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뒤 주택공급 증가…재개발 실패 가능성 없나요?”

정부 주택공급 확대, 3~4년 뒤 영향 가시적
전문가들 "주택공급 확대 서울은 제한적"
"서울 재개발 이외 뚜렷한 공급 방안 없어"
"집값 하락, 재개발 현금청산 늘릴 수 있어

기사승인 2021-10-23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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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뒤 주택공급 증가…재개발 실패 가능성 없나요?”
쿠키뉴스 DB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지금 부동산 경기가 좋지만 3~4년 후 공급 늘어나면 경기 하락하는 것 아닌가요?, 지금 재개발시작해서 분양 들어갈 시점에는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손해 보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네요. 재개발 동의해 달라는데 고민이에요”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개발 활성화 6대 규제완화 방안’이 적용된 ‘신속통합기획’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서울 곳곳에서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재개발에 나서기 위한 동의서 징구 작업이 활발하다. 이러한 가운데 향후 부동산 경기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곳곳에서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추진한 신속통합기획 민간재개발 공모를 위한 주민동의서 징구에 한창이다. 신속통합기획 1차 후보지 공모는 오는 29일 마감되며, 신청을 위해서는 30%의 주민동의율 확보가 필요하다. 서울시는 12월중 25곳 내외의 최종 후보지를 선정해 신속히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신속통합기획은 건축·교통·환경영향평가 심의를 한 번에 받을 수 있어 5년 이상 걸리던 심의 기간을 2년 이내로 단축한 점이 특징이다. 또한 용적률을 올려주는 대신 임대주택을 늘려야 하는 공공재개발과 달리 임대주택을 늘리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공공이 아닌 토지주 중심의 민간주도 개발이라는 매력도 있어 토지주들의 호응이 높다.

이에 서울 곳곳에서 동의서 징구 작업이 활발하지만 부동산 경기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주택 공급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3~4년 후 주택 가격 조정에 따라 부동산 경기가 꺽일 경우 미분양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지난 9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최한 부동산포럼에서는 2~3년 후 주택가격의 조정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부동산R114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당시 “기존 주택의 공급물량 감소는 1주택자의 매도 어려움, 2주택자의 취득세 중과 이슈, 다주택자의 증여 전환 등에 기인한 가운데 신규공급물량은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및 정부의 신규택지 지정 등으로 2~3년 후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고평가된 주택가격은 2~3년 후 주택공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시점에야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3~4년 뒤 주택공급 증가…재개발 실패 가능성 없나요?”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서울과 수도권 구분해 봐야”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러한 우려에 대해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경기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재개발이나 재건축 이외에 마땅히 주택공급 방안이 없는 서울의 경우 시장 조정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수년 뒤 주택공급이 늘어나는 것은 3기 신도시 중심이고, 서울보다는 경기나 인천 주택공급에 집중된다”며 “3기 신도시 공급에 따라 수도권 전체가 공급과잉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서울만 놓고 보면 공급이 여유롭지 않아 공급과잉을 우려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속통합기획이라고 해도 지금 사업을 진행해 단기간에 마무리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민간에서 동의를 받아 사업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책임연구원도 당분간 서울의 주택공급이 늘어나기는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서울에서 정비사업은 재개발이 주축이며, 지금 적지 않은 지역에서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들이 3~4년 안에 주택을 공급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며 “경기도는 다음 정부 후반 이후에나, 서울은 경기도 주택 공급이 늘어난 시점 더 이후에 체감할 정도로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2~3년 뒤 주택가격의 조정 가능성을 전망한 부동산R114 윤지해 수석연구원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윤 수석연구원은 “재개발에 대한 서울 도심 쪽의 리스크는 그리 크지 않다”며 “사업성을 높여주기 위해 용적률을 상향해 줬고, 서울 내에서 재개발․재건축 이외에 주택공급 대안이 뚜렷하지 않아 조합원이 손해 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주택가격 조정과 관련해 “조정은 수시로 올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조정 기간”이라며 “조정이 5~6년씩 오면 재개발도 다 무산되겠지만 잠깐 오고 그친다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3~4년 뒤 주택공급 증가…재개발 실패 가능성 없나요?”
재개발을 위해 동의서 제출을 촉구하는 현수막.   쿠키뉴스 DB

“과거 재개발 현금청산 급증 사례 기억해야”

전문가들 사이에서 주택공급 증가에 따른 서울 재개발 리스크가 높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과거 사례를 기억해 경계심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 2014년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재개발 사업들이 현금청산 증가로 중단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재개발 사업에서 현금청산은 새 아파트의 분양권을 포기하는 대신 조합으로부터 현금을 받고 사업에서 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조합원이 현금청산을 받고 사업에서 빠져나갈 경우 빈자리는 일반분양을 통해 메워야 한다. 아파트 가격 하락이 점쳐지고 미분양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현금청산이 늘어날 경우 재개발 사업이 중단되기도 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장기적으로 주택공급이 증가하면 재개발 사업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과거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때 현금청산 요구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부동산 가격 상승은 투기적 수요에 따라 오른 영향이 있다”면서 “따라서 하락할 때는 투기적 수요로 오른 가격이 서울이나 지방을 가리지 않고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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