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눈과 귀가 황홀한 미래 동화 ‘용과 주근깨 공주’

이준범 / 기사승인 : 2021-09-25 06:5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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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용과 주근깨 공주’ 포스터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어느 날 갑자기, 50억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가수가 된다면 어떨까.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Metaverse)에선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현실의 ‘나’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평범한 고등학생. 남들 앞에서 노래 한 소절도 부를 수 없다. 내 정체를 누가 알까 걱정이 가득하다. 현실에서도, 그곳에서도.

‘용과 주근깨 공주’(감독 호소다 마모루)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U’라는 가상공간에서 한 순간 스타가 된 고등학생 스즈(나카무라 카호)의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U’에선 가상 아바타 벨이 되어 대형 콘서트를 열게 된 스즈는 공연 도중 난입한 용(사토 타케루)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용이 입은 상처를 어루만지고 궁금해 하던 스즈는 현실 세계에서 용을 찾기 시작한다.

상반된 개념과 이미지가 끊임없이 교차하는 한 편의 예술 공연 같은 영화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 화려한 스타와 평범한 학생, 미녀와 야수 등이 씨줄과 날줄로 서로 엇갈리고 엉키며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다. 어둠과 빛, 삶과 죽음처럼 대조된 이미지의 양면성을 드러내는 대신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선한 정서가 돋보인다. 갈등과 악의가 포함된 세계지만, 그럼에도 마음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이유다.

영화 ‘용과 주근깨 공주’ 스틸컷

가장 미래적인 이야기와 가장 고전적인 이야기가 공존한다. 답답하기만 한 아버지와의 불화, 전전긍긍하는 학교에서의 일상 이야기가 가상세계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이야기와 동시에 전개된다. 내면의 아픔을 극복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으며 성장하는 스즈의 서사와 함께, 따로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두 세계가 서로 충돌하고 화해하는 서사가 이야기의 한 축을 형성한다. 고전 동화인 ‘미녀와 야수’는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재해석돼 두 이야기를 만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 워즈’ 등 그동안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선보인 작품 세계를 집대성한 느낌도 든다. 감독은 2012년 공개한 전작 ‘썸머 워즈’에서 이미 한 차례 ‘OZ’라는 메타버스 세계를 그려냈다. 다시 창조한 가상세계는 그동안 흐른 시간만큼 더 미래로 나아갔다. 개인의 생체 정보를 분석해 보디셰어링 기술로 연결하는 개념을 도입했고, 가상세계 이미지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여러 아티스트 도움도 받았다. 다양한 작품에서 그렸던 소년 소녀의 순수한 로맨스, 부모와의 갈등과 화해, 모든 아이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 등 감독 특유의 메시지가 곳곳에 녹아있다.

반드시 극장에서 관람해야 좋을 영화다. 때로는 콘서트에 온 것 같고, 때로는 영상 디자인 전시회를 감상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시각과 청각을 홀리는 이미지와 소리가 여러 번 마음을 뺏는다. 특히 벨이 된 스즈가 부르는 노래는 영화가 끝나도 흥얼거리게 하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오는 29일 개봉. 전체 관람가.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