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으로 한우먹지 회 먹겠나”…대목에도 노량진 수산시장 ‘침울’ [가봤더니]

기사승인 2021-09-18 05: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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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으로 한우먹지 회 먹겠나”…대목에도 노량진 수산시장 ‘침울’ [가봤더니]
추석을 하루 앞둔 노량진수산시장 / 사진=한전진 기자
“지원금으로 한우먹지 회 먹겠나”…대목에도 노량진 수산시장 ‘침울’ [가봤더니]
조기와 길치 등 주요 제수품을 파는 1층 수산시장 / 사진=한전진 기자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 코로나 이전 추석 때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야. 보다시피 그냥 쉬고 앉아 있는 상인도 많잖아. 제수품 파는 가게들은 몰라도 횟집들은 다 울상이야. 재난지원금 줘도 다 한우 같은 고기 먹으러가지 활어회 먹으러 오겠나. 

# 추석 당일까지 가봐야 알겠지만, 명절 연휴가 길어 걱정입니다. 친지 모임보다 여행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요. 전복, 문어, 조기 등 성수품 구입도 예전만 할런지.

추석을 하루 앞둔 17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의 이야기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에 따른 ‘코로나 불황’의 여파가 명절 대목까지 앗아가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장기화에 비대면 명절까지 이어지면서 상인들은 “이런 명절은 처음”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예년 같으면 성수품을 마련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일 오후지만 명절 분위기를 느끼기는 힘들었다. 수산시장 2층에서 활어를 손질하고 있던 A씨는 “주말에만 손님들이 있는 정도”라며 “오늘은 제숫거리 파는 데는 좀 될 런지, 횟감 찾는 손님은 영 없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조기와 갈치 등 주요 제수품을 파는 1층 상황도 비슷하긴 마찬가지였다. 올해도 거리두기 조치에 친지들이 모이지 않는 추석이 되면서 제수품에 대한 수요가 예전보다 줄어든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추석 대목 노량진수산시장에는 제수용 동태포를 사기 위해 수백 명이 모이는 등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지만 이젠 옛일이 됐다.  

“지원금으로 한우먹지 회 먹겠나”…대목에도 노량진 수산시장 ‘침울’ [가봤더니]
추석 전날임에도 기대만큼의 대목은 없다고 상인들은 말했다. / 사진=한전진 기자
최근 재난지원금(국민지원금) 지급에 따른 효과도 크지 않아 상인들은 울상이다. 육류에 대한 수요는 크게 늘어도 수산물에 대한 수요 증가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상인들의 설명이다. 수산시장 1층에서 만난 상인 B씨는 “재난지원금으로 구입하는 손님이 10명중 2명정도”라며 “같은 돈을 써도 생선보다는 고기에 쓰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는 “육류는 택배나 배송 등 해산물보다 관리와 조리가 편해 추석 선물로도 보내기 용이하지만 해산물은 이에 비해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며 “해산물은 보고 사려는 경향도 강해 택배 주문이 늘어도 한계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옆에 관련 내용을 엿듣던 한 상인 역시 “택배 주문이 늘어나긴 했지만 현장 손님의 감소가 더 타격이 크다”면서 “근본적으로 모임을 금지하는 거리두기 조치 등이 완화해야 숨통이 트일 것 같다”라고 했다. 그는 “수협에서도 임대료 인하 등의 조치를 더 시행해야 한다”라며 “10년간 노량진 수산시장에 있었지만 지금 같은 위기는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노량진수산시장 상우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인들의 매출은 많게는 70%까지 떨어졌다. 최근에는 지난 4월과 8월 두 차례의 집단감염이 발생하며 회복하던 손님들의 발길마저 뚝 끊긴 상황이다. 곧 수산시장 성수기인 겨울이 다가오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히 거세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장정열 노량진수산시장 상우회 회장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도 기대만큼의 명절 대목은 없는 상황”이라며 “가락시장이 코로나 집단감염으로 일부 폐쇄된 상황에서 노량진수산시장에 사람들이 몰리지 않겠나는 예상도 있는데, 전혀 영향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추석 이후 수산시장을 운영하는 수협 측에 임대료 인하 등의 대책 마련을 건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지원금으로 한우먹지 회 먹겠나”…대목에도 노량진 수산시장 ‘침울’ [가봤더니]
코로나19에 수산시장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 사진=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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