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빅테크 규제…냉온탕 오가는 금융당국

기사승인 2021-09-16 0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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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빅테크 규제…냉온탕 오가는 금융당국
사진=쿠키뉴스DB
[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정부와 금융당국의 냉온탕을 오가는 ‘금융 대책’으로 금융소비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빅테크 기업에 대해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자산시장 버블(거품) 우려에 대한 대응과 더불어 빅테크 기업의 문어발식 영업 활동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다. 다만 정부의 최근 정책은 그동안의 기조를 뒤집은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코로나19 및 자산시장 위축을 대비하기 위해 금리 인하, 유동성 확대 정책을 고수해왔다.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는 올해 초 도입된 금소법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그동안 기존 은행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원성을 들을만큼 빅테크 기업의 금융산업 진출을 독려한 부분은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을 만 하다.

 ◇ 유동성 확대에서 규제 강화로 전환

금융당국이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규제에 이어 전세자금 대출에 규제 강화를 검토 중이다. 이는 최근 급증하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함이다. 

현재 국내 가계부채는 GDP 규모를 초과한 상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1분기 가계부채 통계를 보면 개인금융부채 규모는 가처분소득의 205%, GDP의 105%인 2052조원에 달했다. 이는 주요 12개 선진국 평균 84%(2020년 12월 말) 보다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가계부채가 급증한 배경에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기 부양 정책 ▲자산시장 활성화 등이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정부부채 위주의) 선진국 정책과 달리 가계부채를 통한 경기 부양 정책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 정책은 코로나 팬데믹(전지구적 확산) 이전에도 냉온탕을 오갔다. 특히 전세자금대출 완화 정책으로 전셋값 급증에 일조했다.  전세자금대출이 증가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정부의 대출 기준 완화 정책이다. 애초 전세자금대출 완화는 저소득층의 주거안정 정책을 위한 것이었으나 오히려 갭투자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야기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전세자금대출은 약 114조5600억원으로 4년 전(2016년 하반기) 자금(36조200억원) 대비 약 3배 이상 늘어났다. 정부의 정책 미스는 단기성 레버리지 투자인 임대보증채무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키움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현재 담보대출 가운데 전세대출 비중이 크고 갭투자 비율은 52%에 달한다.

결국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는 정부의 냉온탕을 오가는 부동산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규제와 완화를 반복해 왔던 것”이라며 “애초 서민들의 주거완화를 위해 전세자금대출 완화 정책을 시행했으나 오히려 갭투자만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 핀테크 육성한다더니…연착륙 없는 가이드라인 제시 논란 

빅테크 혹은 핀테크 기업이 소비자에게 금융상품을 소개하는 영업 행위에 대해 ‘광고’가 아닌 ‘중개’로 봐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검토결과가 이달 7일 발표됐다. 

즉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파이낸셜 등 금융플랫폼이 소비자 맞춤형 상품을 비교추천하려면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금융위원회에 등록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혁신금융 육성을 위해 규제를 기존 금융권보다 완화해줬지만, 이제는 빅테크 금융의 시장 교란을 막기 위해 규제를 본격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최근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과 간담회에서 “금융 소비자 보호와 금융시장 안정 차원에서 (빅테크·핀테크에) '동일기능 동일규제'가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기존 금융권의 우려에도 빅테크 기업의 금융진출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은산분리 기준 완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과 개정안 통과 ▲마이데이터 사업 등 빅테크 혹은 플랫폼 금융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했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금융모델이기도 하다. 인터넷 전문은행 가운데 순수 모바일 내에서 여수신 업무를 수행해 대형은행으로 성장한 사례는 세계 어디에도 찾기 어렵다. 일본의 대표적인 인터넷전문은행인 다이와넥스트, SBI은행, 소니뱅크, 라쿠텐은행도 비대면 금융사업을 하고 있으나 소액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대부분은 대리점 조직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에 대해 카카오라는 플랫폼 독점화가 금융으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조치라고 판단하고 있다.

유안타증권 이창명 연구원은 “금융 혁신을 위해 핀테크 기업에게 예외를 적용하던 과거와 달리 금융 당국이 보다 원격한 원칙을 적용해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카카오 플랫폼의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것이 금융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최근 가계부채 위험이 커지자 소비자 편익에서 보호 중심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shwan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