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 개선하라” 구호는 왜 반복되나

이소연 / 기사승인 : 2021-10-19 17:4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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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19일 오후 전남 여수에서 현장실습을 하더 숨진 고 홍정운군을 추모했다. 전교조 제공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전남 여수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고등학생이 사망한 것과 관련 현장실습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생들의 반복된 죽음을 막을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19일 오후 사고 현장인 여수 마리나 선착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 홍정운(19)군을 추모했다. 홍군은 지난 6일 여수의 한 요트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중 사망했다. 요트에 붙은 따개비 제거를 위해 12㎏ 납벨트를 차고 잠수 작업을 하던 중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올라오지 못했다. 업체는 기본적인 안전 수칙도 지키지 않고 일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교조는 “잠수작업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이어서 현장실습생이 할 수 없는 일이었다”며 “물을 무서워 한 홍정운 학생은 아무런 안전점검도, 안전조치도 없는 작업장에서 혼자 잠수를 하다가 차가운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다. 너무나 화가 나고 참담하다”고 질타했다. 이어 “지난 2017년 제주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숨진 고 이민호 학생 앞에서 다시는 현장실습 하다 죽는 학생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지만 또다시 반복됐다”며 “왜 직업계고 학생이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죽음에 내몰려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전교조는 △제대로 된 현장실습 실태조사 △교육부 책임하에 현장실습 재설계 △현장실습생 노동자성 인정 및 최저임금 보장 △직업계고 졸업생에게 양질의 일자리 제공 △직업교육 정상화 위한 전망·계획 발표 △5인 이하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 적용 및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노동교육 명시 △요트업체 사장 구속 및 강력 처벌 등을 촉구했다.
 
고 홍정운군의 친구들이 지난 8일 사고 현장을 바라보며 홍군을 추모했다. 이소연 기자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도 같은 날 홍군의 죽음을 애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단체는 “고등학교도 졸업하기 전에 죽음의 현장으로 내모는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제도’는 말 그대로 청소년들을 값싼 노동력으로 공급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홍정운님의 죽음을 계기로 청소년들을 죽음으로 내보는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제도를 중단하고 청소년의 권리가 보장되도록 근본부터 다시 세워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시는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의 가족이 모여 만든 단체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노동자 고 황유미씨의 가족과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가족을 비롯해 고 이민호·김동균·김동준군·홍수연양 등 현장실습을 나갔다 사망한 학생들의 가족 등이 활동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홍군의 죽음에 목소리를 냈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정부와 관계기관은 현장실습생의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이번 사고를 철저히 조사하고 그 경위와 원인을 제대로 밝혀야 한다”며 “현장실습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실습은 직업계고 학생들의 빠른 취업을 돕기 위한 제도다. 졸업 전, 업체에서 업무를 배우고 실습하는 형태다. 그러나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2017년 제주 생수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이민호군이 숨졌다. 같은해에는 홍수연양이 콜센터 업무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세상을 떠났다. 2016년에는 김동균군이, 2015년에는 김동준군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