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방문 임대주택, 건축문화 '대상' 받았다?...‘셀프 시상’ 논란

'동탄 행복주택' 한국건축문화대상 공동주거부문 대상 수상
"임대주택의 사회적 문제 해결에 노력" 높게 평가
건축문화대상 실상은 국토부 공동주최, LH 후원

기사승인 2021-10-27 06:00:08
- + 인쇄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해 화제가 됐던 동탄 행복주택이 ‘2021 한국건축문화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았다. 해당 단지는 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방문해 ‘13평 임대주택 4인 가족 거주’ 논란을 불러온 곳이다. 동탄 행복주택은 시상식에서 “임대주택의 사회적 문제와 획일화될 수 있는 건축계획의 물리적인 한계를 해결하려는 시도”라는 평가를 받으며 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다만 해당 시상식은 국토교통부가 주최자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후원사로 참여해 셀프 시상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文 방문 임대주택, 건축문화 '대상' 받았다?...‘셀프 시상’ 논란
화성동탄2 A4-1블록 행복주택은 2021 한국건축문화대상 공동주거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한국건축문화대상 발표자료

◇“임대주택 사회적 문제 해결에 노력”
 
화성동탄2 A4-1블록 행복주택은 14개동 1640가구 규모로 청년과 대학생(40%), 신혼부부(40%), 고령‧수급자(20%)에게 공급되는 임대주택 단지다. LH가 건축주로 0000이 시공했고, 00건축사무소에서 설계했다. LH는 공공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로서 해당 단지에 복층 구조 등 다양한 디자인과 공간 특화 등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이에 지난해 12월 문 대통령과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 변창흠 당시 LH 사장이 해당 단지에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전용 44㎡(옛 13평) 주택을 들러보고 “신혼부부 중에 선호하는 사람이 많겠다”면서 “신혼부부에 아이 1명이 표준이고, 어린아이 같은 경우에는 2명도 (거주) 가능하겠다”고 호평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호평은 ‘13평에 4인 가족이 살 수 있다는 것이냐’며 임대주택 크기 논란을 불러왔다. 이에 청와대 등은 당시 문 대통령의 발언이 변창흠 LH사장과의 대화중에 나온 ‘질문’이었다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여론의 비난을 피해가지는 못 했다.

논란이 됐던 동탄 행복주택은 이번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사회적 문제를 새로운 시도로 해결하려는 노력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심사평을 보면 해당 단지는 “장기임대 아파트의 사회적 문제와 획일화될 수 있는 건축계획의 물리적인 한계를 새로운 개념으로 해결하고자 시도한 점에서 대부분의 공동주택 프로젝트와는 차별화되어 있다”며 “공공임대주택의 사회적 문제를 새로운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한 부분들은 매우 중요하게 평가되어야 한다”고 평가돼 있다. 

지역사회와 커뮤니티 형성 미흡 등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기피해야 하는 대상이 되어버린 임대주택의 저층부를 필로티 공간으로 마련해 지역민의 활발한 교류의 장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다. 이밖에 주변 공원과 단지를 연결하고, 1층 진출입세대, 복층세대, 마당이 있는 세대 등 다양한 주택 형태를 적용한 점이 호평을 받았다. 이에 동탄 행복주택 설계자는 대통령상을, 시공자와 건축주인 LH는 국토부장관상을 받았다. 

文 방문 임대주택, 건축문화 '대상' 받았다?...‘셀프 시상’ 논란
지난해 12월 화성동탄 공공임대주택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국토부·LH의 셀프 시상 아닌가” 

동탄 행복주택이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이를 탐탁지 않게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먼저 상을 주는 주체와 받는 주체가 동일하다는 셀프 시상 논란이 불편한 시선의 원인이다. 한국건축문화대상은 건축의 대중화와 우수한 건축물이 피어날 수 있도록 1992년 건설부에서 제정한 상이다. 이후 1994년부터 대한건축사협회가 단독 개최해오던 ‘한국건축전’과 통합해 현재는 국토부와 한국건축사협회가 공동주최하고 있다. 이는 국토부와 건축사협회가 공동으로 시상식을 기획했다는 말이다. 

대상을 받은 동탄 행복주택은 국토부가 마련한 임대주택 공급정책에 따라 LH가 실무를 맡아 공급한 주택이다. 결국 국토부가 계획하고 LH가 공급한 주택이 국토부가 기획한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여기에 공급을 맡은 LH가 시상식 후원사로 나서면서 불필요한 셀프 시상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해당 단지가 공급 초기 입주민들의 하자 보수 문제로 도마에 오른 점도 시상의 정당성에 흠집을 내고 있다. 해당 단지는 벽면 곰팡이, 누수, 층간 소음 등 부실시공 문제로 입주민들의 불만이 제기된 바 있다. 또한 하자 보수가 늦어지면서 입주민들의 원성이 높았다. 한국건축문화대상 심사진은 심사 과정에서 부실시공 문제를 중요 심사요인으로 반영했다는 입장이지만 시공 문제가 도마에 올랐던 동탄 행복주택이 대상을 받아 의문점을 남겼다. 이에 일각에서는 시상에 주최자와 후원자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심사를 담당한 건축사협회 측은 이러한 우려를 기우로 일축했다. 건축사협회 관계자는 “협회 부회장을 포함해 9분의 전문가가 포트폴리오 심사, 토론, 현장 심사를 거쳐 수상작을 가려내고 있다”며 “포트폴리오 심사도 사진과 설명 위주의 블라인드 형태로 심사를 진행해 건축주나 설계사무소 등이 심사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LH 측도 후원과 시상의 관계를 부인했다. LH 관계자는 “한국건축문화대상은 건축분야에서 나름 권위있는 상으로 여러 번의 도전 끝에 대상을 받은 것”이라며 “후원과 수상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건축설계사들 사이에서는 시상의 설득력을 좀 더 향상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의 건축설계사는 “사람마다 평가가 다르겠지만 수상작들을 보면 일부 수상이 이해가 가지 않는 작품들이 포함될 때가 있다”며 “시상의 설득력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文 방문 임대주택, 건축문화 '대상' 받았다?...‘셀프 시상’ 논란
동탄 행복주택의 부실시공 문제를 불러왔던 하자 사진.   김은혜 의원실 제공
文 방문 임대주택, 건축문화 '대상' 받았다?...‘셀프 시상’ 논란
동탄 행복주택의 부실시공 문제를 불러왔던 하자 사진.   김은혜 의원실 제공

chokw@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