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뽑느니 차라리 野” 갈 곳 잃은 이낙연 지지층...‘원팀 분열’될까

이낙연 지지자들 “차라리 윤석열·홍준표 찍겠다” 반발

기사승인 2021-10-16 06: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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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뽑느니 차라리 野” 갈 곳 잃은 이낙연 지지층...‘원팀 분열’될까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후보(오른쪽)와 이낙연 후보.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더불어민주당 경선 갈등의 후폭풍이 거세다. 대선경선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들에서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정체되거나 떨어진 탓이다. 여당의 핵심 지지층이 균열 조짐을 보이면서, 40%에 가까운 지지를 받은 이낙연 후보의 표가 야권으로 이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14일 발표한 대선 4자 대결 여론조사(11~12일 조사·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 ±2.2%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결과, 이낙연 후보 지지층이 이재명 후보 대신 야권 후보로 옮겨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민주당 경선에서 이낙연 후보를 지지했다고 답한 응답자 중 40.3%가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뽑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자는 14.2%에 그쳤다.

윤 후보를 홍준표 국민의힘 후보로 바꿔도 결과는 비슷했다. 이낙연 후보 지지층의 29.9%가 홍 후보를 선호했고, 13.3%만이 이재명 후보를 택했다. 야권 후보에 관계없이 이낙연 지지층의 이재명 후보 지지 의사는 13~14%대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다른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지난 14일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대선 가상대결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윤 후보와의 가상대결 조사에서 ‘이재명 39%, 윤석열 35%’를 기록했다. 이 후보 지지율은 지난주와 비교해 5%p 하락했고, 윤 후보는 2%p 상승했다. 

이는 이낙연 지지층 내에서 이재명 후보와 당에 대한 반감이 커진 영향으로 보인다. 민주당 경선 도중 캠프 간 갈등에 더해 ‘무효표 논란’까지 벌어지면서다. 당 지도부는 경선 직후 ‘민주당 후보는 이재명’이라고 일축하며 결선투표를 요구하는 이낙연 후보 측 요구를 거부했다. 이심송심 논란 등 지도부가 특정 후보 편에 섰다고 판단해온 이낙연 지지층의 불만은 폭발했다. 

이낙연 후보의 경선 승복 선언에도 지지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이낙연 후보 지지자들은 지난 14일 서울남부지법에 민주당 경선 결과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소송인단은 민주당 권리당원과 시민들로 구성된 총 4만6000여명 규모다. 이들은 편파 경선을 주장하며 여차하면 민주당 지지 대열에서 이탈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송영길 대표의 ‘일베’(극우 성향의 일간베스트) 발언도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송 대표는 지난 13일 이낙연 후보 지지자들이 다량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반발한 데 대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가공해서 악의적 비난을 퍼붓는다. 일베와 다를 바가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내면서다. 

비판은 커졌다. 이낙연 캠프의 정운현 공보단장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송 대표가 이낙연 지지자들을 일베에 비유하고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며 “당 대표의 언행이 이리도 감정적이고 배타적인데 어찌 단합을 이뤄내겠는가”라고 규탄했다.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 탄핵까지 거론하는 등 경선 불복 집단 행동을 시작했다.

“이재명 뽑느니 차라리 野” 갈 곳 잃은 이낙연 지지층...‘원팀 분열’될까
악수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이낙연 후보.   연합뉴스

이에 ‘원팀’을 위한 지지층 결집 전선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명 후보가 지지율 난항을 겪는 이유로 당내 경쟁자인 이낙연 후보 지지자들의 이탈 가능성이 거론되면서다. 이들이 이재명 후보 지지로 돌아서거나 선거를 도와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다.

지지층 이탈이 현실화되기 전에 ‘원팀’을 위한 방안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이낙연 캠프 인사들을 요직에 배치하는 등 여론을 잠재울 방안이 필요하단 얘기다.

이재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은 지난 14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후보가 ‘이낙연·정세균 후보를 도왔던 분들이나 다른 캠프에 있던 모든 분들을 본선을 위한 선대위에 중요한 직책을 맡기는 게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이낙연 캠프에서 주요 역할을 했던 분들과 여러 방향에서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원팀까지 갈 길이 멀다는 분석도 있다. 당무위원회에서의 ‘박수표결’ 등을 문제삼으며 경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이낙연 후보 지지층이 아직 많은 탓이다. 여권 내부갈등이 봉합되지 않는 한, 이재명 후보의 본선 무대 역시 가시밭길에 오를 전망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15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여야가 치열하게 맞붙는 상황에서 이낙연 후보 지지층의 표가 본선의 당락을 가를 수 있다”며 “중도층 표심이 중요하다. 이낙연 후보를 지지했던 중도층 같은 경우, 민주당 이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낙연 후보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원팀 논의를 본격화되면 ‘반(反)이재명’ 현상이 수그러들 것”이라면서도 “성난 여론을 잠재울 이재명·이낙연 후보의 향후 행보가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한편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나 각 여론조사 기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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