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Enemy Of The State, 1998)’와 정보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입력 2021-10-21 11: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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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Enemy Of The State, 1998)’와 정보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최근 중국에서는 안면인식 기술을 적용한 감시카메라가 중국 전역에 배치되는 등 사회통제가 강화됨으로써, 1명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불과 10초도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2022년까지 감시카메라의 수가 26억60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수년간 감시 추적 기술 향상에 300억 달러(약 33조8400억 원)를 쓸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분리독립운동을 우려해 신장위구르 통제를 대폭 강화하였는데, 신장위구르자치구 주민 250만 명 이상의 신상 및 위치정보를 감시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중국 정부에서는 범죄예방, 교통관리, 재난방지 등의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1949) 속의 ‘빅브라더’(Big Brother; 거대한 감시․통제시스템의 공권력을 의미함.)사회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소설 속의 내용과 같이,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타인이 알 뿐만 아니라 나아가 ‘정보라는 권력’을 이용하여 권력집단이 국가안보라는 명목으로 개인의 사생활을 통제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소설의 할리우드식 판이 바로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Enemy Of The State, 1998)>이다.

이 영화는 개인의 사생활 보호와 국가 안보라는 가치관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이슈로 떠오른 정부의 대인 감시정보망을 소재로 삼고 있다. “미국의 ‘국가안보국’의 한 책임자가 국회의장을 살해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하여 휴대전화, 만년필, 구두, 바지 등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부착된 전파발신장치, 전화선 도청, 심지어는 첩보위성까지 동원하는 첨단 대인 감시정보망을 통하여 용의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우리가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아무리 도망치려고 해도 이들의 손에서 벗어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 처해야만 우리는 비로소 자유가 박탈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정보(information)는 inform(알리다)과 formation(형태화)을 합성한 것이다. 즉,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특정 형태(상징, 문서, 음성, 멀티미디어 등)로 가공된 자료’로써 지식의 근원이다. 앨빈 토플러는 “미래의 권력은 돈이 아니라 정보를 소유한 자에게 있다”고 했다. 이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생존․발전을 위한 필수조건은 얼마나 정확하고 신속하게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는 뜻이다. 오래전에 손자의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다’(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가지의 전쟁을 해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은 아직도 유효하다. 반면, 데이비드 솅크는 정보과잉(정보공해)을 ‘데이터 스모그(Data Smog)’라고 표현하면서 그 폐해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였다.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Enemy Of The State, 1998)’와 정보

첫째, 정보과잉은 정보중독이며, 정보중독은 인간이 기계의 노예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정보과잉은 사람들에게 생각할 여유를 박탈하고, 맥락과 숨은 뜻을 놓치게 하며, 모든 것에 말초적으로 반응케 한다. 셋째, 정보과잉은 모든 사람들을 전문가로 만들어주는 것 같지만, 실은 엉터리 전문가들로 가득 차게 만들어서 올바른 의사결정을 방해한다. 넷째, 정보과잉 사회는 사람들이 세상을 더욱 많이, 넓게 알게 해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세상에 의해서 더욱 깊이 감시당하게 만든다.(정과리, “정보화, 미래의 빛인가 어둠의 묵시록인가”, 조선일보, 2000.11. 4. 37면)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없어진지 오래다, 프라이버시는 머리 속에서만 가능할 뿐이다.” 영화 속의 대사이다. 한 선량한 국민이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국가정보기관의 부당한 폭력의 희생양이 되지만, 어려움에 빠진 그를 지켜줄 국가기관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국가의 존재이유는 없는 것이 아닌가? 한나 아렌트의 말처럼, ‘권력은 국민의 동의로부터 나오는 것이고, 정보는 다수가 공유해야 함은 물론, 절대다수의 행복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를 사용하는 사람 각자가 정보를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