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가능성 있긴 하지만......”

[이영광의 간(間)보기]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 외교 센터장

기사승인 2021-10-11 09: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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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이영광 객원기자 =지난 4일 남북통신선이 복원되었다. 한미 군사 연합 훈련으로 끊긴 지 55일 만이다. 남북관계가 다시 활기를 띤 건 지난 9월부터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기조연설을 통해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의 종전선언 제안하자 북한도 흥미로운 제안이라며 호응했다.

일단 통신선 복원으로 남북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현재의 남북관계 흐름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 외교 센터장은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지난 6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왕 센터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 있긴 하지만......”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외교센터장 제공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 통해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의 종전선언을 제안했고 북한도 긍정적 반응을 보이던데 최근 흐름 어떻게 보세요?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북미 대화가 중단됐습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 또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추진해 왔습니다. 이에 북한이 호응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북한이 더 이상 외면하지 않고 문재인 정부의 대화 요청에 호응하는 쪽으로 판단하고 행동을 개시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럼 왜 북한은 대화하려고 할까요?

“문재인 정부가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내년 5월이죠. 대통령 선거가 3월이니 날이 지나갈수록 문재인 정부하고 같이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다음에 바이든 행정부의 경우도 내년 11월 중간선거가 굉장히 중요한 일정인데 역산을 해보면 내년 5월 이후부터는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 두기가 어렵지 않나 생각할 수가 있어요. 남쪽과 미국의 국내 정치 일정을 각각 따져서 북한이 혹시라도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뭔가 해보려면 더 이상 시간을 놓치면 안 되겠죠.”

-임기가 얼마 안 남아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으니 너무 늦은 건 아닐까요?

“그렇죠. 이제 임기 말이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입장에서 본다면 매우 어려울 수가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생각 해 볼 게 있는데 첫째로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 시기에 10.4 선언이 있었죠. 그때 임기 만료 기준으로 해서 4~5개월 전이에요. 그러나 지금은 한 7~8개월 정도 남았으니까 그때보다는 시간이 더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시간 부족 때문에 일을 못 한다고 하는 것은 약간 이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대화에 주체나 협상 주체는 남한만 있는 것이 아니고 미국도 있는 것이죠. 그래서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모든 것을 끝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지만 뭔가 대화의 물꼬를 여는 역할은 문재인 정부 임기 만료 이전에도 할 수가 있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 본다면 유리한 여건 속에서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 대통령의 기조연설이 북한 변화에 영향 줬을지 아니면 그것과 상관없을까요?

“글쎄요. 외교 관련 움직임들을 보면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행사나 일정은 내부적으로 물밑접촉 진행된 상황이 겉으로 드러나는 사례가 있습니다. 유엔 총회 연설을 계기로 북한이 어떤 판단을 새로 했다기보다는 그 이전에 남북 간의 물밑접촉을 통해서 유엔총회 연설에 이어 관계 개선을 시도하자는 식의 교감이 있지 않았을까라고 추측해봅니다.”

-북한은 종전선언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인데 미사일 발사는 해요. 왜 그럴까요?

“종전 선언과 관련된 움직임은 북미대화 재개라든가 남북관계 개선이라든가 큰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이 되고요. 미사일 발사에 대한 문제는 남북 간의 이중기준 문제로 심각하게 의사소통 과정의 문제, 아니면 남북 두 정상 간의 신뢰 훼손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큰 틀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입장을 북한이 결정한 거 같고요. 다만 그 과정 속에서 이중기준 문제에 대해 남쪽 정부의 말과 행동이 북쪽에서는 받아드릴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보고, 그 부분을 변경시키기 위해 압박한 것이라고 생각 해 볼 수가 있습니다.”

-종전선언을 비핵화 입구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던데.

“종전선언을 비핵화 협상 또 비핵화 프로세스의 입구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초기 단계 조치 중에서 지금까지 나온 방안 중에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제안하는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고 법률적 효력이 발생하지는 않는 방식이라고 한국 정부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선언을 하는 이유는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이 전쟁상태를 종식하고 평화 상태를 새로 열어나가자는 의견에 공감하는 것이고,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시작할 것을 선포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주한미군 철수 유엔군사령부 폐지 등이 논의될 필요가 없는 성격의 정치 행사가 되겠습니다. 북한에서도 이런 제안에 대해서 동의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가 있지요. 남과 북 간에 또 북한과 미국 간의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에 평화 협정체결을 위한 협상이 개시되지 못하고 있는데 종전선언 제안이 잘 수용된다면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종전 선언에 중국이 포함되는 건 어떻게 보세요?

“그것이 2007년도 10월 4일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정상 회담 선언문에 3자 또는 4자가 모여서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방안에 대한 이야기 있었는데 그때 3자는 남한 북한 미국을 의미하는 것이고 4자는 중국까지 포함한 것입니다. 중국은 평화협정 체결과 협상에 참가하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여러 차례 말한 바가 있기 때문에 저는 3자보다는 오히려 4자 협상이 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끼어드는 걸 별로 탐탁치 않게 여기죠?

“그럴 수도 있지만 정전 협정은 중국이 참여한 가운데 이루어졌고 또 한국전쟁에서 중국은이하나의 편으로 싸운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이것을 외면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북한과 중국의 협의에 따라서 중국이 참가하는 쪽으로 합의가 된다면 미국이 그걸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북한의 대화 복귀 시 제재 완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발언을 했는데.

