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란티스는 왜 배터리사 두 곳과 손잡았나?

황인성 / 기사승인 : 2021-10-20 18: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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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삼성SDI와 각각 배터리 합작사 설립 추진
뒤늦은 전동화 전환...검증된 배터리사 선호
다양한 車 브랜드 보유...한 배터리 폼팩터는 부담

[쿠키뉴스] 황인성 기자 = 미국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가 이례적으로 복수의 배터리사와 합작법인 설립에 나서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전기차 후발주자인 스텔란티스가 검증된 배터리사와 파트너십을 통해 전동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산하 여러 브랜드에 맞춘 배터리 폼팩터를 확보하기 차원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지난 18일 LG에너지솔루션과 연간 4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을 생산하는 미국 내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각사 부담 비중은 결정되지 않았으나 연간 생산규모를 감안하면 약 4조원 투자가 예상된다. 

19일에는 스텔란티스과 삼성SDI의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 소식이 전해졌다. 양사가 업무협약 체결 사실을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복수의 관계자들을 통해 업무협약 체결 사실이 확인됐다.

스텔란티스는 전기차 중심의 전동화 전략에서는 후발주자에 속한다. 스텔란티스는 미국과 이탈리아가 합작한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프랑스 자동차업체 ‘푸조시트로엥(PSA)’이 합병한 글로벌 자동차그룹으로 올해 1월 출범한 탓에 다른 경쟁사에 비해서는 전동화 전략 수립이 다소 늦었다. 

이를 의식한 듯 스텔란티스는 지난 7월 9일 ‘EV데이’를 열고 전동화 전략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2025년까지 전동화 및 소프트웨어 개발에 300억 유로(약 40조8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피아트, 크라이슬러, 푸조, 지프, 시트로엥, 닷지, 마세라티, 램, 오펠 등 산하 14개 자동차 브랜드 모두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겠단 계획을 밝혔다.
스텔란티스는 지난 7월 9일 ‘EV데이’를 열고 전동화 전략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스텔란티스


스텔란티스가 복수의 국내 배터리사를 파트너사로 선정한 이유도 이와 연관 있다. 후발주자인 만큼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에 경쟁력을 갖춘 배터리사를 선택해 안정적인 전동화 전환을 추진하고, 향후에는 전기차 업계를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그룹 내 14개나 되는 다양한 자동차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어 일괄된 배터리 폼팩터(형태)를 선택하기엔 무리가 있고, 한 배터리업체와만 공급 계약을 맺기엔 생산물량 확보 차원에서도 부담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경쟁사에 비해 전동화 전환이 늦어 검증된 배터리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미중무역 분쟁 우려로 중국업체는 처음부터 고려 대상이 아니었고, 한국 배터리사가 주요 대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완성차업체와 배터리사간의 동맹체제 구축이 완성돼가는 현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스텔란티스의 선택지는 다소 제한적이다”며, “일본 파나소닉은 원통형 이외 각형 배터리 전략을 이제 막 수립했고, 포드와 손잡은 SK이노베이션도 수주 물량 공급을 위해 풀가동 중으로 스텔란티스의 요구를 수용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룹 내 많은 자동차 브랜드를 가진 스텔란티스가 한 형태의 배터리를 선택하기엔 큰 부담이다”며, “아직 어떤 배터리 폼팩터가 대세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와 삼성SDI로부터 각각 파우치형·각형 배터리를 공급받는 투 트랙 전략을 취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