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8hty-ei8ht “좀비 TPS 디마이즈, 도트 아닌 3D로 만들고 싶었죠” [GIGDC 2021]

강한결 / 기사승인 : 2021-09-25 06: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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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GDC 2021 중·고등부 동상 수상작 ei8hty-ei8ht '디마이즈'.   GIGDC 제공

[편집자주] 글로벌 인디 게임제작 경진대회(GIGDC)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며, 한국게임개발자협회가 주관하는 행사다. GIGDC는 참신한 기획력과 실력을 갖춘 인디게임 개발자의 등용문이 되어왔다. GIGDC 역대 수상작 가운데는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와 ‘산나비’ 등 게이머들의 이목을 모은 게임도 있다. 이번 GIGDC 2021에서는 총 430여개의 지원작 가운데 25개의 작품이 선정됐다. 인터뷰를 통해 수상작과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게이머에게 전하고자 한다.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GIGDC 2021 중·고등부 동상을 수상한 ei8hty-ei8ht(에이티-에잇)의 ‘Demise(디마이즈)’은 4인 협동으로 진행되는 TPS(3인칭 슈팅) 좀비 서바이벌 게임이다. 몰려오는 좀비를 상대하면서 탈출 수단이 올 때까지 버티는 것이 이 게임의 목표다. 대부분의 인디게임이 2D 도트 그래픽을 차용한 것과 달리 디마이즈는 생동감 넘치는 액션을 구현하기 위해 3D 그래픽을 선택했다. 타격감도 매우 준수한 편이다.

에이티-에잇은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세명컴퓨터고등학교 3학년 이재원(팀장), 정제훈(팀원) 등 2명으로 이뤄진 팀이다. 재밌는 점은 두 사람이 일과 사랑을 모두 잡은 캠퍼스 커플이라는 사실이다. 취향과 관심사가 일치해서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두 사람은 결성 2년차 만에 뛰어난 퀄리티의 게임을 만들어냈다.

쿠키뉴스는 23일 두 사람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학 진학 전에 큰 성과를 이루고 싶었다”는 이 팀장은 “디마이즈는 저희가 만들었던 게임 가운데 제일 오랫동안 개발하고 공들인 작품”이라며 기쁨을 드러냈다.

왼쪽부터 정제훈 팀원과 이재원 팀장.  ei8hty-ei8ht 제공

안녕하세요. 간단한 팀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재원 : 안녕하세요 저희는 팀 에이티-에잇입니다. 팀 이름을 이렇게 지은 것은 저희가 2021년 1월 1일 이후 88일이 지난 3월 29일 사귀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2인으로 이뤄진 개발 팀인데요. 세기의 프로그래밍 천재, ‘K-스티브 잡스’ 정제훈 팀원과 공학과 예술의 집합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환생’ 팀장 이재원 이렇게 두 명이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인디 개발자를 만났지만 커플로 구성된 팀은 처음이에요. 연인과 일했을 때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이재원 : 이 부분은 저희에게만 해당되는 특수한 케이스일 수도 있어요. 저희는 같은 학과 CC(캠퍼스 커플)이다 보니 함께하는 시간이 많고, 자연스럽게 대화도 자주 해요. 물론 주변에서는 공과 사가 분리되지 않으면 어렵다는 분들도 있지만, 저희한테는 오히려 좋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웃음).

정제훈 : 그럴 때마다 자연스럽게 제작회의를 할 수 있죠. 하교할 때도, 데이트할 때도 게임 얘기를 할 정도로 게임을 좋아하거든요. 아무래도 커플이다 보니 다른 팀보다 친밀도가 더 높고 소통이 잘 되는 부분이 있죠.

개발자의 눈으로 서로를 평가해보면요?

이재원 : 제훈이는 프로그래밍을 잘해요. 이전에 학교에서 프로그래밍을 잘하기로 소문난 선배와 작업을 했거든요. 물론 기본적인 지식량은 선배가 많지만, 새로운 정보를 접하고 활용하는 것은 제훈이가 정말 탁월해요.

정제훈 : 재원이는 팀장으로서 리더십이 뛰어나요. 저는 과거 1인 개발을 했기에 일정관리 회의, 기획서 쓰기 같은 부분을 신경 쓰지 않았거든요. 아, 디자인 감각도 매우 탁월한 친구예요. 제가 원하는 아이디어를 말하면, 빠르게 구현해서 보여줘요. 매번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요.

이번에 GIGDC 중고등부 동상을 수상했는데, 소감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재원 : 대학교 진학 전인 고등학교 3학년을 기념할 수 있는 성과를 내고 싶었어요. 디마이즈는 저희가 만들었던 게임 중 제일 오랫동안 개발하고 신경도 많이 썼습니다. 그래서 공모전에서 멋있게 1등을 하고 떠나는 행복한 망상을 했지만 동상을 수상해서 아쉬웠습니다.

수상작이 공개되는 날에 기대감을 안고 매 수업시간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새로 고침을 계속 눌렀어요. 수업이 끝날 때까지도 안 뜨다가 하교하는 길에 수상 페이지가 열렸는데 동상에 저희 이름이 있었죠. 기뻐서 둘이 방방 뛰었어요. 길에서 그렇게 시끄럽게 뛰어본 게 처음인데 지금 생각해보니 조금 부끄럽긴 했어요.
[GIGDC 2021] Demise Trailer

이번에 수상한 ‘디마이즈’는 어떤 게임인가요?

