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인기 치솟는데… 추락하는 남자배구

김찬홍 / 기사승인 : 2021-10-27 0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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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현대캐피탈과 홈경기가 열린 의정부실내체육관.   프로배구연맹(KOVO)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최근 프로배구 남자부와 여자부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여자부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국가대표의 4강 신화에 힘입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반면, 남자부는 찬밥 신세를 받고 있다.

여자배구는 최근 인기 상승을 체감하고 있다. 개막 후 현재까지 평균 시청률은 1%를 가뿐히 넘겼으며, 현재 순위 경쟁이 한창인 프로야구와의 경쟁에서 승리, 케이블 등 중계 채널을 독식하고 있다. 2~3년 전만 하더라도 프로야구와 시즌이 겹칠 때 방송사에게 외면받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하지만 남자배구의 사정은 다르다. 지난주에 열린 경기 중 23일에 열렸던 한국전력과 KB손해보험의 맞대결만 생중계로 방송됐으며, 평일이었던 19일부터 22일까지 열린 경기는 제때 방송되지 않고 모두 녹화 방송으로 송출됐다.

이번주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평일 경기들은 모두 녹화 방송으로만 뒤늦게 경기를 볼 수 있으며, 주말 경기들만 생중계로 방송된다. 이마저도 프로야구와 여자배구와 시간이 겹치지 않아 가능한 일이다.

남자부의 경기장을 찾는 팬들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관중을 받기 시작한 지난 19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 한국전력의 남자부 경기는 329명의 관중이 입장한 데 그쳤지만, 같은 날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AI페퍼스와 KGC인삼공사의 여자부 경기엔 633명의 팬이 찾았다.

백신을 접종한 사람만 입장할 수 있는 수도권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0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부 KB손해보험과 현대캐피탈의 경기는 189명, 2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OK금융그룹과 우리카드 경기는 136명만 경기장을 찾았다.

현재 여자배구 경기에 비하면 관중 동원력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남자배구의 현실이다. 과거 ‘오빠 부대’를 이끌며 겨울 인기종목으로 군림하던 남자배구의 자존심에 큰 상처가 났다.

도쿄 올림픽을 통해 여자배구를 시청하게 되었다는 김지혜(32)씨는 ”올림픽을 통해 여자배구를 접하게 됐고 그렇게 팬이 됐다. 너무 즐겁게 보고 있다. 경기에서 랠리가 이어지는 걸 보면 재밌다“라며 ”반면 남자배구에 대한 흥미는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현재 중계도 여자배구가 많다 보니 남자배구를 굳이 찾아서 보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최근 남녀 배구의 대조적인 상황은 국제 성적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자배구는 범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꾸준히 성적을 내며 새로운 팬들을 유입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이번 올림픽을 통해 대대적인 관심을 받았다. 김연경을 통해 올림픽 여자배구를 접했던 이들이 자연스레 V리그로 관심을 옮긴 식이다. 여기에 선수들은 각종 예능 프로그램 출연과 적극적인 대외 활동으로 시청자 유입에 힘을 보탰다.

반면 남자배구는 올림픽 진출은커녕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도 떨어지는 등 국제 무대 활약상을 대중들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2018년 VNL에서 1승 14패를 기록해 참가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면서 챌린저컵으로 강등됐다. 2019년엔 도쿄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위해 챌린저컵 출전권을 반납했다. 올해 챌린저컵을 통해 VNL에 입성하려 했지만, 대회가 취소되면서 무산됐다.

스타 부재도 남자 배구 인기 하향세의 주 원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현재 남자배구의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들은 대부분 30대 중반의 선수들이다. 이미 전성기를 구가하고 몇 년 뒤에 은퇴를 바라보는 선수들이 대다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배구계 관계자는 ”현재 남자배구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선수들은 2010년대에도 중심이었던 선수들이다. 새로운 스타들이 나오지 않는 게 현재 배구계의 현실“이라며 ”이전에는 많은 유망주들이 곧바로 프로에 와서 주전으로 뛰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프로에서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