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된 재해, 연안침식③] 사라지는 동해를 지킬 수 있다면

기사승인 2021-10-28 0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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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된 재해, 연안침식③] 사라지는 동해를 지킬 수 있다면
강원 강릉시 주문진항. 빨간 테두리 안에 보이는 구조물이 파도 에너지를 줄이려 설치한 ‘이안제’다.   사진=정진용 기자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지구온난화는 전세계에 고민을 안겼다. 몰디브는 오는 2100년 사라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인도네시아는 해수면 상승이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지역 중 하나로 수도 이전을 추진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미국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은 15~20년 이내 바닷속에 잠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 등 선진국들은 수십년 전부터 연안침식 대응을 연구해왔다. 

[시작된 재해, 연안침식③] 사라지는 동해를 지킬 수 있다면
네덜란드 양빈 시공 사례. 해양수산부

해변에 모래 공급하는 양빈…선진국서 널리 시행

많은 선진국이 양빈으로 연안침식에 대처한다. 양빈은 다른 지역의 모래를 가져와 침식이 심각한 연안에 공급하는 방법이다. 높은 파도와 쓰나미에 취약한 일본은 지난 1954년부터 연안침식 관리를 시작했다. 방파제(파도를 막기 위해 항만 외곽에 쌓은 둑), 이안제(파도 에너지를 줄이려 해안선에 평행하게 설치하는 구조물)를 지었더니 해안선이 되려 후퇴하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에 지난 1999년 해안법을 개정, 하천 모래를 활용한 양빈 사업을 적극 실천하고 있다. 

네덜란드 역시 침식 대응 방안으로 양빈을 선택했다. 지형 특성 탓에 연안침식 관리에 있어 앞선 나라다. 네덜란드는 국토 3분의 2가 평균 해수면보다 낮다. 연안침식으로 인한 재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지난 1953년 발생한 해일에 약 2000명 가량의 인명피해와 10만명 이상 이재민이 발생했다. 양빈 과정은 체계적이다. 양빈이 필요한 해역의 파도, 유속, 지형 등을 면밀히 평가해 최적의 모래를 선정, 투입한다. 양빈에만 매년 5000만 유로(678억8600만원) 이상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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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기준 프랑스 연안토지매입 추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국가가 위험 연안 지역 사들여 관리…프랑스의 연안토지매입 제도

해안선 일정 범위에 건물 신축을 금지하고, 재해에 취약한 연안지역 토지를 정부가 매입·관리하는 방법도 있다. ‘연안토지매입’ 제도다. 프랑스는 지난 1975년부터 연안토지매입을 시작했다. 프랑스 북부에 있는 위썽 해변은 50년간 250m 이상 해안선이 후퇴하는 등 심각한 침식을 겪고 있다. 프랑스 중앙 정부는 2015년을 기점으로 연안지역 900㎢를 사들였다. 오는 2050년까지 3200㎢를 사는 게 목표다.

기존 주거지와 시설물을 해안선과 먼 안전지대로 옮기는 ‘해안선 후퇴’(set-back) 정책도 주목할만하다. 캐나다, 바베이도스, 덴마크, 독일 등의 국가에서 시행 중이다. 해안선 후퇴 정책은 재해대응 뿐 아니라 연안 환경과 경관 보전에도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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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안정비사업 항목별 분포 그래프. 해양수산부

시설물 설치 위주→친환경 대응 방안 고민하는 한국

한국은 어떨까. 정부는 연안관리법에 따라 10년마다 연안정비기본계획을 수립, 실시한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연안 지역 283개소를 대상으로 총 2조3000억원을 투입, 오는 2029년까지 정비작업을 실시하는 ‘제3차 연안정비계획’을 확정했다. 앞서 제2차 연안정비기본계획(2010~2019)에서는 약 241개소(9200억원 투자)에 대한 정비사업을 추진했다.

한국의 연안침식 대응은 구조물 설치 위주다. 지난 2019년 해수부가 낸 ‘연안침식 실태조사 백서’에 따르면 연안정비사업 완료 지역 50개소 중 호안이 42.5%로 절반에 가까웠다. 그 뒤로 잠제(수중 방파제) 16.3%, 양빈 16.3%, 돌제(해안과 직각 방향으로 설치하는 구조물) 7.5% 순이었다. 해수부는 구조물 설치는 추가 침식 피해를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어 친환경적 방법의 도입이 필요하다며 한계를 인지하고 있다.

[시작된 재해, 연안침식③] 사라지는 동해를 지킬 수 있다면
연안침식 실태조사. 강원대 삼척산학협력단

구조물 설치만으로는 부족…전문가 “제대로 파악해 대처해야”

전문가 사이에서는 한국도 연안토지매입 제도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윤성순 연구위원은 지난 2018년 낸 보고서를 통해 “연안재해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연안 토지 이용을 제한하거나 개발 밀도를 낮게 유지해야 한다”며 “개인 소유의 토지를 대상으로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 재산권 침해 시비를 피하면서 난개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연안 토지를 국공유지로 전환해 관리하는 방안이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다만 “토지매입에 필요한 재원 확보, 기존 토지 소유자의 참여 유도 방안을 마련하는 등 극복해야 할 문제도 많을 것”이라고 봤다.

예산을 확충해 연안침식을 보다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원인을 정확히 알고 대처하지 않으면 예산 낭비뿐 아니라 더 큰 침식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종주 기후변화센터 센터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침식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라며 “모래가 이동하는 경로, 침식 원인이 지역마다 다르다. 해수부에서 약 400여 곳을 모니터링 하지만 한계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스스로 필요한 지역에 침식 관리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jjy4791@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