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 없는 살림에 결승전行… 빛나는 ‘김기동 매직’

김찬홍 / 기사승인 : 2021-10-20 22: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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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김기동 감독.   프로축구연맹
[전주=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포항이 기적을 일으켰다. 지휘봉을 쥔 김기동 감독의 지도력이 돋보였다.

포항 스틸러스는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동아시아권역 울산 현대와 4강전에서 연장전까지 이어진 승부에서 1대 1로 비긴뒤 승부차기에서 5대 4로 승리했다.   

4강 단판전에서 승리한 포항은 서아시아권역 4강전에서 알 나스르를 꺾은 알 힐랄과 다음달 23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승 트로피를 놓고 단판 승부를 펼친다. 12년 만에 결승에 오른 포항은 준우승 상금인 200만 달러(약 23억5100만원)를 확보했다. 우승 상금은 400만 달러(약 47억200만원)다.

대회 시작 전만 하더라도 포항의 ACL 결승 진출을 예상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포항은 올 시즌을 앞두고 심각한 전력 누수를 겪었다. 일류첸코, 최영준(이상 전북), 팔로세비치(FC서울), 오닐(부리람 유나이티드) 김광석(인천 유나이티드) 등이 다른 팀으로 이적했고, 하창래는 김천 상무로 입대했다. 지난 시즌 핵심 선수들이 모두 떠났는데 전력 보강은 온전치 않았다. 이런 와중에 포항은 조별리그에서 3승 2무 1패를 거둬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시즌 중반 이탈은 더 타격이 컸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공격의 핵 송민규가 전북으로 향했고, 최근에는 수문장 강현무마저 부상으로 선수단에서 제외됐다.

이런 와중에도 포항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16강과 8강에서는 각각 세레소 오사카, 나고야 그램퍼스(이상 일본)를 상대했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모두 승리를 거두며 4강에 안착했다. 특히 8강에서는 조별리그 성적이 1무 1패로 열세였던 나고야를 상대로 3대 0 완승으로 설욕에 성공했다.

4강전은 더욱 만만치 않았다. 국가대표급 스쿼드를 자랑하는 울산이었다. 특히 올 시즌 전적이 1무 2패로 열세였다. 여기에 신진호와 고영준이 경고 누적으로 뛰지 못하면서 미드필더진도 누수가 생겼다. 많은 이들이 울산의 승리를 예상했다.

결승 진출 후 신광훈을 안아주는 김기동 감독.   프로축구연맹
막상 경기가 시작되니 내용은 달랐다. 김 감독은 경기 초반부터 강수를 뒀다. 강력한 전방 압박과 빠른 역습으로 울산으로 날카롭게 공략했다. 특히 풀백 강상우를 중심으로 한 왼쪽 측면 공략은 효과적이었다. 울산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원두재가 퇴장 당한 틈을 타 경기 종료 직전 결국 동점골까지 성공시켰다.

선수단을 하나로 묶은 김 감독의 지도력도 돋보였다. 연장전을 앞두고 선수들을 모아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연장전에도 울산을 상대로 강력한 압박을 펼쳤고, 울산은 제대로 된 공격을 시도하지 못했다. 이후 승부차기로 승부를 끌고 간 포항은 키커 전원이 슈팅을 성공하면서 승리를 확정지었다.

경기 후 김 감독은 “나는 특별히 하는 것이 없다. 예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고참 선수들이 분위기를 잘 만들고 있다. 저는 한 발 물러나서 지켜보는 입장이다. 우리 포항이 가진 역사와 문화를 유지하고 후배들을 선배들이 잘 이끌고 있다. 그래서 단단해 지고 있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승부차기에서도 김 감독의 지략은 돋보였다. 4번째 키커로 수비수인 전민광이 투입됐다. 전민광은 대담하게 국가대표 골키퍼인 조현우를 속이고 득점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지난해 FA컵에서 패했기 때문에 오늘 승리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4번 키커를 정할 때 일부러 전민광을 4번 키커로 넣었다”고 말했다.

2009년 파리아스 감독 시절 우승한 이래 12년 만에 정상 재정복을 꿈꾸고 있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 ACL 우승을 맛봤다. 이후 감독으로 다시 우승을 노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김 감독은 “선수로서 영광스러운 자리에 있었는데 아직 우승하지 못했지만 감독으로 선수들을 이끌고 결승까지 가게 됐다. 지금이 더 기쁘다”라고 얘기했다.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