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사상 첫 판사 탄핵 각하…“중대 헌법위반” 못 박은 소수의견

정진용 / 기사승인 : 2021-10-28 15:33:22
- + 인쇄

헌법재판소. 쿠키뉴스 자료사진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헌법재판소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 심판대에 오른 임성근 전 부장판사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를 각하했다.

헌재는 28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임 전 부장판사 탄핵심판사건 선고 재판을 열고 재판관 5(각하)대 3(인용) 의견으로 이같이 결정했다. 1명은 심판절차종료 의견을 냈다. 헌재가 탄핵심판청구 인용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9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다수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임 전 부장판사가 이미 퇴직해 현직이 아닌 이상 본안 판단을 하더라도 파면을 할 수 없어 탄핵심판 실익이 없다고 봤다. 이들은 “피청구인(임 전 부장판사)이 임기 만료 퇴직으로 법관직을 상실해 이 사건에서 본안 심리를 마치더라도 공직을 박탈하는 파면 결정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음이 분명하다”면서 “탄핵심판 이익이 인정되지 않아 부적법하므로 각하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인용 의견을 낸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주심인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은 “피청구인의 행위는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보장한 헌법 제103조에 위반되는 행위로서 법관에 대한 신분보장의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헌법위반행위”라는 입장을 냈다.

또 “피청구인을 그 직에서 파면하여야 한다”면서도 “임기만료로 퇴직하여 그 직에서 파면할 수 없으므로, 피청구인의 행위가 중대한 헌법위반행위임을 확인한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지난 8월12일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1심에 이어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 전 부장판사는 지난 2014~2015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 부장판사로 근무하면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 세월호 7시간 명예훼손 사건 재판부에 “기사가 허위라는 점이 확인되면 선고 전이라도 허위성을 분명히 밝혀 달라”고 요구한 혐의가 있다.

또 지난 2015년 쌍용차 집회 관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 판결문이 선고된 뒤 논란이 있을 만한 표현을 수정할 것을 요청했다. 프로야구 선수 도박 사건에서는 약식명령이 청구된 사건을 정식 공판에 회부한 판사를 불러 “주변 판사들 의견을 더 들어보라”고 권유한 혐의도 있다. 

임 전 부장판사는 같은 혐의로 형사재판도 받고 있는데 1, 2심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국회는 지난 2월4일 임 전 부장판사 임기만료 퇴임 24일 앞두고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사법농단 연루자들이 형사재판에 기소됐지만 번번이 무죄를 선고받자 국회나 나선 것이다. 국회는 찬성 179표와 반대 102표로 임 전 부장판사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재판 쟁점은 임 전 부장판사 재판 관여 위헌성과 탄핵의 실익이 있는지 여부였다. 임 전 부장판사는 지난 2월 임기 만료로 퇴임했기 때문이다.

앞서 열린 헌재 변론기일에서 임 전 부장판사 측은 “임기 만료로 퇴직한 법관은 파면할 수 없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쳤다. 국회 측은 “임 전 부장판사가 형사수석부장이란 지위에서 소속 법관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건 지시나 강요에 해당한다”면서 “임기 만료로 파면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각하나 기각을 결정한다면 헌법 가치와 원칙을 수호하고 유지하려는 헌법 의지를 무시, 회피, 무력화되는 결과가 된다”고 맞섰다.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