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여기서 행복하자...순간 순간을 즐겁게 [박한표의 사진 하나 생각 하나]

최문갑 / 기사승인 : 2021-11-06 16: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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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표 (우리마을대학 제2대학 학장)

박한표 학장
오늘 여기서 행복하자. 우주를 지탱하는 문법이 시간과 공간이다. 인간은 시간과 공간을 떠나 살 수 없다. 시간을 시간이라고 인식하는 게 순간(瞬間)이고, 이 순간의 끊임 없는 덩어리가 시간이다. 시간은 순간의 연속이다. 마찬가지로 한 인간을 규정하는 장소는 바로 여기이다. 인간은 자신에게 한정적으로 주어진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의도적인 행위를 통해 자신의 삶을 의미 있고, 아름답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잘 보면, 인간의 이런 의도는 원인과 결과라는 법칙 안에서 전개된다. 지금 여기는 자신이 과거에 뿌린 씨앗의 가감이 없는, 그리고 당연한 열매이다. 인과응보는 우주를 운행하는 문법이다. 배철현 교수의 <묵상>에서 얻은 생각들이다. 

위대한 국가는 위대한 개인들의 집합이다. 제도가 국가를 위대하게 만드는 전부가 아니다. '위대한' 개인들은 공동체를 위해서 더 나은 생각과 경험을 지닌 개인을 기꺼이 따른다. '위대한' 개인은 그 자신이 위대해서가 아니라, 위대한 사상을 언제나 추구하기 때문에 위대하다. 그 꾸준함과 일관성이 보이면 더 위대하다. 

헤라클리토스가 말한 '에토스 안스로포 다이몬(ethos anthropo daimon)'은 위대한 개인의 품격을 함축적으로 말하는 거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인생이란 자신의 임무인 '다이몬', 즉 천재성을 찾는 여정이라 했다. 나는 그 '다이몬'이 인간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신적인 어떤 특질이라면, 나는 이 단어를 인간을 한껏 고양시키는 인간 심성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신성'(神聖)이라고 번역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헤라클레이토스의 명언 ‘에토스 안스로포 다이몬’을 다시 번역하자면 "한 사람의 인격은 그 사람이 인생을 통해 수련한 결과로 도달한 신성 혹은 카리스마다"다. 그걸 '인격(人格)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인격은 인간 각자가 지니고 있는 그 사람만의 신성성을 발현하는 수련으로 나온다. 이러한 길에서 우리는 우왕좌왕하고, 좌절한다. 최진석교수는 "방황하는 길 위에서 ‘너는 누구냐?'라는 환청에 시달린다면, 오히려 괴로워하지 마라“고 했다. 오히려 그건 병이 아니라, "신이 되어 가는 고단한 여정에 자기 스스로 내리는 축복의 종소리"라고 말했다. 


그리고 ’에토스 안스로포 다이몬(ethos anthropo daimon)‘ (헤라클리토스). 이 말은 '개성이 인간의 천재성(또는 운명)'이기도 하다. 여기서 '에토스'라는 말은 흔히 습관 혹은 윤리로 번역한다. 개인의 사소한 생각이나 무심코 던진 말과 행동은 무작위로 나온 것이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오랫동안 몸에 밴 습관에서 나온다. 우리는 이 습관을 그 사람의 윤리 혹은 도덕이라고 부른다. 그 윤리와 도덕은 그 사람의 일관성과 꾸준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다양한 인간들이 모여 사는 도시를 이끌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을 수사학(修辭學)이라고 여겼다. 수사 능력은 자신과 다른 의견을 지닌 타인을 설득하는 능력으로 다음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로고스(논리), 에토스(화자의 성품), 파토스(감정)을 제시했다. 설득의 성패는 논리가 결정적일 것 같지만, 이 외에 누가 말하는 지와 감정적인 호소도 크게 작용한다. 이는 사람을 평가할 때도 예외가 아니며, 고난 끝에 황제에 오른 유비처럼 굴곡진 사연은 우리에게 더욱 뭉클하게 다가 온다. 

에토스(ethos), 로고스(logos), 그리고 파토스(pathos). 이 세 가지 수사학적 용어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에토스는 말하는 사람이 일상의 습관에서 나오는 언행이며, 로고스는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이성적인 판단과 대화다. 파토스는 그 사람에 대한 평판에서 나오는 아우라다. 파토스는 흔히 '감동'이라고 번역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세 가지 중 '에토스'를 가장 중요한 수사 능력일 뿐만 아니라, 온전한 인간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겼다. 에토스는 로고스와 파토스를 구현하기 위한 기반이다. 에토스는 마치 어머니의 자궁과 같아서 로고스와 파토스가 자라나고 구체적인 모습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그래서 나는 '에토스'를 '인격(人格)'이나 '품격(品格)'으로 번역한다. 에토스는 손으로 만질 수도 없고 눈으로 볼 수 없는 어떤 것이다. 만일 누가 인격이 훌륭하다고 말할 때, 그 인격은 무형이다. 만일 누가 품격을 지녔다고 말할 때, 우리는 그의 품격을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에토스'라는 단어는 그리스 최초의 문헌인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 '(말들이) 거주하는 장소'란 의미로 등장한다. 트로이 전쟁에 나선 그리스 연합군, 특히 아킬레우스와 그의 군대의 군인들은 모두 기마병들이다. 이들이 트로이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분신인 말을 준마로 훈련시켜야 했다. '일리아스'에서 '에토스'는 여느 장소가 아니다. 야생에 살던 말들이 오랜 훈련을 통해 전차를 끄는 명마로 거듭나는 특별한 공간이다. 말들은 '에토스'에서 자신만의 생존방식을 습득하고 장점을 살려, 탁월한 준마(駿馬)로 변모한다. 

에토스는 고대 인도에 등장한 요가(yoga) 개념과 유사하다. 요가는 원래 야생말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코와 목에 거는 '고삐'였다. 말이 전투에 투입됐을 때, 말은 기마한 용사와 한 몸이 돼 간결하고 강력하게 움직여야 한다. 에토스는 그 말이 내뿜는 어떤 아우라다. 에토스는 오랜 훈련을 거쳐 완성되는 그 개체의 품격이다. 그것은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4년 동안 훈련한 마라톤 선수가 풍기는 위용과 같다. 에토스라는 말은 흔히 습관 혹은 윤리로 번역된다. 개인의 사소한 생각이나 무심코 던진 말과 행동은 무작위로 나온 것이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오랫동안 몸에 밴 습관에서 나온다. 우리는 이 습관을 그 사람의 윤리 혹은 도덕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루 하루를, 순간 순간을 즐겁게, 그리고 여기, 이 공간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