“그것은 상식적인 발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많이 있는데 거기에 보면 매 결의마다 북한 태도에 따라 대북제재 완화 또 해제를 추진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북한은 2017년 11월 이후에 4년 동안 유엔 안보리 결의에서 금지하는 핵실험이나 중거리 이상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모라토리엄을 지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그런 차원에서 제재 결의 조항에 따라서 제재 완화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도 동의하는 내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서 미국도 검토해 볼 필요는 있는데, 비핵화 문제가 미국이 제시하는 비핵화 움직임에는 부합하지 않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견해 차이가 있습니다.”

-완화는 어느 정도 해야 할까요?

“일차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건 대북제재 결의가 존재하는 조건에서 완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프로젝트별로 유예를 한다든지 적용을 면제한다든지 이런 식의 방안을 생각해 볼 수가 있겠죠. 2018년도 초에 평창동계올림픽을 할 때 대북제재 중 상당 부분이 유예되거나 면제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면 금강산 사업이나개성공단 사업에 대한 부분, 또 관광사업 관련 다른 지역에서 관광사업에 대한 대북제재 적용을 일시적으로 유보하는 조치를 상상해볼 수가 있는 것이죠.”

-남북 통신선 복원이 4일이었잖아요. 4일은 2007년 10.4선언 한 날이죠. 일부러 맞춘 걸까요?

“제 생각에는 그러지는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라든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위원장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기념일은 중시하죠. 그런데 10.4 선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노무현 대통령이 공동으로 주도한 행사잖아요. 노무현 대통령이 개입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북한에서 최고로 중요한 날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날짜를 맞춰서 다른 일정을 진행할 정도로 그 정도의 비중은 두지 않은 거 같습니다.”

-그럼 왜 4일 복원 했을까요?

“남북 통신선을 55일 전에 끊었습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이라고 하는 상황이 있었고 이중기준 문제로 남과 북이 충돌한 상황이 있었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도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그런 움직임을 보인 상황이 또 있지요. 그런 것들의 연장선상에서 봐야죠.”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가 있는데.

“많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역시 북핵 문제가 해결되는 방향의 움직임이 있어야 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서 진전된 행동을 할 필요가 있고 또 진전되는 약속을 할 수가 있겠죠. 거기에 맞춰 또 미국을 중심으로 북한에 대한 상응 조치가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될 필요가 있어요. 그것들이 구조적인 문제죠. 또 지금 당장 보면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서는 신뢰 회복이 필요하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개인 간의 신뢰가 지난 3년 동안 훼손된 상태였다는 거예요. 그게 가장 중요한 문제점이고 모든 것에 선행하는 문제라고 볼 때 두 정상의 개인 간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은 어떻게 보세요?

“저는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 있다고 보는데 이게 크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지금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이기 때문에 이제 잘못하면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민감한 사항이기에 때문에 문 대통령 입장에서 추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죠. 예를 들어 야당에 사전에 충분히 브리핑하고 협조를 받는다면 야당에서도 굳이 반대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에 활용할 가능성에 대한 야당의 불안과 우려를 일단 해소할 수 있다면 저는 남북정상회담 올해 안에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내년 2월 베이징올림픽 기점으로 4자 정상회의 가능성을 전망하던데.

“글쎄요. 가능하냐고 물어보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능성이 크지는 않겠죠. 근데 외교라고 하는 것이 국가 이익증대를 위해서 최상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는 것을 그것을 관철시키려는 노력이 외교의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외교 분야 담당자들은 조건이 어렵다고 해서 포기하면 안 되고 언제나 주어진 여건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임무입니다. 정세현 장관님의 전망도 100% 성사된다는 장담이 아니고 미세하게나마 가능성이 있으니까 모든 외교 역량을 동원해서 노력해야 된다는 제안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저는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당연히 우리 정부에서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고 노력을 해야 된다는 거죠.”

-현재 북한은 IOC로부터 자격를 당해 베이징올림픽 참가가 불투명한데 그게 영향은 없을까요?

“영향이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큰 틀에서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정상회담이나, 남북미중 4개국 정상회담을 성사시킨다는 정치적인 의지가 모아지다면 올림픽위원회에서도 그런 제재를 부분적으로 해제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고요. 과거에도 그런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저는 그게 걸림돌이 될 것 같지는 않고 중요한 건 역시 남북미중 네 나라 정상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우리 정부가 외교적 역량을 잘 발휘하느냐가 변수라고 봅니다. 올림픽위원회의 자격정지 같은 것들은 저는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앞으로 변수가 있다면 뭘까요?

“정상회담을 했을 때 성과가 있겠는가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고민하겠죠. 그래서 종전선언을 하고 또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 개시를 선언하고 그 와중에 미국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에 대해서 확인하고 어느 정도 초기 단계에 대한 최소한의 약속을 김정은 위원장이 해 준다면 성과라고 서로가 얘기할 수 있겠고요. 그 정도 상황을 만들어 내려면 우리 정부가 북한이랑 미국과 협의를 정말 긴밀하게 잘해야 되겠지요. 그것이 우리 정부의 외교 역량인 것이고 그게 변수가 될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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