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할지라도 실패는 없을 ‘보이스’ [쿡리뷰]

김예슬 / 기사승인 : 2021-09-14 06: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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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이스’ 포스터. CJ ENM 제공
[쿠키뉴스] 김예슬 기자 = 적당한 속도감, 그럴싸한 결말이다. 안전주의로 흘러가는 익숙한 전개 속에 경각심을 주겠다는 메시지는 확실하게 전달된다.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작품이다. 추석 극장가를 노리는 기대작, 영화 ‘보이스’(감독 김선·김곡) 이야기다.

‘보이스’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게 된 서준(변요한)이 빼앗긴 돈을 되찾기 위해 중국에 있는 본거지에 잠입, 보이스피싱 설계자 곽프로(김무열)를 만나며 벌어지는 범죄 액션 영화다. 배우 변요한, 김무열, 김희원, 박명훈, 이주영 등이 출연했다.

‘범죄 액션’ 장르의 탈을 쓰고 있지만 ‘보이스’는 경각심이라는 주제에 충실하다. 국내 영화 최초로 보이스피싱 범죄를 전면에 내세웠다. 베일에 싸인 보이스피싱 사기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실제 사례와 상상을 적절히 조합해 그럴 법한 상황들을 만들어냈다. 감독들이 철저한 사전 조사로 현실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보이스피싱 범죄부터 조직도와 범죄를 실현하는 모습까지, 생생한 화면들은 영화 속 세계에 금세 몰입하게 한다. 관객 대부분이 직·간접적으로 보이스피싱과 피싱 문자를 모두 경험해본 만큼 극에 빠져드는 건 순식간이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보이스’의 가장 큰 우군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보이스피싱이다. 경험에 기반한 공감은 극이 보여주는 범죄 세계에 쉽게 집중하게 만든다.
영화 ‘보이스’ 스틸컷. CJ ENM 제공

속도감은 괜찮다. 러닝타임 109분은 적당하게 느껴진다. 다소 구태의연하게 느껴지는 설정은 아쉽다. 악역 곽프로(김무열)은 뻔하고 주인공 한서준(변요한)은 영화 ‘테이큰’ 속 ‘무적 아빠’ 브라이언 밀스(리암 니슨)이 떠오를 정도로 막강하다. 특수요원도 아닌 평범한 경찰 출신인 한서준은 무시무시한 보이스피싱 조직 하나를 괴멸시킬 정도의 기지와 전투능력, 뛰어난 판단력과 담대함을 갖고 있다.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다. 다소 허황되게 느껴지나, 대리만족으로 치환될 여지 또한 있다.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이 극악무도해질수록 관객은 한서준의 고군분투를 응원하게 된다. 

배우들의 연기는 평면적인 캐릭터를 살렸다. 변요한은 최선을 보여줬다. 눈빛만으로도 기쁨, 슬픔, 애처로움, 분노, 울분 등 다양한 감정을 분출해낸다. 대역 없이 대부분의 액션을 소화하는 투혼도 펼쳤다. 그 덕에 더욱 실감 나는 장면이 만들어졌다. 악역으로 새로운 변신을 감행한 김무열은 화면에 잡히는 것만으로도 빛난다. 젠틀함과 광기를 오가는 모습이 영화의 분위기와 흐름을 쥐락펴락한다. 타락한 화이트칼라 캐릭터를 새롭게 정의했다. 이들의 걸출한 연기는 영화 속 기승전결과 호응하며 극의 호흡을 조절한다.

‘보이스’의 최대 장점은 상업 오락 영화지만 시사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몇몇 캐릭터와 설정들이 한국형 범죄 액션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작품의 공익성 덕에 ‘뻔함’ 대신 ‘익숙함’으로 받아들여진다. 언론시사회 당시 배우, 감독 모두 “보이스피싱에 경각심을 느끼게 하는 것이 영화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그 목적은 충분히 성공이다. 가족과 함께 보기에도 무난한 선택이다. 오는 15일 개봉. 15세 관람가.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