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돌아온 LCK 왕조… 해외 기자들은 “비결이 뭔가요?”

기사승인 2021-10-26 15:3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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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드컵] 돌아온 LCK 왕조… 해외 기자들은 “비결이 뭔가요?”
'2020 롤드컵' 우승팀인 담원 게이밍 기아가 '2021 롤드컵' 개막을 맞아 우승 트로피를 운반하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 제공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올해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는 유럽에게 그렇게 큰 문제가 안 될 거 같다.”

전 프로게이머이자 유럽 리그(LEC)를 담당하는 해설자 ‘캐드렐’ 마크 로버트 라몬트가 지난 8월 T1과 젠지의 서머 시즌 2라운드 경기를 지켜본 뒤 자신의 개인 SNS를 통해 내놓은 관측이다. 

이에 한 유저는 “솔직히 LCK가 메이저 3지역(중국‧유럽‧한국) 중 가장 약해 보인다. 담원 기아 밖에 없는데 담원도 지금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캐드렐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미국 유력 e스포츠 전문매체의 견해도 이와 비슷했다. 지난해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에서 담원 기아가 우승을 차지하며 3년 만에 우승컵을 되찾아 왔음에도 LCK를 향한 저평가가 이어졌다. 

롤드컵을 앞두고 매체 ‘업커머’가 발표한 파워랭킹에서 담원 기아는 중국 프로리그(LPL) 서머 시즌 우승팀과 준우승팀인 에드워드 게이밍(EDG)과 펀플러스 피닉스(FPX)에 이어 3위에 자리했다. LCK 3시드인 T1은 중국의 3시드 로열 네버 기브업(RNG)과 유럽의 1시드 매드 라이온즈에 밀려 6위에 랭크됐다. 2시드 젠지는 9위까지 밀려났고, 4시드 한화생명은 순위에도 들지 못했다. 
[롤드컵] 돌아온 LCK 왕조… 해외 기자들은 “비결이 뭔가요?”
롤드컵을 앞두고 미국 매체 '업커머'가 발표한 파워랭킹.   업커머 제공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롤드컵에 출전한 LCK 4개 팀은 압도적인 성적으로 그룹스테이지를 통과했다. 담원 기아가 6전 전승으로 A조 1위로 8강에 진출했고, T1은 5승 1패로 B조 1위를 기록했다. 젠지 역시 D조에서 매드 라이온즈를 제치고 1위 자격으로 8강 무대에 올랐다. 한화생명은 RNG와의 타이브레이크 혈투 끝에 패해 1위를 차지하진 못했지만, 당당히 8강에 진출했다. 메이저 지역에 총 4장의 출전권이 부여된 2020년 이후, 특정 리그가 8강에 4개 팀을 배출한 것은 LCK가 처음이다. 

8강에서도 LCK의 파죽지세가 이어졌다. 불운한 대진 편성으로 한화생명이 T1과의 내전에서 패해 탈락했지만, 담원 기아와 젠지가 나란히 3대 0 완승을 거두며 4강에만 LCK 3개 팀이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는 LCK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2016년 이후 5년 만이다. 지난해 롤드컵에선 담원 기아만 4강에 이름을 올렸다.

그제야 LCK를 바라보는 해외 관계자 및 선수들의 태도도 바뀌었다.

25일(한국시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2021 롤드컵’ 젠지와 클라우드 나인(C9)의 8강전이 끝난 뒤, 해외 기자들은 입을 모아 젠지 선수단에게 LCK가 강해진 비결에 대해 물었다. 한 기자는 ‘룰러’ 박재혁에게 “LCK가 이런 성과를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느냐”고 질의했고, 다른 기자는 주영달 감독에게 “LCK가 지배하는 시대가 다시 돌아온 것 같으냐”며 소회를 묻기도 했다.

C9의 원거리 딜러 ‘즈벤’ 예스페르 스베닝센은 “4강에 진출한 20명 중 17명이 한국인”이라며 “서양팀의 롤드컵 우승은 (앞으로도) 희박해 보인다. 8강에 진출한 서구권 두 팀이 모두 0대 3으로 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며 다시금 벌어진 LCK와의 격차를 인정했다. C9을 이끄는 미시 감독은 현 토너먼트 방식의 부당함을 주장하면서 “서양 팀이 잘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부트캠프를 차리는 등 전지훈련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해외 팬들도 LCK의 기량을 인정하는 모양새다. 대형 커뮤니티 ‘레딧’의 어느 이용자는 롤드컵이 한국인의 축제가 된 것을 의식한 듯 “LCK 가을 시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말했고, 한 이용자는 “순리대로 가는 거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이 이상했던 거고, 한국인들이 다시 돌아왔다”고 말했다.

한편 LCK는 2017년 삼성 갤럭시(현 젠지)와 SK 텔레콤 T1(현 T1)의 결승전 이후 4년 만에 롤드컵 결승 무대를 ‘집안싸움’으로 만들 각오다. 대진 상 담원 기아와 T1 중 한 팀은 결승행이 확정된 가운데, 젠지가 오는 31일 EDG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면 LCK 식구끼리 결승전을 치르게 된다. 

mdc0504@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