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눈앞으로 다가온 탄소중립...시멘트업계 ‘대변혁 초입 단계’

대체연료 폐플라스틱 주목...2030년까지 화석연료 제로화 도전
폐열발전설비 통해 배출 열원을 에너지원으로
전문가들, 탄소중립 실현 위해 ‘제도적 보완’ 필요

기사승인 2021-10-18 18: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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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눈앞으로 다가온 탄소중립...시멘트업계 ‘대변혁 초입 단계’
가동중인 쌍용C&E 동해공장 소성로 모습. 사진제공=쌍용C&E
[쿠키뉴스] 황인성 기자 = “시멘트업계는 현시점을 또 한번의 혁명적인 에너지원 대변혁 초입 단계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현준 한국시멘트협회장이자 쌍용C&E 대표집행임원의 말이다. 지난 1979년 중동 오일쇼크 당시 시멘트의 주연료로 쓰이던 벙커C유를 유연탄으로 대체하면서 시멘트업계가 위기를 극복했던 때처럼 지금도 대변혁의 시기로 탄소중립에 사활을 걸겠단 의미다. 지난 15일 쌍용C&E 동해공장 현장을 다녀왔다.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에 따라 산업계 전체가 온실가스 배출 저감 계획을 내놓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시멘트업계는 그중에서도 탄소중립에 산업의 사활이 걸렸다. 시멘트의 주원료인 석회석을 열분해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멘트업계는 석회석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발생하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산업을 지속 유지할 수 있도록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탄소 배출이 많은 화석 연료를 대체하고, 재생에너지를 통해 친환경 공장으로 거듭나겠단 게 골자다.

시멘트를 만드는 과정을 간략히 설명하면 원료가 되는 석회석을 채굴한 후, 화석연료인 유연탄 등을 주연료로 활용해 초고온의 소성공정 과정을 거친다. 약 1450도~2000도 가량의 초고온 소성공정에서 다량의 탄소가 발생하는데 시멘트업계는 최근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유연탄을 폐플라스틱, 폐타이어 등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폐플라스틱 등 가연성폐기물은 대부분 석유에서 추출한 원료를 사용해 높은 열량을 지닌다는 특징에 착안했다. 주원료인 석회석을 대체할 순 없지만, 연료로 쓰이는 화석연료 유연탄을 폐플라스틱으로 대체해가면서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폐플라스틱으로 연료 대체 시 기존 탄소배출량은 대폭 줄어든다. 

국내 최대 시멘트 생산공장인 쌍용C&E 동해공장 역시 탄소중립을 위한 시설 설비투자와 공장 가동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비가 내리고 있는 날임에도 공장 내부에서는 폐플라스틱을 분쇄하고 이를 공정에 투입하는 공정이 바삐 진행됐다.

쌍용C&E는 폐플라스틱를 자체 처리, 연료로 활용하기 위한 시설 설비를 이미 구축했다. 지난 11월 본격 가동한 분쇄시설은 지난 2018년 12월 이사회를 통해 폐플라스틱 사용량을 대폭 확대하는 제반 설비를 구축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결과물로 2년간 1천억원이 투입됐다. 향후에도 3천억원이 투입해 추가적인 설비 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적극적인 친환경 설비 투자를 통해 쌍용C&E는 2019년 150만톤 수준이던 유연탄 사용량을 지난해 100만톤까지 줄였다. 더 나아가 2030년에는 전혀 유연탄을 사용하지 않는 목표까지 세웠다.
[르포] 눈앞으로 다가온 탄소중립...시멘트업계 ‘대변혁 초입 단계’
분쇄시설을 통해 갈아진 폐플라스틱 모습. 사진제공=쌍용C&E


쌍용C&E는 탄소배출량 저감을 위해 소성공정 내 발생하는 폐열을 활용한 폐열발전설비 구축도 힘을 쏟고 있다. 

시멘트 반제품인 클링커를 생산하기 위해 초고온의 소성공정을 거쳐 냉각시키는데 이때 발생한 고온의 열원을 활용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대기에 그냥 배출됐지만, 폐열발전설비를 통해 예열실과 냉각기에 별도의 보일러를 설치하고, 대기로 배출되는 열원을 회수·가열하는 설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자체적인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친환경 설비에 대규모 재원 투자가 불가피하지만, 경제적이고 대기오염물질 발생 없어 시멘트업계는 앞다퉈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쌍용C&E는 현재 운영 중인 동해공장의 폐열발전설비를 공장 내 설비 전체에 확대 적용하고, 영월공장까지 추가 구축할 계획이다. 아울러 유휴부지를 활용해 풍력이나 태양광 등 친환경 발전사업을 통해 외부로부터 들여오는 전력을 전량 내부에서 생산하는 전략으로 대체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도 확대 검토하고 있다.

원용교 동해공장 공장장은 “동해공장에 설치된 폐열발전설비는 단일규모로는 세계 최대(43.5MWh, 연간 발전량 281천MWh) 규모”라며, “이를 통해 매년 13만톤 가량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저감하고, 전력비 역시 동해공장 전체의 33%에 해당하는 약 270억원을 절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르포] 눈앞으로 다가온 탄소중립...시멘트업계 ‘대변혁 초입 단계’
시멘트업계의 탄소중립 실천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현준 한국시멘트협회장(쌍용C&E 대표집행임원). 사진제공=쌍용C&E


탄소중립을 위한 시멘트업계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을 위한 여정이 순조롭진 않다. 업계 방향성은 정해졌지만 제약이 여전하다. 

우선 혼합재 사용량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탄소배출이 많은 클링커 사용량을 줄이려면 혼합시멘트 비중을 점차 확대해야 한다. 국내 KS 표준에는 혼합시멘트 혼합물 비율을 5%로 제한하고 있다. 

시멘트그린뉴딜위원회 공동위원장 김진만 공주대 교수는 “유럽은 포틀랜드 시멘트 비중이 30%에 불과하고 혼합시멘트를 주로 사용하지만 우리나라는 혼합시멘트 비중이 20% 수준에 그친다”며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혼합시멘트를 확대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KS개정 및 수요 확대를 위한 법적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와 레미콘업계 시멘트 혼합재 사용량을 늘리는 데 부정적인 점도 문제다. 폐플라스틱을 연료로 사용해 생산한 시멘트는 유연탄을 쓴 것보다 더 많은 염화물이 발생하는데 건설업계는 부식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김 교수는 “국내 콘크리트 염화물 기준은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하는 EU,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매우 엄격한 수준”이라며, “시멘트업계의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선진국과 같이 시멘트량에 연동한 종량제로 개정 및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his1104@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