정제훈 : 디마이즈는 4인 협동의 TPS 좀비 서바이벌 장르의 게임입니다. 몬스터를 잡으며 층을 올라가 탈출 지점에 도착하면 되는 아케이드 디펜스 장르의 성격도 있어요. 좀비 게임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바로 눈치 채셨겠지만, 이 게임은 ‘레프트 4 데드’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4인 협동 게임이라는 것과 목표 지점으로 가야 탈출할 수 있다는 부분 등이 반영됐죠.

이재원 : 그리고 ‘워킹데드’ 시리즈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초반 버전에서는 좀비를 타격하면 피가 튀면서 신체 부위가 떨어져 나갔는데요. 개발 과정에서 지나치게 선정적이라고 느껴져서 제외했어요. 그래서 많은 요소들이 빠지긴 했죠. 워킹데드의 리얼한 그래픽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디마이즈 류의 게임은 인디게임 시장에서는 다소 쉽게 볼 수 없는 작품인데요. 제작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재원 : 디마이즈는 저희가 고등학교 생활을 마무리하는 것을 기념하는 작품이에요. 그렇기에 조금 더 특별한 게임을 만들고 싶었죠. 2D 플랫포머 장르나 픽셀, 도트 그래픽처럼 흔하지 않은 독창적인 형태를 찾다 보니 자연스레 3D 그래픽을 선택했습니다. 여기에 저희가 좋아하는 FPS(1인칭 슈팅)장르와 좀비, 그리고 멀티플레이를 혼합한 것이죠. 처음엔 단순하게 좀비를 사냥하는 총 게임이었는데 점점 살을 붙이다 보니 지금의 디마이즈가 되었어요. 사실 GIGDC 때 출품한 것과 지금 디마이즈도 달라진 부분이 꽤 많고요.

정제훈 : 재원이 말대로 디마이즈는 저희에게 도전적인 게임이었어요. 둘 다 새로운 기술과 툴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이번에 새롭게 출시된 언리얼 엔진5를 사용하기로 했죠. 저희는 언리얼 엔진5의 새로운 기술인 루멘(간접광이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사실적인 장면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을 사용해 디마이즈의 음산하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했어요.

이재원 : 모두 그렇다고 볼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학생부 작품은 사실 2% 완성도가 부족한 부분이 있어요. 저희는 완성도를 높이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했습니다. 완성된 디마이즈의 그래픽은 충분히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디마이즈' 플레이 화면.   GIGDC 제공

사실 학생 신분에서 언리얼 엔진과 같은 전문 툴을 공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아요.

제훈 : 학교 게임소프트웨어 학과 교과과정에는 게임프로그래밍시간이 있어요. 이 시간에 언리얼 엔진, 유니티와 같은 툴을 배우기도 해요. 2D 도트그래픽의 간단한 게임은 유니티로도 제제작이 가능하지만, 디마이즈의 그래픽은 유니티로 구현하기에는 조금 버거웠어요. 학교에서 배운 기초 지식과 추가적인 공부를 더 해서 디마이즈를 만들었죠.

재원 : 사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제법 있었어요. 추가적인 정보는 유튜브와 구글에서 검색했죠. 그러면서 외국 문서도 엄청 많이 찾아봤어요. 제훈이는 인도인 코딩 영상도 봤는데, 이분이 영어가 아닌 인도어로 이야기를 해서 어려움이 있었죠.

아, 다른 문제도 있었어요. 슈팅 게임에서는 애니메이션 요소가 매우 중요한데, 저희 팀에는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사람이 없어요. 처음에는 이것을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려 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결국은 수작업을 사용하느라 시간이 지연됐죠.

제훈 : 얼리엑세스 초반 단계에는 버그도 많고 오류도 많았어요. 대표적으로 저장을 했는데, 파일이 깨져서 불러오기가 안 되는 사례도 있었어요. 디터브라는 저장관리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어느 정도는 복구할 수 있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아찔하네요.

디마이즈를 만들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있었나요?

재원 : 2인 개발팀인데, 그래픽, 애니메이션 등 필요한 분야의 인력이 없고 저희 둘 다 언리얼 엔진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서 개발기간 내내 작업에 몰두해야 했어요. 주말에는 밤새도록 컴퓨터만 붙잡고, 마감 임박 기간에는 하루에 2~3시간씩만 자면서 좀비 상태가 됐죠.

제훈 : 제출 전날 학교 선생님들이랑 함께 QA를 했던 건 정말 재밌었습니다. 디마이즈는 4인용 게임인데, 저희는 두 명밖에 없어서 선생님들께 테스트를 부탁드렸습니다. 선생님들과 함께 학교에서 게임하는 색다른 경험을 했죠, 그리고 이후 피드백도 굉장히 도움이 됐습니다. 디마이즈는 3인칭 게임인데 선생님께서 “카메라가 캐릭터에 가려서 플레이가 어렵다”는 얘기를 해주셨거든요. 그래서 이후 캐릭터가 벽과 같은 지형에서는 반투명하게 보일 수 있도록 패치를 진행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으신가요?

재원 : 저희는 ‘해리포터’와 ‘셜록 홈스’처럼 매력적인 세계관을 가진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하는데, 시각적으로 볼 수만 있고, 더 다가갈 수 없다는 매체적 한계점에 아쉬움을 느끼곤 이를 뛰어넘어 직접 그 세상에 들어가 세계관과 스토리를 직접 체험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팬덤이 너무나 커져서 ‘셜로키언’, ‘포터헤드’라는 별명이 붙는 만큼 플레이어들이 제가 게임 그 자체에 애착을 가지고 꾸준히 관심을 주게끔 하고 싶습니다.

제훈 : 대학교에 다니며 창업을 준비해 나중에 인디게임으로 창업할 계획도 가지고 있는데요, 그때가 되면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sh04kh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