선수들 8명을 선발로 투입하는 초강수까지 뒀다. 경기 종료 1분전까지 3대 3으로 팽팽한 승부를 펼쳤지만, 경기 종료 15초를 앞두고 홍정호에게 결승골을 내주면서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다. 

FC 서울은 달라질 수 있을까
FC 서울의 지휘봉을 잡은 안익수 신임 감독.   FC 서울
◇ 계속되는 추락, 서울은 달라질 수 있을까

결국 팬들이 일어섰다. 무관중 경기임에도 경기장을 찾은 40여 명의 팬들은 선수단 출입구에 항의 걸개를 들고 침묵 시위를 펼쳤다. 박 감독과 주장 기성용은 직접 메가폰을 잡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약속했지만 분위기는 냉랭했다. 박 감독은 전북전이 끝난 다음날인 지난 6일 강명원 단장과 함께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했다.

서울 구단은 박 감독의 후임으로 안익수 선문대 감독을 선임했다. 안 신임 감독은 2020년 대학리그 왕중왕전 우승 및 2021년 춘계대학축구연맹전, 추계대학축구연맹전 우승을 이끌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과거 서울에서도 수석 코치를 맡은 적 있어 선수단 이해도도 높은 인물이다. 안 감독은 탄탄한 수비 라인과 역습을 추구 하는 인물이다. 현재 최다 실점 2위에 올라 있는 서울의 수비를 안정시킬 적임자라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이번 감독 교체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당장의 분위기 쇄신은 가능하지만 효과가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축구계 관계자는 “과거 서울은 황선홍, 최용수 감독을 바꾸고 잠시 효과를 봤지만 결국에는 제자리 걸음을 걸었다. 올해도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감독만 바꾼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며 “팀의 체질이 바뀌어야 한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정확히 파악하질 못한다면 서울은 다음에도 비슷한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수단 역시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선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무기력한 경기를 보여준 경기가 다수였다. 상대 선수들 보다 설렁설렁 뛰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이를 두고 최용수 FC 서울 전 감독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선수들도 정신 차려야 한다. 저 따위로 하면서 어떻게 FC 서울 엠블럼을 달고 뛰나. ‘다음 경기가 있으니까’ ‘나는 국가대표 출신이니까’ 같은 헛소리는 하지 말라 그래라. 그런 정신 자체가 틀려먹은 거다. 한 경기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kch094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