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표의 사진 하나 생각 하나] "가을길 코스모스 꽃에게 ’천천히 그냥 살리라‘고 말했다 "

최문갑 / 기사승인 : 2021-10-09 16: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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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표 (우리마을대학 제2대학 학장)

박한표 학장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낮의 기온은 높다. 어젯밤은 이상하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직 젊다는 증거이다. 약간 억울하고, 정의롭지 못한 일을 당하면 싸울 생각에 잠을 못 이룬다. 아직도 위도일손(爲道日損)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道)는 매일 비우는 것이다.' 노자의 <도덕경> 제48장에 나오는 말이다. 

'爲學日益, 爲道日損. 損之又損, 以至於無爲. 無爲而無不爲. 取天下常以無事, 及其有事, 不足以取天下'(위학일익, 위도일손. 손지우손, 이지어무위, 무위이무불위. 취천하상이무사, 급기유사, 부족이취천하). 

이 말을 번역하면, "배움이라 함은 나날이 더하는 것이고, 도라 함은 날마다 던다는 것이다. 덜어내고 또 덜어내면 무위에 이르게 된다. 무위란 하지 못하는 것(불위)이 없다. 천하를 얻으려 한다면 아무 일도 없어야 한다. 일이 있으면 그것 때문에 천하를 얻을 수 없다." 

도를 닦는 것은 나날이 지식 또는 분별을 덜어내는 것이다. 덜어내고 덜어내어 비움이 지극해지면, 평화로워지고 무위하여 되지 않는 일이 없다. 지식은 밖에서 오고, 도는 안에서 온다. 

이 가을과 함께, 도에 힘쓰는 사람은 날마다 덜어내며 살고 싶다. 여기서 도는 사람이 살아가는 길이라면, 나이 들면서 조금씩 버리고 덜어내는 것이 사람답게 잘 사는 길이라는 말로 들린다. 비우며 살자. 욕심내지 말자. 그 다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덜어내고 덜어내면 무위에 이르고, 무위하면 이루지 못하는 것이 없다"는 말이다. 여기서 무위를 아무 것도 하지 않거나 무슨 일이건 그냥 되어가는 대로 내버려 주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노자가 하고 싶었던 말은 무위가 아니라 무불위(되지 않는 일)라는 효과를 기대하는 거였다. 

어쨌든 비우고 덜어내 텅 빈 고요함에 이르면, 늘 물 흐르듯 일상이 자연스러워진다. 그런 사람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뿐 포장하지 않으며, 순리에 따를 뿐 자기 주관이나 욕심을 고집하지 않는다. 그 결과 그의 모든 행위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항상 자유롭고 여유롭다. 샘이 자꾸 비워야 맑고 깨끗한 물이 샘 솟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만약 비우지 않고, 가득 채우고 있으면 그 샘은 썩어간다. 그러다 결국은 더 이상 맑은 물이 샘솟지 않게 된다. 우리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마음을 자꾸 비워야 영혼이 맑아진다. 


그런데 쉽진 않다. 선의로 베풀면, 뒤로 당한다. 그래 어제는 잠이 안 올 정도로 속상했다. 그렇지만 다시 한 번 다짐한다. 나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나는 남들보다 더 똑똑하거나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지금 있는 이 곳에서 느리게, 편안하게, 천천히 생을 만끽하며 그냥 시시하게 살리라. 

원래 감정에는 진폭이 있는 거다. 그 폭을 줄이는 일이 '깨어 있음'이다. '감정의 요동침'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처음 겪는 일일수록 그 요동이 심하다. 겪어보지 않은 일일수록 더 두려워하고, 요동이 심하다. 그러니까 나는 큰 일을 겪어 보아 어지간한 일들에서 감정의 요동이 크지 않다. 오늘 친구 집에 밤을 주우러 가다 만난 들에 핀 가을 코스모스 꽃에게 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